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부터)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부터)이 지난 2016넌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흔들기가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눈앞이 깜깜한 기업경제 위기로 몸살을 앓는 재계가 화이트리스트 악몽에 휘말리면서 이중고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주도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년 최순실 사태 당시 4대그룹에 탈퇴와 단체 해산을 강요한 바 있는 설익은 이념집단의 전경련 때리기가 노골화되면서다.

16일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이 3년이 경과한 가운데, 정치 집단으로부터의 독립과 적폐부서 청산 등 내부 구조조정의 길을 걸어온 전경련을 겨냥한 정치공세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며 본격화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전경련이 특정 재야단체를 지원하도록 압박한 직권남용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온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고성국TV를 시작으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며 전경련 흔들기를 시작했다.

허 전 행정관은 최근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진행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전말’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20년 이상을 전경련에서 보수단체를 지원해오던 중에 상층부(김기춘 등 최순실 라인 추정)에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놔 그같은 조치를 취했다”며 자신을 억울한 피해자인양 연출했다.

또 그러면서 “전경련 관계자들이 사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모면책으로 검찰에 협조했다”며 전경련을 배신의 집단으로 몰아갔다. 이 때문에 4대그룹 탈퇴와 국정농단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얼치기들의 ‘보수 말아먹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과 만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오른쪽)이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 자신의 소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언주TV]
지난 11월 5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과 만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오른쪽)이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 자신의 소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언주TV]

내년 총선을 앞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주사파 전향자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시대정신 그룹을 중심으로 친위 조직을 구축 중이다. 박 전 대통령 공개탄핵을 선언한 신보라 의원의 비서 남편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가 인재영입 1호로 발표되는가 하면, 허 전 행정관과 전북대 동기동창인 이재성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도 황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총선기획단을 움직이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시대정신 그룹 출신 국회의원이다. 하 의원은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을 한명한명씩 지목하며 탈퇴를 압박한 인물이다. 

당시 4대그룹의 전경련 탈퇴 약속은 더불어민주당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발적 해체결의안’ 발의로 이어졌다. 또 최근에는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겸 대표이사, 허 전 행정관과의 동지적 관계를 자랑하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도 해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전경련 내부에선 “지난3년 정치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이트리스트란 허 전 행정관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김모 전무를 통해 특정단체를 불법지원한 것이 특별 검찰수사를 통해 발각된 사건이다. 당시를 경험한 한 전경련 직원은 “김모 전무가 특정 단체를 지목하며 얼마를 지원하라고 지시를 내리면 가장 큰 그룹사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이 따르는 형식이었다. 기업들의 회비를 마치 맡겨놓은 정치자금 보듯 행세했다”고 털어놨다. 

기존의 전경련 사회공헌네트워크 사업비는 매년 자유경제원(현 자유기업원) 20억원, 바른사회시민회의 10~20억원 등 경상적인 연구지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16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해마다 추가적인 70억원 가량이 관제 데모 등에 쓰였다. 결과 이를 주도한 허 전 행정관에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이 적용됐다.

한편 박 전 대통령 탄핵 근거가 된 미르K 재단 출연금 대부분은 강압적 준조세로 봐야 한다는 정규재·복거일 등의 주장과는 달리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임이 밝혀지며 무혐의 처리됐다. 반면 그간 뇌물로 인정되지 않은 최순실에게 제공된 삼성그룹의 말 3마리 구입대금과 영재센터 후원금 50억4597만원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8월 항소심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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