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데이터 없는 나라'를 위한 AI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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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이터 없는 나라'를 위한 AI는 없다
  • 송혜리 기자
  • 승인 2019.11.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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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1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날.

갑자기 불어닥친 훈풍이 어색했지만 오랜만에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 탁자 위에 올려진 것이 반가웠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을 통과를 누구보다 기다리던 한 대기업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워낙 급하잖아요”라는 말부터 내뱉었다. 한 시가 급하단다. “이번에 통과가 안되면 언제 또 이만큼 불을 지펴 논의 탁자 위에 올릴지 모르는 일이니까요”라고 하는 말이 마치 ‘이제 제발 처리 좀 하자’는 투로 들린다.

그간 인공지능(AI)·빅데이터 업체들은 줄기차게 ‘데이터가 없다’는 말을 했다. 데이터가 있어야 빅데이터가 있고 빅데이터가 있어야 AI도 있다면서. 이 세상에 넘치고 넘치는 게 데이터인데 왜 데이터가 없을까 했지만 ‘사업에 쓸만한 데이터가 없다’고 부연했다.

쓸만한 데이터는 그것을 계산하고 가공해 새로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 알맹이 있는 정보. 그런데 이 알맹이 있는 정보가 데이터 3법으로 묶여있는 것이다. 타이어 사업을 하려고 설비 사고, 사람 다 뽑아놨는데 정작 고무가 없는 격이다.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 꿈을 꾼 것도 잠시, 또 좌초 위기다. 개정안 통과를 논의할 국회 본회의가 당장 내일(29일)인데 여당이 하자고 하면 야당이 답이 없고 야당이 하자고 하면 또 여당이 묵묵부답이다. 개정안은 법안 심사소위원회,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부쳐지는데 개인정보 보호법 이외 신용정보법과 정보통신망법은 위원회 문턱을 넘기는 커녕 일정도 못 잡고 있다.

또다시 국회가 공전하는 사이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기회를 노리는 AI·빅데이터 업체들은 목이 탄다. 상황이 이래지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나서기까지 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데이터 3법 개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박 회장은 “데이터 3법이 이대로 가다가는 자동폐기될 거 같다”며 “데이터 산업은 미래 산업의 원유라고 하는데 원유 채굴을 아예 막아놓은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산업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아득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미국과 중국, 일본은 일찌감치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서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반도체 수출 하락으로 국가 ICT 수출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다면서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인 것에 공감한다면, AI 이외에 우리가 국가 미래를 걸어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거라면 AI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가 할 일이다.

부작용이 있다면 AI 개발자와 학자, 업자, 시민단체 의견을 들어 대안점을 찾으면 될 것이다. 문제를 만든 당사자는 엄중하게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하면 된다. 무턱대고 국회에서 정치싸움으로 뭉개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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