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풍력발전 단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주 풍력발전단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에너지 업계와 정유‧화학 업계는 올해 격변의 시간을 보냈다. 에너지 업계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에너지원 간 교체식이 한창이고, 정유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악화일로를 끊어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침체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본지는 다사다난 했던 올해를 뒤로하고 세 업계가 맞이할 2020을 전망해봤다.

- 편집자 주

유연탄서 LNG로 갈아타는 발전공기업…“에너지 전환, 보상체계 갖춰야”

국내 발전공기업 5개사(남동‧동서‧중부‧서부‧남부발전)가 변화의 길목에 섰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이를 촉구하고 있다. 당장 싸고 풍성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던 과거의 정책으로는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에 따라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화두는 ‘친환경’이 됐다. 이에 따라 발전공기업들이 주력하는 부분은 석탄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올해 내놓은 대체의향서 규모로만 설비용량 8000MW로 16기 규모다. 이밖에 폐쇄하는 석탄발전소 규모 또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거치면 20기 안팎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발전사들의 일자리 문제와 지역경제 붕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전문가는 “기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제대로 전환하려면 보상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석탄발전을 일찍 문 닫게 하려면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보상해 줘야 하는 것”이라며 “노동자 일자리 전환, 계통 보완, 운영 등에 들어가는 비용들을 정부가 국민에 솔직히 설명하고 전기요금 인상안 논의에 나서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기대 거는 원전 수출, 탈원전 계속 추진 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부가 최근 원전의 해외 수출에 적극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부는 원전 신흥 강국 러시아에 대규모 사절단을 보내 부품 공급 업체를 위한 활동을 하는가 하면 한수원은 불가리아 정부가 추진하는 벨레네 원전 건설 재개 사업에 참여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 토종원전 APR1400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설계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러시아, 미국, 프랑스보다 유리하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신규 원전 사업은 약 50개로 추정되는 등 원전 수출 시장도 충분하다.

UAE 바라카원전. [사진=한국전력기술]
UAE 바라카원전. [사진=한국전력기술]

하지만 정부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업계가 고사(枯死) 위기에 빠진 가운데 해외 원전수주 활동은 장차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면서 원전 산업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더서다. 국내 원전 생태계는 물론 원전의 영향력이 뻗친 교육, 수출, 환경, 전력수급, 에너지믹스 등에 모조리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9일 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원로 13명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으로 원자력 산업 생태계 붕괴와 수출 경쟁력 쇠퇴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며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원자력 산업의 핵심인 고급인력이 경쟁국가로 유출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원전 인력의 엑소더스는 기술 유출, 산업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한편 ‘원전수출지원특별법’을 제정해 범부처 공무원과 원자력 산업계 실무자들로 구성된 원전수출추진단을 신설, 정부가 주도적으로 원전 수출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정유업계 최대 화두 ‘황함량 규제’…정유4사, 저유황유 생산설비 속속 도입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 규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는 친환경 저유황 선박유 생산설비를 속속 갖추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해 선박유의 황(S) 함량을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하는 IMO 2020 규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SK에너지는 이에 발맞춰 울산 콤플렉스(CLX) 내 8만2600㎡ 부지에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짓고 있다. 이곳은 내년 1월 기계적 완공을 앞뒀다.

VRDS는 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에 대응하기 위한 고도화 설비다.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황(S) 성분을 제거해 저유황 중질유로 고도화하는데, 황 함량 0.5%의 저유황 중질유와 선박용 경유 등 저유황유를 하루 4만 배럴 생산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IMO 2020 시행으로 전 세계 선박유 시장이 벙커씨유 등 고유황 중질유 중심에서 저유황 중질유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고 2017년 11월부터 약 1조원을 투자해 VRDS 건설을 시작했다.

VRDS 공장 건설 현장. [사진=유준상 기자]
VRDS 공장 건설 현장. [사진=유준상 기자]

저유황 선박유 시장 공략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SK에너지만이 아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서산공장 내 고도화설비 일부에 ‘초저유황 선박유(VLSFO)’ 생산공정을 도입, 지난 11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이 공정은 혼합유분의 안정성 저해를 초래하는 ‘아스팔텐’ 성분을 완벽 제거해줄 신기술을 세계 최초 적용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독자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다양한 유분을 폭넓게 배합할 수 있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VLSFO 수요 증가에도 능동적 대처가 가능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장 내에 운용 중인 VRDS의 저유황 선박유 생산능력을 현재의 하루 3만4000배럴에서 4만 배럴로 늘리는 증설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GS칼텍스는 고도화설비 운용에 더해 공장 연료로 판매하던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 공급하고 저유황유를 선박유로 전용하는 방식으로 IMO 2000 시대의 개막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황 선박유는 고유황 선박유 대비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이자 단일시장 기준으로 육지 연료유 보다 큰 거대시장”이라며 “IMO 2020 이후 수요가 늘면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中 배터리 시장 ‘기회의 장’…보조금 대상에 LG화학·SK이노 포함​

중국 정부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차 보급응용 추천목록’을 발표했다. 이 목록에 오르면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여기에 포함될 전망이다.

LG화학은 테슬라 모델3 전기차(BEV)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며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베이징벤츠의 E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완성차 모두 해당 목록에 포함됐다.

만약 이로 인해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면 한국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최근 위축된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배터리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보조금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고, 중국 정부는 우선 내년 말까지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어 국내 배터리 업체에 대한 영향은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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