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콩시위로 전철역·도로 폐쇄되고, 상점 문 닫고 “여행 위약금 내도 가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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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홍콩시위로 전철역·도로 폐쇄되고, 상점 문 닫고 “여행 위약금 내도 가지 말아야”
홍콩 당국 17일 저녁부터 이공대 학생 진압 나서…5일째 침사추이 등 곳곳 불바다
버스·전철 이용 불가시 스타페리·공항철도 우회 가능…무장경찰·시위대 자극 말아야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9.1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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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밤 홍콩 나단로드, 시위대가 도로에 돌을 놓아 경찰차 출동 방해에 나섰다. [사진=이지혜 기자]
18일 밤 홍콩 나단로드, 시위대가 도로에 돌을 놓아 경찰차 출동 방해에 나섰다. [사진=이지혜 기자]

[홍콩=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Be safe(안전하기를)!”

홍콩이공대 진압 작전 이틀째인 18일 저녁 7시 40여분께 몽콕역 플랫폼에서 만난 홍콩 직장인 캐서린은 우리가 무사히 호텔로 귀환하길 빌었다. 우리는 그와 헤어져 곧장 10여분 전에 출발했던 홍콩섬 센트럴역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사태 변화는 급작스러웠다. 앞서 센트럴역에서 출발한 7시 30분께 홍콩지하철 MTR앱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침사추이역은 폐쇄됐지만, 호텔에서 7분여 거리인 조던역은 이용 가능했다. 센트럴역 안내방송에서도 침사추이와 야마우테이역 폐쇄만을 알린 터였다.

하지만 우리가 탑승한 MTR은 조던역을 그대로 무정차했고, 할 수 없이 3정거장 떨어진 몽콕역에 내려 대책을 의논했다. 생면부지 캐서린이 우리에게 갑자기 말을 걸어온 것은 이때였다. 외국인 둘이서 심각한 표정으로 있는 것을 보고는 도움을 줘야겠다 여겼을 테다.

그는 우리 숙소가 침사추이에 있다고 하자, 여기 몽콕역에서 나가 호텔까지 걸어가면 안되고 다시 MTR로 센트럴에 돌아간 후 밖으로 나가지 말고 그대로 지하 연결통로를 통해 홍콩역에 가라고 했다.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당부한 이유는 이때는 홍콩섬에서도 저녁 집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준 덕에 우리는 경황이 없는 가운데도 단숨에 IFC몰로 이동했다.

홍콩섬과 침사추이를 연결하는 스타페리.  18일 저녁 전철역이 폐쇄돼 사람들이 몰렸다. [사진=이지혜 기자]
홍콩섬과 침사추이를 연결하는 스타페리. 18일 저녁 전철역이 폐쇄돼 사람들이 몰렸다. [사진=이지혜 기자]

IFC몰 B2출구는 홍콩섬과 침사추이를 오가는 스타페리 선착장 피어7까지 직통 육교로 연결돼 있다. MTR과 도로가 끊겨도 스타페리를 통해 양 지역 이동이 가능하고 편도 요금은 3.1홍콩달러(467원)다.

B2출구를 나서자 눈앞에는 마치 난민이 피스보트를 기다리듯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매항차 페리 크기에 따라 200~500명 탑승인원이 간격을 두고서 빠져 한 번씩 전진할 수 있었는데, 그조차 혹시 페리 운항이 갑자기 중단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노심초사해야 했다.

마침내 스타페리에 탑승하자 불안에 휩싸이지 않도록 우리는 쾌활해야만 했다. 홍콩 영화 '영웅본색' 주제가 ‘당년정’을 유튜브에서 찾아 배경음악으로 틀고 홍콩 야경 속에 침사추이로 향하는 전경을 촬영해 지인에게 우리가 무사함을 알리는 영상을 보냈다.

18일 밤 침사추이역이 위치한 나단로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했다. [사진=이지혜 기자]
18일 밤 침사추이역이 위치한 나단로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했다. [사진=이지혜 기자]

그렇게 8분여 만에 도착한 침사추이 선착장을 나서자, 그곳은 방금전 떠나온 홍콩섬보다 한층 혼란스러웠다. 선착장 앞 솔즈베리로드에는 교통체증에 발이 묶인 차들이 가득했고, 거리에는 마스크를 쓰고 우산을 든 이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이슬람사원 인근에 위치한 호텔까지는 도보 1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로 그물망처럼 여러 길이 뚫려 있었지만 어디든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직선대로인 나단로드를 돌파하기로 택했다. 이곳 역시 시위대에 점거돼 있었다. 한쪽에서 사람들이 웅크리고 보도블록을 뜯어내 도로 위에 뿌리는 작업을 계속했는데 경찰 차량이 오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호텔로 발걸음을 분주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시위대를 촬영하면 사복경찰로 오해받아 구타당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떠올리며 그들을 응시하지 않고 이동에만 집중했다. 이따금 시위대가 동시에 외치는 소리에 자연히 쳐다보게 됐는데, 그들은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결연한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18일 밤 카메론로드를 메운 시위대. [사진=이지혜 기자]
18일 밤 카메론로드를 메운 시위대. [사진=이지혜 기자]

센트럴역에서 카메론로드에 위치한 호텔까지 본래 20분이면 귀환할 수 있는 동선이었지만 이날 귀환한 것은 2시간여가 지난 9시 38분께였다. 저녁도 못먹은 우리는 편의점에 들러 뭔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순진하게 기대했지만 모든 상점은 셔터를 내리고 굳게 닫힌 채였다. 식당도 미니바도 없는 소규모 호텔인지라, 객실당 제공되는 생수 2병과 선물로 구입한 아몬드쿠키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호텔 직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 일대에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어떻게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니 나가지 않는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튿날인 19일이 귀국일이어서 공항 이동에 필요한 상황 파악을 위해 TV를 켜 시위현장 라이브 방송을 찾고, 이따금 호텔 창밖을 내다봤다. 우리가 들어온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상황이 또 급변해 있었다.

