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반의 소회를 말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반의 소회를 말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올해 1∼3분기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연말까지가더라도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추세상 하반기에 통합재정수지가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부 총수입·총지출 전망을 바탕으로 지난 8년간 4분기 총수입 추세를 반영해보면 올해 총 1조6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 전망보다 국세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해 올해 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 열린재정 자료를 분석해보면 2011∼2018년 4분기 총수입은 평균 91조4000억원, 연간 총수입 대비 4분기 비중은 평균 24.0%였다.

올해 추경 기준 총수입 전망치가 476조4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최근 8년간 4분기 수입 비중을 단순 적용했을 때 올해 4분기 총수입은 114조3000억원으로 계산된다.

이 금액은 올해 총수입 전망치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4분기 수입(116조9000억원)보다 2조6000억원가량 적다. 올해 1~3분기 실적은 359조5000억원이다.

앞서 정부는 1∼9월 통합재정수지가 26조5000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 적자로 나오자 과거 7년간의 추이를 들어 전망치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년 수준을 반영하면 통합재정수지는 정부가 전망한 1조원 흑자 대신 1조6000억원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큰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통합재정수지 전망은 더 어둡다.

지난달 예정처 중기재정 전망을 보면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2009년과 국세 수입이 줄었던 2015년 두 차례에 그친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는 "통합재정수지는 연금 재원 적립 등으로 큰 흑자를 나타내는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흑자를 기록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여부를 결정지을 가장 큰 요소는 총수입이다.

총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에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올해 총수입 규모를 정부 전망보다 6조원 낮은 471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세외수입과 기금수입 등 국세 외 수입은 180조4000억원으로, 정부 예상(181조6000억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국세 수입은 정부 예상보다 5조8000억원 적은 290조6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기업 실적 부진 속에 주요 세목인 법인세가 예상보다 적게 걷히면서 세수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이 주최한 '2020년 예산안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이 주최한 '2020년 예산안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3분기까지 법인세 수입은 6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연간 법인세 전망치는 79조3000억원이다.

4분기가 남아있지만 법인세 수입은 시기적 특성을 보인다. 법인세는 8∼9월에 중간 예납·분납 이뤄지면서 9월 말이면 상당 부분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10월까지 분납할 수 있지만, 전체 법인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예정처의 올해 법인세 수입 예상치는 73조원이었다.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12월에 예정된 종합부동산세다. 종부세의 과세 기반이 되는 공시가격이 올해 대폭 올랐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해 80%에서 85%로 상향 조정되면서 세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상승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으로 종부세는 당연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세도 남은 기간에 근로장려금 등 감소 요인이 없으니 예년보다 낮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부세의 규모가 작다는 것이 한계다.

정부는 추경 기준으로 종부세가 2조8000억원 걷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대비 1조원 늘어난 수치다. 예정처는 3조원의 종부세 수입을 예상했다.

또 다른 변수는 총지출이다.

올해 총지출은 475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정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불용이 평균 16조5000억원가량 발생했다. 이·불용이 발생하면 총지출 규모가 줄어들고 통합재정수지는 플러스 영향을 준다.

문제는 올해가 정부가 이·불용을 최소화하겠다며 목표치까지 제시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 확대재정관리 점검회의에서 중앙재정의 97% 이상을 집행률 목표로 설정했다.

한편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확장 정책 기조 아래 내년부터 통합재정수지를 적자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2019∼2023년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통해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내년에는 31조5000억원, 2021년에는 41조3000억원, 2022년에는 46조1000억원, 2023년에는 49조6000억원 등으로 제시했다.

예정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34조7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021년에는 44조8000억원, 2022년에는 47조6000억원, 2023년에는 무려 53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 전망 대비 약 1조5000억∼4조3000억원까지 적자 규모가 더 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2년반 간담회에서 준비한 경제성과 도표들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2년반 간담회에서 준비한 경제성과 도표들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통합재정수지는 추경 기준 1조원 플러스(+)를 예측했지만, 이·불용 최소화를 독려하고 있기에 균형(0)에서 다소 밑도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불용액이 줄어들수록 통합재정수지는 더 악화하는 측면이 있어 정부도 양쪽 손에 두고 보고 있다"며 "통합재정수지 측면에서는 마이너스여도 재정 역할을 위해 (이·불용 최소화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 수입에 대해서는 "증권거래세율을 낮추면서 7000억원, 유류세 한시 인하와 개별소비세 인하로 1조3000억원 정도의 정부 예산에는 계상되지 않은 세수 감소 요인이 있었다"며 "연말 기준으로 세입 예산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세수에 부족함이 있다면 세입예산의 1% 내에서 부족이 발생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되 재정준칙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고령화에 대비한 복지지출, 한반도 정세 변화와 통일까지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재정 건전성을 엄격히 관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채무비율이 40% 중반까지 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이후에 급격히 건전성이 악화하고 국가채무가 늘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재정준칙을 설정하는 것도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국가채무는 GDP 대비 45% 이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의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는 "과거 국가재정운용계획은 후반부에 총지출을 줄여 재정수지적자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던 반면 올해는 후반부에도 재량지출을 중심으로 총지출이 지속 증가한다"며 "경제가 회복된 후에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용이 회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2020년 이후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재정운용계획은 이와 달리 지속적인 확장재정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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