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거래소 본사. [사진=전력거래소]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거래소 본사. [사진=전력거래소]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한국전력거래소(KPX)가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비용을 발전단가에 반영하겠다며 제도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는 사용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발전업계는 이구동성으로 “배출권을 발전단가에 적용하면 발전시장을 교란시킬 정도 부작용을 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10일 제6차 규칙개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비용의 열량단가 반영(안)’을 의결했다. 이에 발맞춰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환경급전을 하겠다는 선언적인 규칙을 먼저 개정한 후 발전기별로 비용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따르면 규칙 개정 이후 2년 내 비용평가 세부 운영규정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미숙하지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발전기별로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실 배출량이 이를 초과할 경우 타 발전사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할 경우 남은 배출권을 판매할 수도 있다.

이 배출권 구매비용을 발전단가에 포함시키겠다는 게 규칙 개정의 골자다.

한국은 발전단가가 저렴한 에너지원일수록 유리한 급전(給電) 순위를 받는 구조다. 전력 생산에 우선적으로 이용된다는 말이다. 즉 배출권 구매비용을 발전단가에 포함시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유연탄의 발전단가도 점점 상승할테니 자연스레 급전순위에서 밀려나게 만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이 적은 LNG는 유리한 급전순위를 받게 된다.

하지만 발전업계는 전력거래소의 의도에 커다란 착오가 있다고 지적한다. 배출권 구매비용을 발전단가에 적용하면 갖가지 부작용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거래된 순비용과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과 편차가 있다는 사실에 우려가 나온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실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음에도 배출권을 구매한 정산기록이 없으면 유리한 급전순위를 부여받게 된다”며 “반대로 저탄소 발전원임에도 배출권을 많이 구매했다면 급전순위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명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가 배출권 시장이 아직 미숙하다고 판단하고 ‘무상할당’을 통해 비용부담을 100% 면제해주고 있어서다. 무상할당을 받으면 실제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 비용부담이 면제되면서 발전단가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 ‘환경급전’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유상할당 적용도 느릿느릿하다. 정부 계획상 유상할당 비율은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 5%, 3차 계획기간(2021~2026년)에 10% 수준에 불과하다. 배출권 조정을 통해 환경급전 효과를 누리려면 유상할당 비중이 적어도 20~30%는 돼야 한다는 게 발전업계의 중론이다.

집단에너지협회 관계자는 “무상할당제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 발전소가 가장 많은 무상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며 “결국 이번 개정안으로는 석탄발전의 발전단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외려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모순적인 결과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론적으로 배출권 구매비용을 발전단가에 포함시키더라도 석탄과 LNG의 급전순위 교차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 중에서 가격이 비싼 일부 군과 LNG 중에서 가격이 낮은 일부 군만이 순서가 바뀔 뿐이지 전반적으로 순서가 역전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놀라운 점은 제도 전력거래소 등 정부 측은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10월 23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반영 사업자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여한 한 LNG사 관계자는 “‘제한적인 정보에 의거한 판단으로도 LNG‧석탄의 급전순위가 바뀌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전력거래소 직원은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며 “전력산업에 어떤 결과를 야기할 지 영향평가나 시뮬레이션도 안 해보고 전력거래소도 판단하지 못하는 제도를 시행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LNG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에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총선의 표심을 의식한 정부가 총선 때까지 전기요금 인상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내놓은 꼼수일 수 있다’는 의구심까지 내놓는다.

환경급전이 제대로 이뤄지면 실제로 석탄발전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일부는 LNG 가격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이 현상이 커질수록 석탄 대신 LNG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 요인이 된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미숙한 배출권을 발전단가에 도입하면 그 규모가 급전순위를 뒤바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 여지도 최소화할 수 있고, 환경급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미지도 양산할 수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내년 4월 총선 전 무리한 전기료 인상을 감행하지 않음으로써 표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며 “결국 환경급전을 하겠다는 정부의 공표는 국민에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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