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뒤쪽은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뒤쪽은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신탁 판매 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국펀드와 해외금리연계파생펀드(DLF) 손실 사태로 인해 촉발된 금융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6일 5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은 금융위원회에 "공모, 사모신탁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판매 프로세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요청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신탁에서 공모형을 분리할 수 있다면 그 부분은 장려하고 싶다"고 언급했지만, 신탁을 공모형·사모형으로 나누는 기준이 불명확한만큼 그간 일방적으로 당해왔던 금융가의 반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앞서 "사모펀드가 사모펀드답지 않게 팔린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판매금지 대상은 사모 상품으로 그 중에서도 파생상품"이라는 것이 은 위원장의 설명이었다. 즉 은행들은 이 점을 문제 삼아 가이드라인을 요구했지만 은 위원장이 "은행들이 '신탁 상품이 다 죽는다'고 (금융당국을) 협박해선 안된다"며 으름장을 놓으면서 상황은 험악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조국펀드 사태로 드러난 감독기관의 부실관리 책임의 불똥을 은행으로 떠넘기기 위한 반응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융지주 한 임원은 "합리적 성향으로 알려진 은성수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적반하장"이라며 "자산운용 부문 감독 부실의 책임을 시중은행에 떠넘기려는 강압적 태도"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의 공격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엊그제까지 잘못했다고 빌었던 사람들 맞나 싶다. 은행이 잘못해서 시작된 일인데 갑자기 은행들이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가 된 것 같다"며 노골적으로 날을 세웠다.

은행권은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을 주로 판매해왔다. 다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를 웃돌기 때문에 ELT 역시 고난도 상품으로 판매 제한 대상이 된다는 것이 당국의 주장이다.

도마에 오른 것은 상장지수펀드(ETF) 신탁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고객 신탁 계좌를 열어 ETF를 편입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겨왔다. ETF신탁은 별도 증권계좌 개설 없이 접근성이 은행에서 쉽게 ETF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있었지마누 금융당국이 '사모신탁'으로 분류하면서 소멸 위기에 처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ETF신탁은 코스피200 지수 추종 상품 외에도 다양하다. 국내 상장 ETF 숫자가 300개를 넘어서면서 투자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 편입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졌지만 금융당국의 제재가 현실화되면  은행들은 42조원 규모의 시장을 날리는 셈이다.

한편 판매 규제를 둘러싼 금융갈등이 심화되면서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 등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사모 상품에 대한 시비도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태 의원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감원에 신고된 경영참여형PEF는 약 600곳인데 사실상 명칭만 보고돼 아무런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서면조사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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