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내년부터 신(新) 예대율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주요 은행들은 신예대율 규제가 코앞에 닥치자 예대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새 예대율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예금을 늘리고 가중치에 따라 대출 조정에 들어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부터 서두른 덕에 주요 은행들은 신예대율 결과 10월 말 기준 신한은행은 100.0%, KEB하나은행은 101.5%로 금융당국 기준인 100%를 딱 맞추거나 살짝 넘겼다. KB국민은행은 6월 말 기준으로 100%를 넘긴 상태다.

우리은행은 99.3%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고, NH농협은행은 87.8%로 비교적 안정권에 들어섰다곤 하지만 안심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포인트 높이고 기업대출은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취지다.

새로운 기준에서는 현행보다 예대율이 대략 3%포인트 오른다. 즉, 현재 기준에서는 주요 은행들이 당국 규제 범위 안에 들어 있다.

은행들은 신예대율 기준을 맞추기 위해 우선 분모에 해당하는 예금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해 들어 저금리가 심화했음에도 꾸준히 은행권의 정기예금이 늘어난 데에는 은행의 이런 이해관계가 얽혀있던 셈이다.

특히 이자를 많이 주지 않아도 되는 저원가성예금(LCF)인 요구불 예금을 확대하고 있다.

예대율 낮추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 국민은행은 증권, 손해보험, 카드 등 금융그룹 내 전 계열사를 동원해 급여계좌, 카드 결제계좌 유치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요구불 예금 확보에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주요 5대 은행의 요구불 예금의 월별 잔액이 8월과 9월에 작년 동월 대비로 각각 6.5% 늘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커버드본드 발행에도 나서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권이다.

주요 은행들은 그동안 커버드본드 발행에 소극적이었으나 올해 들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원화예수금의 1% 내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액을 예수금으로 간주해주고 있어서다. 커버드본드 자체는 예금이 아니지만 예대율을 산출할 때 그 발행액을 예금으로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커버드본드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역시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5월과 6월에 9000억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것을 포함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2조600억원을 발행했다.

신한은행도 9월 금융당국에 올해 1조원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안을 제출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 2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실제 발행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연내 커버드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사후 관리도 해야 한다.

예대율 산식에서 분자에 해당하는 대출을 줄이기 위해서 가중치별로 조정에 들어갔다. 즉, 가중치가 커지는 가계대출을 줄이고, 가중치가 작아지는 기업대출은 늘리고 있다.

가계대출 중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특히 자제하고 있다. 주요 은행 중 국민은행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의 9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5조4203억원으로 주요 5대 은행 중 가장 많지만 지난해 말 대비 증가액은 1100억원에 그친다.

예대율 관리를 거의 신경 안 써도 되는 농협은행이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8조9692억원이나 늘린 것과 대비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해 말 대비 올 9월 주택담보대출을 각각 6조3996억원, 5조5197억원 늘리는 수준으로 묶었다.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정하고자 우대금리를 조정하기도 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은 편이었던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먼저 우대금리를 낮춰 실제 적용금리를 올렸다.
   
지난달 23일 기준 하나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금리는 3.330∼4.630%로, 9월 17일 2.761∼4.061%보다 0.569%포인트 올랐다. 한 달 전에는 은행권 최저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가장 높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변동금리의 기준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상황에서 실제 적용되는 변동금리는 낮았던 것"이라며 "그 간격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감면금리(우대금리)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9월 26일 우대금리 총한도를 0.3%포인트 축소하면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같은 폭만큼 올렸다.

농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는 9월 17일 2.51∼4.02%였지만, 우대금리와 코픽스 조정을 반영해 지난달 16일부터 2.86∼4.07%가 적용된다.

농협은행은 7월 15일부터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 이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들"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은 주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올해 들어 투자에 소극적인 데다가 자금 여력이 있어 은행을 찾지 않은 반면 중소기업들은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하고 있어서다.

5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의 9월말 잔액은 437조36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3조6111억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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