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 운동이 이어지며 일본 여행도 급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불매 운동이 이어지며 일본 여행도 급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올 한해 여행업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지난해 하와이 화산폭발, 오사카 태풍, 삿포로 지진, 사이판 태풍 등의 악재 속에서 하반기 내내 고전해왔던 여행심리는 올해도 회복되지 않았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일본 20~40% △남태평양 20~30% △미주 10~20%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여행사 부진에 대해 여행 소비 변화로 기존 패키지 감소와 개별자유여행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국민 해외 출국자수는 1500만명을 돌파하며 전년대비 4.9% 신장했고,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외여행 여행경험이 늘어나고 저비용항공(LCC) 프로모션 특가가 다수 판매되면서 자유여행으로 여행을 떠나는 비중이 커져가는 추세”라며 “여행사 역시 이러한 여행 소비 변화에 적응해 강점을 가진 부분은 살리고, 새로운 트렌드에도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사는 6월 하나투어여행박람회, 인터파크투어 온라인여행박람회 등 여름과 가을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한 이벤트 행사로 상반기 부진을 떨쳐내는 데 집중했다.

홍콩 시위가 무력충돌로 이어지자 외교부는 여행자제를 발령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무력충돌로 이어지자 외교부는 여행자제를 발령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상반기 부진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반기에 들어서자 본격적인 악재가 여행업계를 강타했다.

그 전에 상반기에 발생한 사건이나 5월 30일 참좋은여행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은 하반기 유럽여행 모객 침체로 이어졌다. 유럽여행은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누리며 객단가도 높고 패키지여행이 경쟁력을 지닌 우위 분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러한 중요한 한 축이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여행사들은 안전 강화 등에 나섰지만 여행을 유예하고자 하는 소비심리를 되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어 6~7월에는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 운동과 범죄인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시위가 동시에 시작됐다.

일본 불매 운동은 8.15 광복절을 점으로 심화되며, 이전과 달리 한층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끝내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고, 중장년층도 동참하면서 8월 이후부터 일본 여행상품 수요가 급감했다. 10월과 11월에는 전년대비 90%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백두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내외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9월 백두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내외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홍콩시위는 초반에는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정부청사 앞까지 행진하는 평화적인 형태로 진행됐다. 이에 한국 촛불집회를 떠올리며 여행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8월 이후 부상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최루탄, 물대포, 화염병 등이 동원되는 무력 충돌 양상으로 번지자, 외교부는 해외여행경보를 11월 들어 2단계인 ‘자제’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홍콩 역시 여행사 수요가 전년동기 대비 90% 감소한 상태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일본은 심리적 요인이, 홍콩은 물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데 어느 쪽도 전망이 어려운 상태”라면서 “홍콩이 평화적 시위로 지속됐다면 일본을 대신하는 근거리 여행 대체지가 됐을 텐데 여러모로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로 유럽 여행 심리가 다소 위축됐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5월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로 유럽 여행 심리가 다소 위축됐다.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올해 호재가 있었던 지역으로는 백두산과 베트남 다낭·하노이 등을 들 수 있겠다.

백두산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 방문 이후 큰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5월부터 이미 조기예약이 전년대비 70~100% 늘어났다. 최종적으로도 6~9월 사이 30% 전후 증가했다.

다낭은 가족휴양 여행지로 최근 3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다녀온 이들이 재방문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것도 이 여행지가 갖는 장점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간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하노이와 이웃한 하롱베이 등이 이슈가 되며 여행이 증가했다.

여행 전문가는 “작년과 올해 최저임금 인상 등과 경기 침체 등으로 여행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행사 수요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항공사도 일본 노선 등을 감편했고, 해외 출국자수도 8~10월 663만명이 출국해 전년대비 –6.5% 감소했다. 당분간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해외 출국자수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던 것은 지난 2008년과 2009년으로 리만 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며 원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다. 당시 2008년 10%, 2009년 20.9% 감소했다. 하지만 2010년에 다시 30%가 증가하며 300만명이 더 출국했다. 올해는 10월까지 누계로 2428만명이 출국해 전년이 1.6%가 증가했고, 현재 감소 추이를 감안하면 2869만명이었던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미미하게 역신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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