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오브 맨' 속 인류 구원의 '열쇠'를 가진 소녀 '키'. [사진=영화사 마농]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출산율 저하’에 대해 아직 미혼인(당연히 자녀도 없는) 본 기자 입장에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저성장 시대에 할 일은 더 많아지고 세상은 더 험악해지고 있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데 한 평생을 바치는 것보다는 ‘나의 행복’이 더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고생은 다 하고 살았던 부모세대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 일에는 기대보다 두려움이 더 따르기 마련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더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희생을 하기에는 지금 가지고 있고 누리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출산율 저하가 인류의 멸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은 꽤 황당하게 들린다. 출산율이 줄어들더라도 누군가는 아이를 낳을테고 그 아이는 인류를 종속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이야기지만 최초의 인류가 남자와 여자 단 두 명으로 시작된 점을 감안한다면 지구상에 남자와 여자 단 두 명만 남아있어도 인류는 종을 이어갈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런데 만약 인류가 출산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면 어떨까. 알폰소 쿠아론의 2006년작 ‘칠드런 오브 맨’은 2027년을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미래에는 전세계 모든 여성들이 임신의 기능을 상실해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그런 시대에 한 소녀가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정부요원인 주인공 테오(클라이브 오웬)는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칠드런 오브 맨’에는 왜 여성들이 임신 기능을 상실했는지 언급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이러스거나 질병의 후유증일 수 있다. 영화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 보면 ‘출산 기능 상실’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영화 속 2027년의 런던은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는 시대다. 빈부격차는 극에 달했고 반정부시위가 시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불안한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검문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사람들은 가난과 정부의 공포에 이중으로 떨어야 했다. 

아프리카코끼리. [사진=픽사베이]

때문에 ‘출산 기능 상실’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영국 ‘타임즈’의 2016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아프리카에서 ‘상아 없는 코끼리’가 급증하고 있다. 

2016년 세계 자연보전총회 아프리카코끼리 조사에 따르면 1930년대 약 300만 마리였던 코끼리가 1981년 130만 마리, 1986년 75만 마리, 2016년 35만 마리로 줄었다. 코끼리의 상아를 노린 밀렵꾼들의 무분별한 학살로 코끼리가 상아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진화론은 환경에 맞춰 이뤄진다. 모든 생물은 생활환경에 적응하면서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한다. 환경에 적응한 동물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동물은 도태돼 멸종된다. 코끼리가 상아 없이 태어난다는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학살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진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생존을 위해 출산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겠지만 현대사회에서 출산과 육아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산후 우울증’ ‘육아 우울증’이라는 질병으로 불리기도 하며 심할 경우 아이를 데리고 자살하거나 아이를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사실상 출산과 육아가 부모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칠드런 오브 맨’ 속 런던처럼 불안한 사회가 찾아온다면 인간이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방향 중 출산을 하지 않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종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능성이 아주 낮은 이야기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인간성의 상실’과 ‘태양의 변화’로 인한 인류의 멸종만큼의 가능성은 가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출산과 육아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코끼리의 경우 시조인 메리티리움이 지금의 코끼리로 진화하기까지 5000만년이 걸렸다. 그러나 서양 부자들이 코끼리 상아를 장신구로써 관심갖기 시작하고 그에 따른 밀렵이 일어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불과 100년새 ‘상아 없는 코끼리’로 진화한 것이다. 

벌써부터 ‘출산 기능 상실’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출산율 저하’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제도의 책임이자 출산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과거보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저성장에 더 많은 육아·교육비용이 발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범죄는 더 악랄해지고 아이들은 가정이나 거리, 어린이집에서 학대의 위협에 노출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는 이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가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 시작하는 순간 부모의 일상과 행복은 저 깊은 곳으로 묻히게 된다. 우리네 부모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다음주에는 ‘스마트폰’에 따른 인류 멸종의 가능성을 다뤄보겠다.

어쩌면 우리는 2027년의 런던과 꽤 근접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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