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전기업에 손내미는 정부…국내 중소기업엔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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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전기업에 손내미는 정부…국내 중소기업엔 '희망고문'
산업부, 폴란드 이어 러시아에 세일즈 행보
  • 유준상 기자
  • 승인 2019.12.0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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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 세번째)이 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예드비가 에밀라비치 폴란드 개발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 세번째)이 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예드비가 에밀라비치 폴란드 개발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세계 원전기업들을 상대로 원전 세일즈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중소 원전부품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탈원전을 공식화한 형국에 우리 기업들에 살길을 찾아주겠다는 조치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외국 기업에도 무리한 요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 원전정책 담당 관계자는 국내 원전 부품 기업 8개사와 10일부터 12일까지 2박 3일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정부 원전산업 담당자들은 모스크바 로사톰 본사에서 알렉세이 리카체프 로사톰 회장 등 경영진과 대면한다. 로사톰은 러시아 정부(원자력부)에서 운영하는 국영 기업이자 세계 최대 원전 건설사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중국, 인도, 터키, 이란 등 12개국에서 36기에 달한다. 또 50여 개국에서 원전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주액 기준(1335억 달러·약 159조5000억원)으로 세계 1위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나갈 때에 부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만 영업을 해왔던 중소 원전 부품 기업들이 세계 굴지 기업의 원전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자리”라며 “로사톰 본사와 자회사 관계자를 국내 원전 부품 기업들과 만나게 해주는 칵테일 파티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로사톰 방문에 앞서 폴란드도 방문해 국내 원전 기업 세일즈를 펼쳤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지난 3일 폴란드를 방문해 예드비가 에밀라비치 폴란드 개발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차관은 원전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부탁하고 한국 중소 원전 기업들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폴란드 에너지부는 2043년까지 원전 6기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 원전 건설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세계 방방곡곡 원전 세일즈에 나선 것은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 원전 부품업체에 살 길을 열어준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포한 2017년 국내 원전 산업의 매출은 23조8855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줄었다. 원전 산업 매출 감소는 통계가 집계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탈원전 여파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되고,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이 무산된 데 따른 영향이다. 대형 원전 건설이 무산되면서 연쇄적으로 주기기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수백 곳의 원전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 돼왔다.

하지만 탈원전으로 원전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킨 뒤 수출의 길을 열어준다는 정부의 논리는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원전 산업체를 일굴 비전과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원전 세일즈를 몰아붙이는 건 외국 원전 기업엔 무리한 요구가 될 수밖에 없고, 국내 원전 업체에는 ‘희망고문’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탈원전 정책의 근본적인 대책이라기 보다는 메말라 가는 원전 관련 종사자들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액션에 불과하다”며 “탈원전 정책을 내려놓지 않는 한 원전 세일즈는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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