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연합뉴스, SK, LG]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재계 ‘빅4’ 오너들이 올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가운데 내년에는 분위기가 다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경영승계’ 과제 해결 여부에 따라 내년에 보폭을 확대하거나 움츠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영승계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비전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구광모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횔발한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경영승계와 순환구조 해소를 위한 조직개편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만난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7월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 재판·검찰 수사 악재…내년 경영행보 위기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국내·외를 오가며 바쁜 행보를 보냈다.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이후 직접 일본을 방문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소통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위축된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하고 임직원들을 직접 격려하는 등 스킨십도 확대했다.

이밖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과 만나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가졌다. 이와 함께 국정농단 대법원 상고심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8월 열린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져 사건이 고등법원으로 돌아갔다. 단 이 부회장 측이 주장한 강요죄가 인정되지 않았고 고등법원에서 “뇌물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말 3필’이 뇌물로 인정돼 파기환송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파기환송심 결과는 이 부회장 측에서도 유·무죄 판단보다 양형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연내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검찰이 ‘승계작업’을 다시 언급하면서 공방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결과는 내년 초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승계작업 여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에서도 중요한 쟁점이다. 9일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재판에서는 회계부정 관련 증거를 없애거나 감춘 혐의로 삼성전자 재경팀 이 모 부사장에게 징역 2년, 사업지원TF 소속 박 모, 김 모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사건의 원점인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척되지 않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 여부에 주목하고 있으며 소환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역시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활발한 대외행보를 이어갔지만 10월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후 파기환송심 재판에 전념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 재판 결과에 따라 실형 선고의 가능성도 남아있어 이 부회장에게 2020년은 대단히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가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가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지분승계 위한 순환출자 해소 ‘숙제’

이 부회장에 비하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단 ‘정의선 체제’를 완전히 구축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승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한 바 있다.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면서 정몽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가진 글로비스 주식을 통해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 30.2%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당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주주가치 재고가 우려돼 주총이 취소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경영 전면에 나서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갖고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다만 앞으로 보폭을 더 넓히기 위해서는 지분승계를 마치고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10월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발간한 ‘2019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승계 받을 수 있는 방식은 앞서 언급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방식 외에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방법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10월 기준 기아차(1.74%) 이노션(2%)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해당 지분가치는 3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추진하게 될 경우 사전에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비상장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부동산 임대 회사인 서림개발 등을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고 대신 측은 내다봤다.

이밖에 대신 측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추진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추진 가능성이 유력한 사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고 정 수석부회장이 투자부문을 매입하면 정 수석부회장→모비스 투자부문→현대차→기아차→모비스 사업부문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이 모비스의 지분을 사오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과 서림개발 등 비상장사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다. 

올해 초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신년회 모습. [사진=LG]
올해 초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신년회 모습. [사진=LG]

◇‘구광모 체제’ 체질 개선한 LG, 내년엔 성과 낼 때

지난해 5월 구본무 LG 회장의 별세 후 그룹 총수에 오르게 된 구광모 회장은 올해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아버지 세대의 전문경영인이었던 6인 부회장단 가운데 하현회 現 LG유플러스 대표이사와 권영수 현 ㈜LG 대표이사,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만 남기고 모두 물러났다. 하현회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8월에 인사이동한 것을 감안하면 자리를 지킨 사람은 차석용 부회장이 유일하다. 

올해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와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나며 각각 정호영 사장과 권봉석 사장이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전략재무 전문가인 정호영 사장은 올레드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실적 부진에 빠진 LG디스플레이를 구제할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LG전자에서 올레드 TV의 성공을 이끌었고 장기침체에 빠진 스마트폰에 듀얼 스크린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권봉석 사장은 LG전자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인물이다. 

LG는 사장단을 포함해 연말 임원인사에서도 젊은 임원들이 각 계열사에 포진되면서 구광모 회장의 체질개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내년도 조직개편에 이를 반영한 만큼 일하는 방식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LG그룹은 내년 1월 신년사를 강당에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역점을 둔 미래사업에도 내년에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장부품은 LG전자와 LG화학(전기차 배터리)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올레드 역시 롤러블 TV와 투명 사이니지 등 신제품으로 성과를 낼 전망이다. 이밖에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보이는 라디오' 형식의 99차 행복토크를 하고 있다. [사진=SK]

◇‘사회적 가치·행복경영’ 비전 제시한 최태원 회장, 개인 가정사는 과제

1998년부터 그룹을 이끈 최태원 SK 회장에게 경영승계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때문에 최 회장은 그동안 강조한 사회적 가치와 행복경영을 내세워 새로운 경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납부, 교육제공,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며 ‘사회적 가치’의 비전에 대해 강조했다. 

SK는 올해 5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를 내세워 기업 경영성과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다”라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밖에 ‘행복경영’을 강조하며 연초에 임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토크’를 연 100회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세웠다. 이같은 공약에 따라 18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SK㈜ 등 주요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과 100번째 행복토크를 진행했다. 

최 회장은 100회차 행복토크에서 “구성원들의 긍정적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100번의 행복토크 매 순간이 인상적이었다”며 “SK가 추구하는 행복경영은 구성원 행복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와 행복경영 외에도 최 회장은 실질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하고 2022년부터 120조원을 투자한다. 또 독자신약을 개발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과 바이오 사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이 발목을 잡고 있다. 노 관장은 이달 초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맞소송과 함께 재산분할 청구를 제기했다. 노 관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이혼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42.3%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은 SK 전체 지분의 18.29%(1297만5472주)를 보유하고 있어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분할액은 SK㈜ 전체 지분의 7.73%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재산분할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재산분할이 이뤄질 경우 노 관장이 SK그룹의 2대 주주로 올라서기 때문에 장차 경영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도 내년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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