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미국 극우단체 행사장에서 김정민씨(가운데)가 박결 새벽당 대표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지난 10월 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미국 극우단체 행사장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곽 정치그룹인 박결 새벽당 대표, 김정민씨(가운데), 김진태 의원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중국시장 진출에 여념이 없는 4대 금융지주가 반중극우 성향의 ‘가짜 박사’를 강연자로 초청한 연구모임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금융지주들은 이름이 팔려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반중친미 교주’ 행세를 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 자체를 친중반역으로 몰아온 악성종양과의 연결 고리가 확인되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일 하나·신한·우리·NH농협 금융지주 등이 반중극우 인사가 특강자로 나선 국제전략 워크숍에 후원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며 금융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8월 31일 평창 피닉스 파크에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무역협회와 수출입은행도 후원자로 참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날 워크숍에 스스로도 ‘반중의 아이콘’이라고 일컫는 유투버 김정민씨가 초정됐다는 점이다.

김정민씨는 최근 자신의 ‘그레이트 게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평창 워크숍 이야기’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몽골 등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인물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진태 의원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명해진 인물이다.

김 씨는 앞서 “고토수복을 주제로 평창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 발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채널 화면에 공개된 발표자료를 보면 이춘근 전 자유기업원 부원장 등 보수성향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김 씨와 함께 핵심연사로 거론됐다.

문제는 김 씨가 한국연구재단 등록과 논문 공개 등을 거치지 않아 이러한 학계 활동을 할 자격이 없는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박사’라는 점이다. 몽골국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그는 한샘그룹 중국법인을 운영했다는 이유만으로 한미동맹과 태극기 세력을 이끌어온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를 친중매국노로 몰아가기도 했다.

워크숍을 주최한 통일경제연구협회는 지난 20여년간 통일과 남북 관계를 주제로 다양한 토론을 주도해온 단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의 기초가 된 ‘통일은 대박이다’의 저자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가 1995년 창립했다.

김기환 박사,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호암재단 이사장) 등이 수장을 역임해온 이 단체는 정재계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금융지주들의 후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입은행 연구위원 출신이 현직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 다른 문제는 어떻게 금융지주들까지 이런 정치성이 짙은 행사의 후원그룹이 됐느냐는 부분이다.

정재계에서는 통일경제연구협회 현직 이사장인 손병두 전 총장의 ‘막강한 입김’과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과의 ‘친박 인연’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김 씨가 친분을 과시해온 황교안 한국당 대표, 김진태 의원이 그를 외곽정치 세력으로 활용하면서 인연이 맺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한 고위 소식통은 “이덕훈 행장은 서강대 동문이고, 손병두 회장도 서강대 총장을 역임했다”며 “또 이 전 행장은 우리은행장을 지냈고, 하나금융 김승유 전 회장과도 잘 아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결과 우리 금융지주 등도 이번 ‘반중 강연’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은 김 씨를 황교안 대표의 외곽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3일 개천절날 황 대표가 참가한 트럼프 제일주의를 외치는 미국 정치단체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행사에도 모습을 보였다. 또 김 씨에게 국회강연장을 빌려주는 등 활동을 함께 해온 김진태 의원도 행사장에서 “박사님과 반중을 열심히 하겠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재계 원로인 손병두 이사장의 막강한 입김이 영향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신창민 교수는 “나는 손병두를 전혀 모른다”는 황당한 소리를 내놨다. 그는 현직 이사이면서도 “이번 강연 역시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협회 관계자는 “김정민씨에게 관련 영상을 삭제하라고 경고했다”며 “오랫동안 연구 목적으로 이끌어 온 단체이기 때문에 우리도 타격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금융지주사들은 통일경제연구협회에 출금이 된 내역이 없는지 자체 전수조사중이다. NH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뿐 아니라 과거 어느 시점에도 그 단체로 출금이된 내역이 단 한푼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쥐도 새도 모르게 이름이 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도 이번 사건을 면밀히 살펴볼 전망이다. 중국은 1998년 국무원 산하 국가안전부(MSS)로 방첩기관을 일원화해 2부가 해외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이런 자국에 대한 악의적 감정조작에 대해선 각국 대사관에 설치된 자체 연구소를 통해 적극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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