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주력 분야를 원전에서 풍력으로 궤도 변경하는 모양새다. [사진=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이 주력 분야를 원전에서 풍력으로 궤도 변경하는 모양새다. [사진=두산중공업]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국내 유일 원전 주(主) 기기 공급업체였던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으면서 에너지 신사업으로 진출 무대를 옮겨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지난 4일 ‘풍력발전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은 이번 MOU를 통해 강원도와 경북 지역에 총 설비용량 150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공동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과 한수원이 ‘풍력사업’으로 수주계약을 맺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기존 이들 기업 간에는 원전 수주계약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어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공신이다. 두산은 기기 제작을, 한수원은 원전 운영을 맡으며 토종 원전 유치에 이바지해왔다”며 “한국형 원전의 공신이나 다름없는 두 곳이 풍력사업으로 양해각서를 맺은 건 바꿔말해 원전을 앞으로 주력 분야로 여기지 않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산중공업은 내년 풍력 실적을 올해 대비 세 배나 높게 잡았다. 두산중공업은 풍력사업 수주목표액을 올해 1300억원 수준에서 내년 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에도 두산의 해상풍력 실적이 국내 1위인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과감한 스텝은 재생에너지의 주축인 풍력사업을 적극 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같은 두산중공업의 행보는 국내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두산중공업이 신한울 3·4호기 등 국내 원전뿐만 아니라 해외 수주에서도 빛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탈원전 이후 두산중공업의 해외 진출 현황을 보면 주력 분야인 대형 원자로는 전무하다. 소형 원전이나 원전 서비스 등 분야에 그쳤다.

지난 9월에는 영국에서 2000억원 규모의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프로젝트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프로젝트는 두산중공업의 주력분야 수주가 아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두산중공업의 주력인 원자로 분야에서 수주를 따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두산중공업의 해외자회사인 두산바콕이 힝클리 포인트 C 프로젝트의 서비스 계열을 맡은 것에 불과하다. 수주금액도 2000억원이지만 계약 기간을 쪼개면 연간 100억~200억원 사이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앞서 7월에는 미국에서 처음 건설되는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에 12억 달러(1조4300억원) 규모의 주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며 정부의 탈원전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단독수주에서 2~3조원 수익을 내던 과거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위기를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두산중공업의 실적은 원전 수주의 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32.9% 하락한 1389억원에 그쳤다. 수주잔고도 작년말 16조4000억원이었으나 올해 3분기말 14조6000억원으로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이 풍력 등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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