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감에서 발언하는 김종갑 한전 사장과 동아시아 원자력포럼에서 개회사하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
2019년 국감에서 발언하는 김종갑 한전 사장과 동아시아 원자력포럼에서 개회사하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대표적 에너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장(長)이 상황마다 말과 소신을 달리하며 국민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국민과 정부 사이 적당 선에서 ‘줄타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6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주최로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회 동아시아 원자력포럼’ 개회사에서 “안전한 원전이 신재생에너지와 공존하면서 인류에 공헌해야 한다”며 “에너지전환 시대에 원자력이 안정적인 기저전원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보여온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국내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은 정부 에너지 정책의 일환인 ‘탈원전’에 편승해 질주해왔다. 탈원전은 2060년까지 국내 모든 원전을 해체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에 발맞춰 지난해 6월 15일, 긴급이사회를 개최해 월성 1호기 조기페쇄를 의결했다. 새로 건설하려는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사업도 종결하기로 했다. 한수원 노조는 이에 정면으로 반발했고 야당 등 정치권에서도 정재훈 사장의 결정 방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더해 한수원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면 확장해나가고 있다. 한수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한수원은 한국해상풍력 266억원, 광양바이오매스 272억원, 삼랑진양수태양광 136억3500만원 등 674억3500만원을 신재생 에너지사업에 투자했다. 앞으로도 향후 8개 지역에 558억6000만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에 추정되는 예산은 태양광 6조원, 풍력 4조원 등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업계 추산을 보면 (신한울 3·4호기) 매몰 비용이 8000억원에서 1조원이다. 수천억원의 태양광 사업을 계획하고 있던데 청와대 코드를 맞추면 큰 보상이 있을 것 같나”라며 정 사장을 질타했다. 사명을 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었지만 한수원은 그럴 때마다 “개명은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노선은 정부 코드에 맞춰가면서도 국민적 반감을 살 일은 시도 않겠다는 의도다.

김종갑 한전 사장도 ‘오락가락’ 행보로 물의를 빚었다. 김 사장은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료 한시적 특례할인 제도를 모두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며 제동을 걸자 한 주 만에 “산업부와 협의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김 사장은 이달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원래 전기요금 한시적 특례할인 제도는 일정 기간 혜택을 주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일몰하도록 돼 있다”며 “그걸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특례할인 폐지의 경우 한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정부와 충분히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한전은 현재 전기료 한시적 특례할인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주택용 절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등이 포함된다. 특정 대상에 전기료 할인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전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제도적 혜택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일괄 폐지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전은 지난해 6년 만에 영업적자 208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9285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런데 그해 특례할인 제도로 총 1조1434억원 적자를 봤다. 명분은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산업부 입장 표명 뒤 나온 김 사장의 해명이 정부를 의식한 급조된 발언이라는 방증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실제로는 탈원전 하고 있는데도 원전을 위한다고 교묘히 말바꾸는 정재훈 사장이나 정부에 눌려 기업 현안을 따라 소신 있게 일하지 못하는 김종갑 사장 모두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국민에게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노선과 행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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