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올해 성장률 2%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3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0.4%로 시장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배경에는 '전기 생산 증감'이라는 특이 요인이 작용했다.

이러한 요인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큰 폭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진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전기·가스·수도사업 GDP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에 달해 경제성장률이 0.4%로 시장 예상(0.5∼0.6%)보다 둔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3분기 전체 GDP(461조6000억원)에서 전기·가스·수도사업(11조3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4%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영향력이다.

다른 업종 총생산의 성장 기여도는 농림어업(0.0%포인트), 제조업(0.6%포인트), 건설업(-0.2%포인트), 서비스업(0.2%포인트) 등이었다.

전기·가스·수도사업 총생산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에 0%포인트였다가 2분기에 0.2%포인트까지 상승했었다.

3분기 전기·가스·수도사업 GDP는 전분기 대비 12.3%나 급감하면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성장 기여도는 비중에 증감률을 곱해 계산한다.

전기·가스·수도사업 GDP는 올해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변동이 없었으나 2분기에는 10.7% 급증한 바 있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3분기에 급감하면서 2개 분기 연속 10% 이상 출렁인 것이다.

전기·가스·수도사업 GDP의 3분기 변동 폭(-12.3%)은 농림어업(1.4%), 제조업(2.1%), 건설업(-4.0%), 서비스업(0.4%) 등 전 업종 중 가장 크다.

3분기 전기·가스·수도사업 GDP가 급감한 것은 선선한 날씨로 소비자들이 에어컨 사용을 줄인 데다 제조업 경기둔화로 산업용 전기 소비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2분기에 화력  발전이 줄고 원전 발전이 늘어난 반면, 3분기에는 다시 화력 발전이 늘고 원전 발전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발전은 화력 발전보다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원전 발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 총생산이 늘어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앞서 브리핑에서 전기·가스·수도사업 GDP가 크게 줄어든 배경에 대해 "가정용 전기는 여름 날씨로, 산업용 전기는 기업경기 둔화 영향으로 전기판매량이 줄어들었다"면서 "3분기 중 원전 정비·보수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화력발전 등이 대체 전력을 생산했기 때문에 전기생산비용이 늘어난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샵에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샵에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올여름이 상대적으로 덜 더웠기 때문에 에어컨 가동이 줄어 전력 생산이 감소한 게 적지 않은 하방 요인이 됐다"면서 "원전발전 (비중) 효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3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가스·수도사업 총생산이라는 특이 요인에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것은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약해진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구성요소가 일제히 약화하면서 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3분기는 내수와 투자가 모두 좋지 않은 모습이며 수출도 플러스로 돌아서지 못하는 등 복합적으로 내·외수가 안 좋게 나타났다"면서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점이 특히 부정적으로, 앞으로도 힘든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과거라면 신경 쓰지 않을 특이요인에 성장률이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방증"이라며 "몸통이 약해지면서 꼬리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시경제의 구성요소인 소비·투자·수출 등 거의 모든 항목이 약화하며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했다"면서 "GDP 디플레이터,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등 주요 물가지수가 모두 마이너스를 보이며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수요부진이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경직적인 근로시간 단축 시행 등 노동비용 충격이 경제를 전반적으로 끌어내리는 가운데 반도체 경기·대외 경제 여건 악화 역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정부의 경제 진단과 전망은 단발성 착오를 넘어 체계적 오류에 가까워지며 신뢰를 잃고, 효과도 약화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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