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열 정치사회부장
안중열 정치사회부장

어느 국가나 사회를 이끌어왔던 ‘관행’이 선순환적인 방향키를 잃으면 ‘적폐’로 변질됩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적폐 세력으로 변질된 검찰조직은 자신들의 통제력이 여전히 통한다는 오만함 속에 촛불을 들고 검찰개혁을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피의사실 공표, 피의자 알리기, 밤샘 조사 등은 형법의 무죄추정 원칙에 철저히 반해온 대한민국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들의 막강한 힘을 과시했습니다. 수치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수사의 방향을 재단하려는 불손한 의도마저 엿보입니다.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 정신 위에 군림해왔던 서슬 퍼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스스로가 사건을 인지하고 집중적으로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마저 무시한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특수부 전신인 대검찰청 중수부가 기소한 사례 중 무려 9.6%는 무죄 결론이 났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일반사건의 무죄 비율은 0.36%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이 얼마나 잘못된 관행으로 그간 수사와 기소를 해왔는지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검사는 수사개시권부터 수사종결권·기소권·공소유지권까지 모두 갖고 있습니다. 티끌만큼의 죄라도 나올 때까지 파헤칠 수 있고, 반대로 명백히 혐의가 드러나는 범죄도 축소해 기소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소위 ‘폭탄돌리기’라고 불리는 부실한 공소유지를 통해 무죄판결을 받아내는 것도 검찰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검찰은 공수처 법안에서 수사대상으로 명시한 고위공직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막강한 권력을 악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이런 검찰 조직의 적폐를 깨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핵심으로 한 공수처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수처가 정권의 부침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용이 된다거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4년 제17대 총선 공약으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를 내걸고, 특별검사가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독립적 사정기관인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하겠다던 목소리는 온 데 간 데 없습니다.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이미 알고 있던 한국당이 이제 와서 손바닥을 뒤집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공수처가 현 정권의 직할대가 되어 자신들을 향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과거 그런 불손함을 깔았다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탄 공수처법은 그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정부와 여당도 공수처를 대통령 직속기관이 아닌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독립기구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공수처장 및 구성원들의 자격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유지하면서도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현재의 검찰이 권력의 의도나 조직이기주의에 따라 검찰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입니다. 특히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입니다. 공수처 신설 등 입법이 완료되면 다시는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공수처가 언제 어떻게 변질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이젠 국민이 똑똑히 지켜보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공정한 감시·견제의 역할을 할 것이고, 또 그리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을 없을 것입니다.

국회가 이번에야말로 공수처 설치 법안을 처리해 헌법 위에 군림해 온 검찰권력의 힘을 원래 주인인 국민에게 되돌려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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