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펀드(DLF) 손실 사태의 후속조치로 은행 신탁판매를 금지하려던 금융위원회가 일부 허용으로 한발 물러섰다.

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이지만, 은행별로 연간 판매할 수 있는 잔액이 불공평하게 적용되는 동시에 사모와 공모 신탁 간의 개념 구분도 없는 땜질식 처방이어서 혼선이 일고 있다.  

12일 당국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안'에 따르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 5개(KOSPI200, S&P500, 유로스톡스50, HSCEI, 닛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형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는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앞서 신탁 판매 제한을 추진했지만 공모, 사모신탁에 대한 정확한 구분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조국펀드 사태로 인해 촉발된 자산운용 부문 감독 부실의 책임을 시중은행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중 은행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을 주로 판매해왔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를 웃도는 고난도 상품으로 사모 규제에 초점을 맞춘 당국의 조치에 희생양이 될 뻔 했으나 가까스로 피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신탁(ELT)의 규모를 11월 은행별 잔액 기준으로 제한하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전체 ELT 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 우리은행은 5조원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현재 잔액 6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국민은행도 불만이 크다.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파생상품(75조원 상당)을 판매한 은행으로서 우리·하나은행 두 곳으로부터 시작된 DLF손실 책임까지 떠앉게 됐다는 논리다.

또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을 차별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따른다. 한 금융소비자는 "기존 고객이 신탁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 신규로 계약할 자리가 없어진 것이 아니냐"며 "금융당국이 ELT를 마치 비트코인, 은행은 거래소 취급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이 사모신탁과 공모신탁의 구분을 여전히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은 그동안 외형적으로는 모집이지만 실제 계약은 개인별로 이뤄지는 ELT를 사모신탁으로 봐왔다.

하지만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사모펀드가 사모펀드답지 않게 팔린 게 문제"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은행의 사모신탁 판매가 마녀사냥당하는 모양새가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국펀드 사태로 증권·자산운용업에 대한 총체적인 감독 소홀이 드러난 가운데 DLF를 빌미로 은행만 잡으려다 보니 자꾸만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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