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택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응전략 모색'을 주제로 열린 주택산업연구원 세미나. [사진=주택산업연구원]
'위기의 주택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응전략 모색'을 주제로 열린 주택산업연구원 세미나. [사진=주택산업연구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주택산업연구원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주택건설협회 후원으로 ‘위기의 주택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응전략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박홍철 책임연구원은 ‘주택산업의 해외 동향과 흐름’을 통해 “저출생-고령화, 저성장 등 대내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국내 주택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언급하면서 “1인당 GDP 3만 불 시대에 진입한 만큼 주택산업의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홍철 책임연구원은 한국보다 먼저 주택산업의 성숙기를 경험한 미국, 일본, 독일 3개국의 주택산업과 민간 주택기업 동향을 조사 분석해 소개했다. 조사결과, 성숙기 해외 주택산업은 크게 5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보였다고 밝히면서 신축주택에서 재고주택으로, 분양주택에서 임대주택으로, 건축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표준화에서 다변화로, 민간 부문의 중요성 증대를 해외 주택산업의 5대 변화특성으로 꼽았다.

이에 따르면 성숙기 주택산업의 변화특성은 재고주택의 유지·관리 및 보수(리모델링, 리폼) 시장 확대, 단기 분양수입 구조에서 장기 임대관리수입 구조로 전환, 건축 중심에서 주거서비스 및 주변사업 등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 주택공급 및 상품화에 있어 총량적 접근방식에서 수요 맞춤형 질적 접근방식으로 전환, 수요특성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민간 부문의 역할 증대로 정리할 수 있다.

이어서 박홍철 책임연구원은 미국, 일본, 독일 3개국, 총 18개 민간 주택기업의 성장전략을 분석했다. 현대 경영전략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하버드대학교)의 ‘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y)’을 분석 틀로 적용해 해외 주택기업의 핵심 전략 및 유형별 특성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했다.

본원적 전략이란 동일 산업 내의 경쟁기업을 능가하기 위한 접근방식으로 경쟁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획득한 기업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원가우위(Cost Leadership), 차별화(Differentiation), 집중화(Focus) 중에 하나의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집중화는 다시 원가 집중화(Cost Focus)와 차별적 집중화(Differentiation Focus)로 구분된다.

조사 결과 총 18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원가우위 전략을 핵심 전략으로 적용하고 있었으며 차별화 전략과 원가 집중화 전략, 차별적 집중화 전략은 각각 4개 기업에서 핵심 전략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대체로 대형기업과 종합건설기업이 원가우위 전략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한 반면, 중소기업과 주택전문기업은 차별화 전략과 집중화(원가 집중화, 차별적 집중화) 전략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박홍철 책임연구원은 주택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방향으로 첫째, 대형·종합건설기업은 원가우위 전략을 중심으로 신(新)시장 진출 및 업역 확대, 상품 다변화 등 노력, 둘째, 중소·주택전문기업은 특성화(차별화·집중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퍼플오션(Purple Ocean) 창출, 셋째, 기업 역량 및 제반 여건을 고려한 벨류체인(Value Chain) 구축, 넷째, 스마트 기술과 연계한 미래주택산업의 가치 제고 및 기반 조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해외 민간 주택기업 사례를 심층 조사한 결과, 대형·종합건설기업은 기본적으로 원가우위 전략을 유지하면서 인수합병, 자회사 설립,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한 신(新)시장 진출 및 업역 확대, 상품 다변화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으며, 중소·주택전문기업은 기술 개발, 서비스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차별화 요소를 발굴하거나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틈새시장을 발굴해 고객 맞춤형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박홍철 책임연구원은 “주택기업의 자발적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주택금융의 지원이 필수적이며, 신생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벨류체인에 대해 “대형·종합건설기업은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벨류체인 확대 또는 기업별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한 일체화가 요구되지만, 중소·주택전문기업의 경우에는 기업 역량과 제반 여건이 상이하므로 일률적인 벨류체인 확대가 오히려 비효율과 핵심역량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면서 “해당기업과 경쟁기업, 환경 변화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도형 주택산업’ 육성을 위해 “민간 부문(기업)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서비스 역량 등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상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공공 부문(정부)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의 국토교통 7대 혁신기술(수소경제,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스마트 건설, 제로 에너지 건축, 데이터경제)과 주택산업 간 연계방안 모색과 중소기업에 대한 우선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산업의 국가경제 영향과 위기극복을 위한 대응과제’에서 “최근 경제가 어려워진 주요 원인은 그동안 경제를 견인해 왔던 주택투자가 부진한 결과”라며 “대내외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민간주택투자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우리 사회가 3만불 시대에 진입하면서 양적 확대 시대에서 질적 성장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건설 중심이었던 주택산업을 다양한 연관산업까지 포괄할 수 있는 신산업체계로 재구성해서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택산업구조 체질 개선 및 신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집을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미래기술을 연계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GDP 성장에 20~30% 기여해왔으나 2018년 이후 GDP에 대한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 GDP 성장률은 1.9%에 그쳤으며, 주택투자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올 상반기 주택투자는 4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가 감소하면서 GDP 성장기여율 –39.6%, GDP성장기여도 –0.74%p로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쳤다.

