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네이버·카카오, “첫째도 둘째도 규제가 문제”

[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정부가 지나치게 자세하고 강력한 규제로 IT 기업들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다날, 베스핀글로벌, 이스트소프트, 위쿡 등 6개 국내 인터넷기업 수장들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규제’ 이야기부터 꺼냈다. 기업활동 방법까지 정해주는 세밀한 정부 규제방식에 숨이 막힌다는 것이다.

13일 과기정통부는 국내 6개 인터넷 기업 대표와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인터넷 기업 현장 소통 간담회’를 열고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최병우 다날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 김기웅 위쿡 대표 등은 △ICT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혁신 △데이터 활용확대와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 △소프트웨어 개발자 육성 강화와 경력 특례 △인터넷 기업 사회적 책임 강화 △공유경제와 기존 산업의 조화 등 개선과 도움을 최 장관에 요구했다. 80분간 이어진 이 날 간담회 화두는 단연 ‘규제개혁’이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정부는 기업에 규제를 통해 원칙과 목표만 제시해주면 되는데 현재 우리 규제방식은 너무 자세하게 방법까지 정해주기 때문에 애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데이터 퍼스트’를 주장하며 데이터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유출하거나 해킹 등에 대한 준비를 못 한 기업에 강력한 처벌을 하되 데이터 사용을 기업이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 영향을 받지 않지만 국내 기업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규제가 공유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카카오, 다날, 위쿡 등 공유경제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 대표들은 “기업에서 공유경제형 사업을 만들면 그 이후에 규제가 생기니,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며 “정부 규제가 예측 가능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육성과 처우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 대표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국내에 머물게 하는 유인책으로 경력 특례가 있다”며 “경력 특례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소프트웨어 전공 학과 정원이 너무 적은 것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에 최기영 장관도 ‘규제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응수했다. 인터넷 기업들 발목을 잡는 규제에 대해 듣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피력했다.

최 장관은 “업계나 언론에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기업 요구가 정부의 더 과감하고 신속한 규제개혁이라는 점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며 재정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데이터, 네트워크 AI 분야에 대규모 예산을 배정하고 데이터 3법 국회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라며 “과기정통부 주도로 새로운 AI에 대한 기본 구상을 바탕으로 한 AI 국가전략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과기정통부는 우리 사회 꼭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 네거티브 중심 우선 허용과 사후규제, 민간 업계의 자율규제, 국내외 기업 간 동등규제 등과 같은 규제 혁신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정부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 협조도 꼭 필요한 만큼 많이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