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LG전자가 의류건조기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하면서 생활가전 사업에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TV와 모바일 사업의 부진에도 생활가전으로 버텼던 LG전자에 위기가 닥친 셈이다. 

LG전자는 의류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불량 논란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위자료 10만원 지급’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 대신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겠다고 18일 밝혔다. 

LG전자는 “의류건조기의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발적 리콜을 실시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고객이 요청하면 제공해 왔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강화, 개선 필터 등 성능과 기능을 개선하는 무상서비스를 확대해 찾아가는 무상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서비스 홈페이지 게시, 문자메시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건조기를 사용하는 고객들께 무상서비스를 먼저 알리고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소비자분쟁조정위의 결정은 올해 7월 LG전자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 247명이 광고와 달리 자동세척 기능을 통한 콘덴서 세척이 원활히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자발적 리콜’은 어떤 상품에 결함이 있을 때 생산 기업에서 스스로 결정해 그 상품을 회수하고 점검·교환·수리해 주는 제도다. 

LG전자의 자발적 리콜 결정은 집단분쟁 조정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도 조정 결정의 효력이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247명 외에 해당 건조기를 구매한 모든 소비자들이 자발적 리콜 대상이 될 수 있다. LG전자가 2016년 4월 이후 최근까지 판매한 의류건조기는 모두 146만대이며 이들 모두 리콜 대상에 포함된다.

때문에 어떤 형태로건 리콜이 이뤄질 경우 비용의 발생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올 하반기 시행한 건조기 무상서비스 비용이 3분기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크게 줄었다. 올해 2분기 H&A사업본부 영업이익은 7175억원이었으나 3분기에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까지 맞물리면서 영업이익이 4289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이 실적은 전년 동기 4097억원보다는 다소 늘어난 수준이다. 

H&A사업본부의 이같은 실적은 앞으로 무상서비스 확대와 자발적 리콜의 여파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이 비용이 올 4분기에 반영될지 내년 1분기에 반영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전 무상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3분기에 반영됐다. 찾아가는 무상서비스와 자발적 리콜은 이제 막 추진하는 단계인 만큼 4분기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언제 반영되며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정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LG전자 의류건조기. [사진=LG전자]
LG전자 의류건조기. [사진=LG전자]

당초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000억원 내외로 전망했다.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TV의 수익성 개선과 V50S 씽큐(ThinQ), 듀얼 스크린의 성공으로 HE, MC사업본부의 실적이 개선돼 전년 동기 757억원보다 개선된 실적을 받아들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4분기에 자발적 리콜 비용이 반영될 경우 H&A사업본부의 실적이 더 악화돼 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 갤럭시노트7 리콜의 여파로 IM부문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다만 갤럭시노트7의 경우 ‘전량 리콜’이었다는 점에서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는 LG전자 의류건조기와 다소 차이가 있다. 

만약 리콜 비용이 1분기에 반영될 경우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에어컨 등 여름가전의 판매가 늘면서 생활가전이 성수기에 접어들고 도쿄올림픽으로 인한 글로벌 TV 판매가 늘면서 전사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역시 상반기 플래그십 판매 성과가 일부 반영돼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 

리콜 비용이 어느 시기에 반영돼도 LG전자에게는 부담스런 상황이다. 특히 TV 경쟁이 심화되고 스마트폰 적자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생활가전마저 주저 앉는 것은 실적 악화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는 수십년간 쌓아온 고객의 신뢰를 무너뜨리면 안된다는 판단에 리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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