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인공지능(AI) 하기 좋은 환경은 어떤 것입니까?"

"기다려준다. 연구한다. 그리고 실패를 자산화 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는 국내 통계 분야 권위자이자 현재 한 AI 스타트업을 이끄는 수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AI를 강조했다. 올 들어 AI를 자주 언급하기는 했으나 이번엔 무게감이 좀 다르다. 대통령 발언 이후 통신, SW·HW 업계는 물론이고 의료, 교육 등 사회 전반에서 'AI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의문이 들었다. 지금 AI를 말하는 것이 늦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다음 우리의 행보는 무엇이 돼야 할까. 그래서 던져본 질문이었다. 학자이자 기업가인 그는 현장을 잘 알고 있기에 AI 발전을 위한 기술적인 요구를 할 줄 알았다. 가령 데이터, 알고리즘 개발. 그런데 최 교수는 실패를 이야기했다.

실패는 그냥 실패였다. 실패하면 그냥 실패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다음은 없다. 그렇게 배웠다. 실패는 안 된다고. 실패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고 실패에서 배운다는 것은 실패해도 되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여겨왔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라는 AI를 위해 필요한 것이 실패의 자산화라니. 의외의 지적에 타이핑을 치던 손이 바빠졌다. '이건 빨리 받아 적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그가 실패 이야기를 꺼낸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달려들어 투자하고 개발하는 여건이 우리 사회에는 부족하다는 말과 이어진 것이었다.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닌, AI처럼 가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시간과 투자, 그리고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다행히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실패해봐도 된다며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워 '실패 박람회'를 열었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각각이 가진 사소한 능력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실패라는 것에 넘어져 있더라도 옆에서 뛰어가는 사람을 보고 좌절하지 않도록.

실패의 자산화가 필요한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면 조금씩 싹이 트고 있는 거다. 이렇다면 정부도 튼튼히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다시 해보자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겐 단단한 무릎이 돼줘야 한다. 한번 실패한 사업가, 개발자가 또 신선한 발상으로 연구와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면 또 모른다. AI 강국으로 명성을 떨치는 날에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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