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이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지난 3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이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이 회장이 과거와는 다른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다음달께 유럽연합(EU)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경쟁법이 발달한 EU로부터 승인을 받아내면 일본도 '거절 카드'를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포석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외교적 뒷받침 없이는 EU를 통과하더라도 일본의 장벽을 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매각 당사자이면서도 마냥 뒷짐만 지는 이동걸 회장이 "KDB생명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만 올인한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일본측의 부정적인 반응은 아직까진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전면전을 선포한 상황이어서, 일본이 '제발로 걸어들어온 먹이'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지난 5월 한국 조선업을 '불공정 무역'으로 규정했다. 이에 한국 조선업은 일본의 WTO 제소 우선 순위에 올랐으며 사이토 다모쓰 일본조선공업회 회장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정면 공격에 나섰다.

더군다나 산업은행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적자금 지원 문제를 직접적으로 걸고 넘어지는 당사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아무런 반박 없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동걸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기업결합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인수합병을 승인받는 주체는 현대중공업"이라며 떠넘기기식 대답으로 일관했다. 올해 초 매각 당시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믿어온 부분은 WTO가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분야에서의 한국 정부의 정책금융(제작금융, RG)을 원칙적으로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해 제소의 여지가 봉쇄됐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 7조원의 성격은 이와는 다른 성격이어서 또 다시 제소의 길이 열린 것이 문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 이후는 공급과잉으로 조선경기가 침체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으로 IMF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에 지나지 않는 WTO의 '권고적 의견'이 일본의 경쟁법 규정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가 적극적인 해명 노력을 펼치지 않는다면 상황 돌파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을 위해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사장과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곧잘 보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두 분이 밤낮으로 고민하며 의견을 조율한 결과 빅2체제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의 관심은 KDB생명과 아시아나항공 등 매각에만 집중된 모습이다.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크레디트스위스(CS)는 '전략적 투자자는 물론 재무적 투자자의 참가의 길'을 열어 놓으며 게임의 룰을 흥행중심으로 완전히 바꿔 시장을 놀라게 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룰은 매각주관사가 알아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권자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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