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DS 공장 건설 현장. [사진=유준상 기자]
VRDS 공장 건설 현장.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지난달 27일 방문한 SK에너지의 울산 콤플렉스(CLX)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은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했다. 울산CLX는 SK에너지의 최대 생산 거점이다.

기자가 찾았던 시점, 전체 공정에서 가장 큰 설비인 반응기(Reactor)에 연관 공정을 연결하는 배관작업과 계기, 보온재 설치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반응기는 VRDS의 원료라 할 수 있는 감압 잔사유로부터 황을 제거하는 반응기로, VRDS 공장 핵심 설비다.

SK에너지가 VRDS 건설에 나선 배경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 함량 규제가 있다. IMO는 2020년부터 선박유 황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한다. 이에 SK는 규격에 부합하는 해상유 공급을 위한 설비 건설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이다.

문상필 SK에너지 공정혁실실장은 “VRDS는 IMO 규제 시점에 맞춰 내년 1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며 “내년 2월부터 황 함량이 확연히 줄어든 저유황연료유(0.5%LSFO)를 4만배럴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최근 친환경 위주의 사업 구조 재편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음에 따라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전통 기간 산업들도 발맞춰 혁신해야 한다는데 확고한 철학을 굳혔다.

SK에너지는 “석유사업은 원유를 원료로 하는 사업 특성 상 환경 영역의 부정 효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라면서도 “SK는 외려 2020년 시행되는 강력한 해상유 환경 규제를 자사의 그린 밸런스를 완성할 기회로 인식하고 친환경 제품 생산을 통해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집중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VRDS를 통해 사업 본연의 경제적 가치를 키우겠다는 포부다. 문상필 실장은 “이 사업이 마무리 되면 연간 2000억원, 시장 여건이 좋으면 연간 3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최대규모 투자 석유사업 프로젝트…2019년 1월 ‘기계적 완공’

SK에너지는 2017년 11월 약 1조원을 투입해 울산CLX 내에 VRDS 건설에 돌입했다.

SK에너지는 초기 VRDS 가동 효과 극대화를 위해 엄격한 안전·보건·환경(SHE) 관리, 설계·구매·건설 기간 단축, 완벽한 품질관리 실행 등을 통해 완공 시점을 내년 1월로 3달가량 앞당겼다. 시험가동을 마친 후 내년 3월부터는 일 4만 배럴에 이르는 저유황유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VRDS는 총 건설기간 29개월, SK울산 CLX 내 2만5000평 부지에 건설 중인 친환경 미래 핵심 설비다. 2008년 약 2조원을 투자해 가동을 시작한 제 2고도화설비(FCC, Fluidized Catalytic Cracking, 중질유 촉매분해공정) 이후 SK에너지의 최대 석유사업 프로젝트다.

실제로 설비를 연결하는 배관 길이만 총 240km로, 북한산 백운대 높이의 287배에 육박한다. 토목 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부피도 2만8000㎥에 이른다. 이를 운반하려면 레미콘 4700대가 필요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또 전기, 계장 공사에 들어간 케이블 길이는 1100km로 서울-울산간 거리의 3배이며, 설치된 장치들의 총 무게는 15톤 관광버스 1867대 무게인 2만8000톤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다.

공장 건설에 투입된 각종 설비들의 크기만큼 대규모 노동력도 투입됐다. SK 관계자는 “VRDS 프로젝트에는 총 33개 업체가 시공에 참여 중이며, 2018년 1월 공사 시작 시점부터 2020년 완공 시까지 일 평균 1300명, 누적 총 88만명의 근로자들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이는 지난 3월 SK에너지와 울산시가 체결한 ‘지역 일자리창출 MOU’에 따른 것이다. SK에너지는 공사기간 동안 투입되는 업체, 인력을 가급적 울산지역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 자동차 등 울산지역 주력 업종의 부진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 현장 관계자가 VRDS 신축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SK 현장 관계자가 VRDS 신축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VRDS, 저유황유 중심 선박유 재편에 석유사업 활기 찾아줄 ‘구원 투수’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국제해사기구) 2020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규제로 꼽힌다. 규제에 따르면 해상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SOx) 배출량 저감을 위해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홤량이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된다. 이에 따라 선박유 시장은 기존 벙커씨(B-C)유 등 고유황 중질유 수요가 축소되고 저유황 중질유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SK에너지가 건설 중인 VRDS는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0.5% 저유황 중질유(Low Sulfur Fuel Oil), 선박용 경유(Marine Gas Oil) 등 하루 총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어 IMO2020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설비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친환경 저유황 연료유 사업이 최근 유가 변동성 확대 및 글로벌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 온 SK에너지 석유사업에 새로운 성장과 수익 창출을 위한 확실한 구원 투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PIRA, Facts Global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2019년 전망자료를 통해 2020년 이후 대체 되어야 하는 선박용 고유황유 규모가 일 3.5백만 배럴에 이르며, 이 중 약 56%인 일 200만 배럴이 저유황유 혹은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박에 부착하는 탈황 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한 선박들은 변동없이 고유황 중질유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 대비 설치 추세가 더뎌 저유황 중질유 공급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 일부 선사들은 시행과 관계 없이 기존 고유황 중질유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국에서 강력한 규제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동남아 물류 허브인 싱가폴은 연안 입항 규격을 강화함과 동시에 IMO2020 위반 시, 2년 이상의 징역 입법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해상유 수요 변동을 예측한 SK에너지는 석유제품 수출 전문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SKTI)과 협업해 일찌감치 내년 수요 확대를 감안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TI는 이미 한국에서 18개 선사와 저유황유 장기 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저유황중유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 33백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선박 연료유 시장은 단일 시장 기준으로 육지 연료유 보다 큰 시장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업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 초대형원유운반선) 선박 1척이 하루에 사용하는 연료량은 450배럴로, 4200cc 승용차량 약 1만7000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이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유준상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유준상 기자]

VRDS는 ‘DBL 시행 첨병’…“환경분야 사회적가치까지 두 마리 토끼 잡는다”

SK에너지의 VRDS는 배터리, 소재 사업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사업 확장을 목표로 시행 중인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체화 시킬 사업 모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기자간담회에서 환경분야 부정효과를 상쇄하는 ‘그린 밸런스’ 전략을 밝힌바 있다.

SK에너지는 VRDS 설비의 성공적인 상업 가동을 시작으로, 사업 특성 상 불가피하게 마이너스로 산정된 사회적가치를 상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가 생산하게 될 황함량 0.5% 저유황중유는 기존 3.5%인 고유황중유 대비 황함량이 1/7에 불과하다. 고유황중유를 저유황중유로 대체하면 황산화물 배출량은 1톤 당 24.5KG에서 3.5KG으로 약 86%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해 DBL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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