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경인취재본부 신윤철 기자] 이봉운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가슴꽃 당신』을 출간했다.

이봉운 시인은 74세의 나이에 계간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 시인은 대학 재학 시 이미 경향신문, 동아일보에 시와 소설을 발표했으며, 대학 때 발표했던 「어머니」란 시는 한동안 문인들의 입에 회자되기도 했다.

올해 8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작품에는 섬세한 감성과 사물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작품은 대개 작가의 경험이 많이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가슴 꽃 당신」 시는 제목이 말해주듯 우리의 영원한 고향인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읽는 독자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시인은 달을 보고 ‘저승길 떠나지 못하고/배시시 웃는 엄마 얼굴’, 그리고 아지랑이를 보고도 ‘아지랑이 몸짓과/엄마 숨소리는 같다’며 마치 어린 아이처럼 입으로 엄마를 되뇌인다. 삶에 지쳐 떠돌다 떠돌다 지친 몸을 기대려고 눈 크게 뜨고 찾는 영원한 고향, 엄마. 시인은 80의 나이에도 어린 아이처럼 엄마를 그리워한다. 먹을 것이 없어 맹물에 간장 탄 물도 모자라 자식들에게만 주고 고개 돌려 외면한 채 눈물을 훔치던 우리네 엄마에 대한 향수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시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작가의 어린 시절과 그 시대 엄마들의 순교자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보게 된다.

또 시인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미안함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투정」이란 작품에서 ‘수평선 너머/노을빛을 뿌리며/지는 태양 속에/나목(裸木)처럼 서 있는/나의 아내여’라며 아내의 외로움을 가슴에 담는다. 이 시를 읽으며 독자들은 오랜 시간 외면당하고 삶에 지쳐 있으면서도 지아비를 향한 아내의 자리 지킴에 가슴이 뜨거워지리라.

난해하지 않으면서 절제된 언어로 독자의 가슴에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모처럼의 수작에 책을 손에 쥐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특히 이 시집에서 빼어난 수작이라 할 수 있는 「낙엽」에는 우리 인생의 역정을 짧은 시구로 표현하면서도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스스로 임종을 맞는다

낙조가 시작되는 하늘빛 외면하고

시나브로 물들어가는 몸뚱이를

길바닥에 누이고 힘을 뺀다

구르고 밟히고 찢기고

한 생을 탄생시키기 위해

처절하게 견디고 싸워왔던 날들보다

잊혀져가는 마지막이 더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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