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는 벌레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대신 기생충이나 그와 유사한 존재로 인한 드라마를 보여줄 뿐이다. [사진=CJ ENM]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벌레’. 곤충을 비롯해 기생충과 같은 하등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단어에는 ‘곤충’의 뜻이 포함돼있다. ‘곤충’은 곤충강에 속하는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메뚜기나 벌, 바퀴벌레, 파리, 모기 등도 모두 곤충이다. 

이들은 인간들과 어울려 살지만 작은 체구 덕분에 대체로 무시당하고 산다. 인간이 만든 ‘벌레 잡는 도구’만 해도 여러 수십 가지이며 벌레를 잡는 기업은 꽤 영향력 있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벌레보다 강하다”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이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초대형 벌레’가 등장한 피터 잭슨의 ‘킹콩’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과학자들은 “벌이 멸종되면 식량(곡식)의 재배가 어려워져 인류가 멸종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벌뿐 아니라 꽃의 수정을 돕는 나비 역시 멸종된다면 인류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벌레라는 녀석은 참 묘하게도 너무 적거나 너무 많아도 인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벌레가 많아서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메뚜기 떼 습격’이 가장 대표적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이 재앙은 최근에도 러시아와 마다가스카르, 전남 해남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성서’를 기반으로 한 리들리 스콧의 영화 ‘엑소더스’에서도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농작물이 초토화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메뚜기 떼의 습격은 이상기후와 참새 개체 수 감소 등이 원인이다. 간단히 말해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메뚜기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엑소더스:신들과 왕들'
'엑소더스:신들과 왕들'.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이것은 메뚜기뿐 아니라 깔따구 떼의 습격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하천 인근 동네에서 가끔 일어나는 깔따구 떼의 습격은 하천에 유입된 폐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즉 어떤 벌레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무리지어 인간의 터전과 식량을 습격한다면 그것은 환경이 기형적이라는 증거가 된다. 

여기에 벌레가 옮기는 전염병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지카 바이러스는 증상이 약하고 치사율도 낮은 편이지만 어린이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다만 임산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태아에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발달장애 등 뇌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스키토’와 ‘스키터’ 등 20세기 미국 B급 공포영화들은 간혹 모기의 공포를 다루기도 한다. 이들 영화는 주로 모기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병의 공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창작물에 등장하는 모기가 악역이 아닌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그나마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서 호박 속의 모기는 공룡을 재탄생 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만 이후에 일어난 대사건을 감안한다면 모기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공룡을 다시 살려냈다는 점은 공룡이 다시 지구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창작물에서 모기가 이처럼 악당인 이유는 그만큼 인류가 모기를 싫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류는 모기를 인위적으로 멸종시키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영화 '연가시'. [사진=CJ ENM]

2016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이 소개됐다. 이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 조작 모기를 만들어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를 모조리 멸종시키는 기술이 연구 중이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이 기술을 실험한 결과 모기 유충의 82%가 멸종하는 효과를 보였다. 

다만 모기가 인간에게 해롭기는 하나 자연 생태계에서 기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모기를 멸종시키는 것은 현재 논란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네티즌들은 거미를 활용해 모기를 퇴치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리 많은 곤충’을 무서워하는 인간 때문에 거미 역시 영화에서는 악당인 경우가 많다. 

한 때 헐리우드의 주류 세력이었던 ‘스필버그 사단’의 핵심 멤버인 프랭크 마샬이 연출한 몇 안되는 영화 중 ‘아라크네의 비밀’이 거미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영화다(프랭크 마샬은 캐슬린 케네디와 함께 스필버그 사단 영화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거미가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 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스파이더맨’을 이 종류에 포함시킨다면 바뀔 수 있지만)이자 거미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피해야 할 영화기도 하다.

앞서 거미와 모기를 언급하면서 ‘인간을 위협할 곤충의 끝판대장’에 해당하는 바퀴벌레가 빠진 것은 의아할 수 있다. 거미가 인간을 공격하는 경우는 기껏 해야 ‘맨인블랙’이 전부다. 그나마 여기서도 바퀴벌레를 외계생명체로 묘사했다. 

'설국열차'에서 인류의 식량을 대체할 단백질원. [사진=CJ ENM]

바퀴벌레야 지저분한 생김새와 미칠 듯한 번식력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극혐 곤충’으로 우승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바퀴벌레 때문에 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라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오히려 옛날 영화 ‘조의 아파트’에는 바퀴벌레를 친근한 동거인으로 묘사했으며 ‘설국열차’에서 바퀴벌레는 ‘훌륭한 단백질원’이다. 

게다가 이 녀석들의 ‘미칠 듯한 생존능력’은 인간들도 본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아마도 인류가 멸종된다면 세상의 주인이 될 녀석들인 것은 분명하다.

모기와 거미, 바퀴벌레 등 ‘어딘가 써먹을 구석이 있어 보이는 벌레’들도 있지만 ‘기생충’이라는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의 몸에 붙어서 사는 이 벌레는 인류와 자연에게 어떤 필요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진화론적으로 기생충은 생존을 위해 포유류의 몸속에 서식하도록 발달했으며 어떤 기생충의 경우 자신의 필요에 따라 숙주가 죽지 않도록 살려두는 역할도 한다(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기 때문이다). 다만 ‘연가시’의 경우처럼 몸의 주인이 바뀌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현상 때문에 기생충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이 글에서는 벌레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진 않다. 그저 “인간은 벌레보다 강하다”라는 명제가 맞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인간은 벌레보다 강하지 않다. 벌레는 인류의 생존여부를 결정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벌레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할 일이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