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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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키코(KIKO) 손실기업과 은행간의 해묵은 갈등이 11년 만에 일단락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일 오후 비공개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기업들이 입은 손실에 대한 은행의 배상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내려진 사건이어서, 피해보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키코사태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변동하면서 이에 투자한 900여개 기업이 최대 3조1000억원 규모 손실을 입은 사건이다. 이는 올해 8조원 상당의 손실 사태를 낳은 해외금리연계 파생펀드(DLF)와 유사하다. 
 
당시 키코 피해기업 100여곳은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2013년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그러던 2017년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금감원의 키코 재조사가 시작됐다. 

이번에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기업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곳이다. 이들의 피해금액은 약 1600억원에 달한다. 신한·하나·우리,·씨티·대구·산업은행 등 6곳이 이들과 분쟁조정을 진행해왔다.

환율이 정해놓은 녹인(KNOCK-IN), 녹아웃(KNOCK-OUT) 범주에서만 움직였다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환율급등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은행이 모를 리가 없었고, 국제금융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전문가인 기업에게 감추었을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은행에만 유리한 상품 구조도 문제였다. 환율이 하한선일 때도 같은 거래조건이었다면 기업은 낮은 환율로 매입해 높은 환율로 은행에 매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키코상품은 하한선일 경우 기업의 이익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상품이었다. 

투자 당시 기업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과 환율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은행도 옵션수수료에 따른 수익을 거두겠다는 판단이 앞섰을 것이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며 역대 최고 배상률을 기록한 DLF를 따라 잡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일 금감원은 앞서 제4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DLF 피해자들에게 40~80%의 금액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우리은행에 최대 80%, KEB하나은행에 최대 65%의 배상률을 부과했다. 

물론 민원별로 배상률이 다르고 최대 배상률은 불완전판매에 관련된 것이지만, 키코 사태가 DLF 사태와 매우 유사한 측면이 많은 만큼 이례적으로 높은 배상률이 내려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감원 규정상 불완전판매 건이 아니라면 보통 배상 비율은 평균 3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DLF 분정조정에서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에 상품 구조적 문제를 더해 8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판매 자체를 사기로 규정하지는 않아 전액 배상 건은 없었다. 

또 금융감독원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은행이 조정안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이미 법적으로 은행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이 났고, 소멸시효 10년도 지나 배상을 하면 오히려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은행측의 주장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는 이와 관련 "한국 법원은 키코 거래가 불공정거래임을 인정하지 않아 은행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며 "DLF 사태 재발을 보더라도 잘못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똑같은 잘못을 또 범하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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