건설투자 부진으로 GDP 성장률도 0.76%p 하락했는데 주택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건설투자의 GDP성장기여도 –0.76%p 중에서도 주택 –0.74%p, 일반건축 0.01%p, 토목 –0.03%p로 경제성장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주택투자다. 경제가 회복되려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주택투자의 견조한 회복이 중요해야 한다고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했다.

특히 주택산업은 주택을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리, 창호, 도배, 미장, 기반조성, 도로건설 등 다양한 산업과 관련이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 465개 산업 중 65개 산업이 주택과 관련이 있다. 65개 산업을 기반으로 투입산출모형을 활용해 주택산업 경제유발계수를 추정하면 생산유발계수는 2.52, 취업유발계수는 11.97,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80이다. 즉 1조원 주택투자를 하면 2조5200억원의 생산액이 발생하고 1만1970명의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주택규제 강화가 지속되면서 주택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2017년 109조3000억원에 이르던 주택투자는 2018년에 106조8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이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4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가 감소했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에만 약 16조4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감소와 약 7만8000명의 일자리 감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에 주택투자가 2019년 상반기 수준으로 12% 감소하게 되면 11조2000억원의 주택투자 감소로 생산유발 28조2000억원 감소, 취업자 약 13만5000명 감소하면서 2%대 경제성장률 유지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주택투자의 급격한 위축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투자는 타 산업의 생산유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이다. 이는 주택산업 자체가 2차, 3차에 걸쳐 유리, 창호, 도배, 미장 등 전문 업종에 영향을 주고 도로건설, 기반조성, 조경 등 부대사업과 임대 및 개발, 관리·중개·투자·감정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투자가 위축되면 연관 산업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위축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주택경기 둔화로 주택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주택사업자의 약 58%가 주택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5.7%는 기업유지가 매우 어려워 주택사업을 버티는 것도 어렵고, 부도 직전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택기업의 88%가 지금을 주택산업 위기로 인식하고 있어 현재와 같은 규제가 지속된다면 주택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에 성장한 국내 주택기업은 주로 원가우위 전략을 통해 성장해왔으나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규모를 고려해 집중화 및 차별화 전략을 통한 성장모델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발·시공·분양 중심의 사업영역에서 벗어나 지역·상품·대상을 세분화하고 자산관리 및 운영단계의 후방산업까지 연계해 기업의 특화기술 선점을 통해 차별화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기업의 6대 전략인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 조직문화 투자, 전략적인 글로벌화, 디자인 경영, 스마트한 착한기업, 미래산업과 기술에 대한 관심을 고려한 기업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주택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기업투자를 격려하고 지원하는 환경조성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1주택자 및 거래세 규제 완화, 중장기적으로 주택산업 개념 재정립 및 주택산업법(가칭) 제정, 중소·창업·스타트업 등 주택기업 육성 및 지원, 주택산업금융 2.0 기반 구축, 주택산업데이터센터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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