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부품업계는 올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미국, 대만 등 국가들과 경쟁이 심화됐고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배제하며 우리 주력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고객사인 미국 인터넷 기업의 부품 재고도 쌓이면서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부품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함께 수입 경로 다변화를 하며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또 경쟁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라인업을 세분화 해 고객사의 요구에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엎친 데 덮친 반도체 업계, 해법은 기술 개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까지 슈퍼 호황기였다. 구글과 IBM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 관리에 들어가면서 수요가 줄어들어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다만 3분기 들어 모바일 고객사들의 고용량 스마트폰 출시가 늘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2TB 이상 고용량 SSD 수요가 늘면서 소폭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실적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부터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며 내년 하반기에는 예년 수준의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의 핵심 소재인 고순도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의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서 소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현재 앞선 3개 소재 이후 수출 규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았으나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만큼 앞으로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은 수입 경로를 다변화 하는 한편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수입 경로 다변화 외에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AI)과 5G가 산업의 중심이 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중심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까지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협업해 AI칩 ‘쿤룬’을 내년 3월 양산한다.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가 약 5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고객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TSMC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지키고 있다. 

또 소니가 장악하고 있는 이미지센서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올해 8월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샤오미 미믹스 알파에 탑재됐으며 내년 2월 공개를 앞둔 갤럭시S11에도 탑재될 전망이다. 

HBM2E. [사진=SK하이닉스]
HBM2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7월 D램 생산을 줄이고 CMOS 이미지센서로 생산라인을 전환했다. 사실상 ‘감산’ 조치에 들어간 셈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초당 460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HBM2E’의 개발에 성공하고 128단 4D 낸드 양산에 돌입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28단 4D 낸드와 동일한 플랫폼으로 차세대 176단 4D 낸드 제품도 개발 중이며 기술 우위를 통한 낸드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LG디스플레이]
[사진=LG디스플레이]

◇삼성, 중소형 디스플레이 ‘활짝’… LG, 올레드 전환 따른 비용증가 ‘침울’

디스플레이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2분기까지 부진했던 삼성전자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3분기 회복세를 보였다. 주요 고객사들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가 늘면서 디스플레이 판매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3분기 매출 9조2600억원, 영업이익 1조1700억원을 달성했다. 

4분기에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일부 라인 가동률 저하에 따른 비용 증가와 제품 라인업별 비중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디스플레이는 비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10월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QD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 투자를 발표하며 장기적인 성장 방안 모색에서 나섰다. 

QD디스플레이는 퀀텀 물질을 활용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번-인 현상이 없는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고 있다.

QD디스플레이 구조도. [사진=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LCD 패널 생산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이 커지면서 올레드 전환에 나섰다. 그러나 이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면서 올해 연속 적자를 기록해야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모두 77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으며 4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연속 적자의 여파로 올해 대표이사가 한상범 부회장에서 정호영 사장으로 교체됐다. 또 9월에는 LCD 인력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희망퇴직자 규모는 약 5000명으로 이는 전체 임직원의 약 1/6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전환이 마무리되고 LCD 감산에 따른 가격 증가의 영향을 받아 내년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TV 패널 가격이 캐시코스트를 하회하고 있어 원가 이상으로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6월 이후 중국, 대만 업체들의 감산 조치와 국내 업체들의 7, 8 세대 LCD 팹 가동 중단결정으로 패널 가격의 하락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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