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노동조합과 강남역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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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 노동조합과 강남역사거리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9.11.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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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강남역 사거리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혼잡한 곳 중 하나다. 출퇴근 시간과 무관하게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광화문광장이 그랬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이 그랬다. 그리고 강남역사거리도 마찬가지다. 

강남역사거리에서 플래카드와 현수막, 천막 등으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삼성전자를 향한 분노와 원망들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죗값을 치르라”는 성토와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기업인만큼 많은 시민단체와 언론 등에 공격대상이 돼있다. 이는 오너일가로 특정된 것이 아닌 ‘삼성전자’ 그 자체를 향한 분노다. 

삼성전자를 향했던 많은 분노 중에는 노조파괴에 대한 것도 있다(이는 엄밀히 따지면 ‘삼성그룹’을 향한 것이다). 검찰은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시절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에게 노조는 동반자일 수 있지만 눈엣가시에 가깝다. 그래서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무노조 경영’을 고집했다. 이는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그래서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일은 유독 가시밭길에 가깝다. 에버랜드 노조뿐 아니라 에스원 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등도 힘든 길을 걸었다. 

16일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삼성전자에 제대로 된 노조가 생긴 것은 50년만의 일이다. 이들은 ‘특권 없는 노조, 일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노조, 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 협력사와 함께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노사관계는 잡음 없이 원만하게 이뤄질지, 사측이 또 한 번 칼을 휘두르지 않을지, 노조 측이 거리로 나와 강남역사거리를 깃발로 물들이진 않을지. 혹은 ‘또 하나의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사진 않을지.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등장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회사는 노사관계에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노조는 자신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음과 동시에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것 중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강남역사거리는 차와 사람들로 꽉 막힐 수 있다. 

강남역사거리를 자주 지나는 입장에서 그 지역이 혼잡하지 않고 원활히 소통되길 바란다. 그것이 교통이 됐든, 노사관계가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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