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삼정호텔에서 ‘2019 석유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사진=유준상 기자]
17일 오후 서울 삼정호텔에서 ‘2019 석유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 수입을 전통시장인 중동과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도입 루트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해진 국가와 정해진 유전에서 들여오는 건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에스앤피 글로벌 플래츠(S&P Global Platts)의 이종헌 박사는 17일 오후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 석유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는 내년도 국제유가 전망, 석유 지정학 리스크 대응방향, 국내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종헌 박사는 “미국 셰일오일의 획기적인 증산, OPEC 중질유의 제제, IMO 2020 규제 등이 맞물려 중질유 가격이 하락하고, 경질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최근 석유시장이 맞은 가장 중요한 변화다”고 말했다.

이어 “IMO2020 규제 효과는 아직은 영향이 미미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날 것인데 황함량이 많은 연료 수요는 떨어지고, 황함량이 적은 연료 수요는 올라갈 것이다”며 “최근 싱가포르의 경우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미국과 중동에만 의존하지 말고 도입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진 국가, 정해진 유전에서 들여오는 것을 탈피해 다양한 유전을 연구해 우리 상황에 맞는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원유와 가지고 있는 생산 설비의 미스매치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 등도 원유를 도입을 해서 용처별로 최적화시킬 수 있는지가 정유회사들의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유국들도 점점 스스로 정제 설비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우리 정유회사들은 좀 더 세계 시장을 면밀하게 바라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2020년 한국이 처한 ‘석유의 지정학’을 항공에 빗대면서 “전반적인 날씨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나 필연적으로 난기류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며 “어떤 난기류를 통과해야 해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은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 요인을 미‧중 갈등을 꼽지만 에너지로 국한시키면 중동으로 귀결된다”며 “압도적인 원유 물량을 들여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 아람코 시설, UAE 푸자이라 항구 유조선에 대한 드론 공격이 중동 지역 불안정성을 키우는 대표적 사례다. 중동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올 때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하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최대 피해국이다.

이 교수는 미국이 탱크오일을 중심으로 한 생산량의 증가로 석유 수출 플레이어로 등극하면서 국제 석유시장의 판도를 주도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과거 중동 분쟁에 사활적 개입을 하던 것과 달리 최근 석유 자체 생산력을 확보하면서 중동에 ‘선택적 개입’을 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원유 우산’하에 있는 국가들은 미국의 선택적 개입이 상당한 많은 제약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제유가는 70달러를 육박한 전년 대비 9% 하락한 63.4달러로 하락했다. 브랜트유와 두바이유 간 가격차는 축소됐으며 WTI와 두바이유 간 가격차는 확대됐다.

이달석 에경연 본부장은 국제유가가 하락한 이유에 대해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이 금년 2분기까지 계속됐고, 미국과 이란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됐기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비OPEC의 원유 공급 증가도 두드러진다. 이 본부장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비OPEC권의 원유 공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작년에 비OPEC 전체 공급 증가량이 280만배럴이었는데 이중 미국이 220만배럴을 차지했다. 역대 한 개 국가에서 1년 동안 가장 큰 석유 공급 증가폭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에경연은 미-중 무역분쟁의 추후 합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내년에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나아진 3.4%를 낼 것으로 예측하면서 세계 석유 수요를 예년 평균 수준인 120만배럴로 전망했다.

미국의 미완결 유전(시추를 해놓고 완결시키지 않은 유전)은 2~3년전에 비해 30~4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시추 투자는 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완결 유전의 완결을 통해 내년에도 원유가 100만배럴 정도 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OPEC은 최근 감산 목표량으로 제시한 120만배럴에서 추가적으로 50만배럴을 더 감산하겠다고 결정했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OPEC+가 163만배럴을 감산한 것을 공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에경연은 내년 OPEC 원유 생산량이 금년보다 40만배럴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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