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현종 기자] 올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크게 부진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대형마트와 편의점업계 희비가 엇갈렸다.

국내 내수 시장이 부진하면서 소비 위축도 심화되자 가족 단위로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실적도 하향 곡선을 보였다. 결국 업계 1위 이마트는 올 2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보이면서 대형마트 위기론이 재차 대두됐다.

반면 편의점업계는 실적 호조에 점포 수마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부진을 크게 비껴갔다. 1인 가구와 만혼·비혼 등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드물게 선전하고 있다. 11월에는 점포 수 경쟁에서 17년 만에 순위가 뒤집어지는가 하면, 국내 편의점업체 중 점포 수 1만개를 넘어선 세 번째 업체가 탄생하는 등 편의점 전성시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앞에 쇼핑카트가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앞에 쇼핑카트가 고객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부진 지속…수장 교체까지 이어져

대형마트업계는 2019년이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작년부터 감지됐던 대형마트업계 부진이 올해는 뼛속까지 깊게 파고들었다. 급기야 이마트는 2분기 창사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대비 실적이 하락하면서 침체기를 맞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이마트는 1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9% 하락을,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120억원을 기록해 작년보다 62.5% 내려앉았다. 

매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마트는 2조95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소폭 오른 데 그친 반면, 롯데마트는 1조6640억원으로 2.5% 하락했다. 홈플러스는 상장사가 아니어서 실적을 분기별로 공개하진 않지만,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 감소하면서 절반 이상이 뚝 떨어지면서 올해도 부진이 예상된다.

대형마트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급기야 수장 교체까지 이뤄졌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6년간 이마트를 이끌어온 이갑수 대표를 전격 교체,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부진 점포 정리와 인원 재조정 등을 예상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실적 부진에 대대적인 인사 교체가 예상된다. 지난 10월 말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롯데그룹은 19일 대규모 임원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특히 유통 계열사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그룹 내 부회장급인 사업부문(BU) 절반이 교체되고, 그룹사 전반으로 계열사 대표도 대폭 물갈이될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수장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대형마트업계는 3분기 내놓은 초저가 전략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전망이다.

8월 이마트에서 실시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5000원도 안 되는 와인부터 대용량 물티슈, 치약 등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대형마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해 판매 촉진에 나섰다. 그 결과 출시 100일을 맞은 지난달 12일 와인(84만병), 물티슈(130만개), 생수(340만병) 주요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며 선전했다.

롯데마트도 ‘통큰 할인’으로 맞불을 놨다. 10월 한 달간 벌여진 ‘통큰 할인’ 행사에는 1000억원 규모 물량을 투입해 할인 경쟁에 나섰다. 홈플러스도 11월 한 달 동안 ‘블랙버스터’ 행사를 여는 등 초저가 전쟁에 합류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초저가 전략을 구사하면서 조금씩 활로를 찾아가는 가운데, 온라인 전환까지 이뤄지면서 마트에 오지 않아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느라 노력 중”이라며 “2020년에는 초저가를 기본으로 한 PB(자체 브랜드)상품이나 온라인 판매 전략 등이 주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위부터) 편의점업체 CU, [사진=각 사]
(위부터)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편의점 간판. [사진=각 사]

◇편의점업계, 실적 순항에 가맹점수도 역대 최대치 달성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지만 유일하게 웃은 곳은 편의점업계였다. 3분기 기준 편의점 GS25가 롯데마트 매출을 넘어서는 등 편의점업계가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사이 편의점 점포 유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올해 실적과 규모에서도 큰 성장세를 보이며 17년 만에 1, 2위 업체 GS25와 CU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연말 계약 종료 후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이며  2020년 한층 치열한 경쟁 예고인 셈이다. 

지난 3분기 기준 GS25는 매출액이 1조8178억원으로 집계, 같은 기간 3.5% 늘었다. 영업이익도 898억원을 보여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다. CU는 영업이익이 6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조금 줄었지만, 매출액은 같은 기간 1조5828억원을 보이면서 2.8% 올랐다.

11월은 점포 수 경쟁에 있어 의미 있는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지난 10월 말까지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던 CU와 GS25가 11월 말 기준으로 순위가 뒤집어졌다. 2002년 CU가 1위로 올라선 이래 17년간 2위 자리에서 추격을 거듭하던 GS25는 11월 말 1만3899개 점포 수를 기록하면서 CU(1만3820)보다 79개 앞서며 선두로 올라섰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1만5개를 달성하면서 GS25와 CU에 이어 국내 편의점업체에서 세 번째로 ‘1만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989년 서울 방이동에서 세븐일레븐 첫 간판을 올린 이래 30년만의 업적이다.

편의점업계 ‘빅3’가 건재한 가운데 2020년 점포 수 유치를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로 대표되는 편의점업계에서 2020년 대규모 재계약 시즌을 앞두고 있어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편의점 재계약 물량은 2974개로 추산된다. 2021년에는 3617개, 2020년에는 4213개로 3년간 총 1만804개 점포가 타 편의점 브랜드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GS25와 CU가 연말을 앞두고 점포 수 순위가 뒤바뀌면서 신규 가맹점 유치 경쟁이 지금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후발주자인 이마트24도 2016년 이후 매년 천 단위로 점포 수가 늘어나면서 영역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과 더불어 기존 점포 유지와 신규 출점 등 경쟁이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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