거리에는 방금전과 달리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 있었다. 경찰과 대치 중인 현장에 물과 우산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18일 라이브로 시위현장을 보여주는 홍콩 현지 방송.  무장경찰과 우산 든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18일 라이브로 시위현장을 보여주는 홍콩 현지 방송. 무장경찰과 우산 든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이때 TV에서는 무장 경찰이 홍콩이공대에서 학생을 줄줄이 연행하는 모습과 학교 앞에서 오열하는 부모 모습이 번갈아가며 나왔다. 또 조던역, 몽콕역, 침사추이, 호만틴 등에서 무장경찰과 우산을 든 시위대가 대치하는 상황도 비췄다. 때때로 화영병을 던지기도 했지만 시위대는 총을 든 경찰 앞에 서서 우산으로 몸을 가린 것이 전부였다. 창밖에서 시위대가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피로한 밤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 7시, 깜빡 잠이 들었다 깨 창밖을 내다보니 직전 새벽까지도 거리를 메웠던 시위대가 사라졌다. 우리는 조던역이 다시 개방된 사실을 MTR어플로 확인하고 호텔을 나섰다. 도로에 승용차들이 다니기도 했지만 대중교통 버스는 운행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센트럴역으로 이동해 공항급행철도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호텔 앞 침사추이역 출구는 여전히 죽창과 벽돌로 막혀 있고 폐쇄 상태로 이용이 불가능했다. 조던역으로 가는 도중 곳곳에서 전날 시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도로에 놓았던 돌을 치우는 사람들이 있었고, 전소된 버스가 정류장에 철골을 드러낸 채 방치된 채였다. 이날은 화요일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hkmap live는 경찰 위치 등 시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사진=이지혜 기자]
hkmap live는 경찰 위치 등 시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사진=이지혜 기자]

잠시 후 단 8분 만에 해저를 통과해 도착한 홍콩섬 센트럴역 일대는 일부 역출구가 폐쇄돼 있는 것을 제외하면 침사추이와는 딴 세상인 듯 느껴졌다. 퀸즈로드에는 출근하는 직장인과 여행을 온 관광객, 휴교령으로 친구끼리 놀러나온 어린 학생이 뒤섞여 있었다. 홍콩역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면 됐기 때문에 우리는 오전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타이쿤, 소호, 란콰이퐁 등을 거닐었다.

비일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평온한 가운데도 수시로 스마트폰에서 온라인 지도 서비스 hkmap live(에이치케이맵 라이브)를 확인했다. 경찰과 시위대 간 정보 편차를 줄이고자 KUMA(쿠마)라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경찰), 공룡(무장 경찰), 경찰차, 길 봉쇄, 물대포, 최루탄 등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지도 속 구룡반도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줄곧 공룡이 출현했고 불바다였다.

센트럴 페더스트리트에서 있는 '점심 함께 먹기 운동' [사진=이지혜 기자]
센트럴 페더스트리트에서 있는 '점심 함께 먹기 운동' [사진=이지혜 기자]

낮 12시 30분 무렵 우리는 공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센트럴역으로 향했다. 페더스트리트에는 이곳 금융가 직원들이 참가하는 ‘점심 함께 먹기 운동’이 매일 진행되고 있다. 이 때 IFC몰로 향하는 육교에 아침에는 볼 수 없었던 시위 진압 경찰이 포진해 있었다.

홍콩역으로 향하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루이비통과 티파니매장 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경찰 한 명이 다가와 “여기는 위험하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고 경고했다. 아직 30분 정도 더 여유가 있었지만 다른 행인들과 마찬가지로 즉시 그곳을 떠나야 했다.

18일 밤 대치로 전소된 버스와  폐쇄된 침사추이역. [사진=이지혜 기자]
18일 밤 대치로 전소된 버스와 폐쇄된 침사추이역. [사진=이지혜 기자]

범죄자 송환법 입법 반대로 올해 6월초 시작된 홍콩시위는 이제 6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 초기에는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에서 의회가 있는 어드미럴티역까지 우산을 들고 걷는 평화 시위였지만, 최근 도심 시위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며 폭력 대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 당국은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 대학생에 집중해 폭동죄 등으로 검거에 나섰다. 17~19일 사이 약 500여명을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직 100여명 전후 학생이 홍콩이공대에 남아 농성 중이다. 한편 이달 24일에는 홍콩 구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외교부 여행경보도 지난 15일 2단계 ‘여행자제’로 바뀌었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생각하고 홍콩시위 현장을 찾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고 사실상 홍콩은 내전 국면”이라며 “겨울에는 괜찮아질 것으로 여겨 예약을 했다면 위약금을 물더라도 취소해야한다. 비즈니스 출장이 아니고 여행으로는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MTR앱에서 역 폐쇄 정보 등을 상시 업데이트 하고 있다. [사진=MTR]
MTR앱에서 역 폐쇄 정보 등을 상시 업데이트 하고 있다. 18일 8시께 캡처.  [사진=M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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