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현대해상]
현대해상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현대해상]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중소형 생명보험사에 이어 손해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머리를 맞대야 할 의료계와의 관계도 멀어져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12월 말 임원 인사 이전에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실손보험을 차라리 판매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손해보험사 고위 임원은 "각사들이 사업계획을 짜고 있지만 이대로는 실손에 더해 자동차 보험 상품 판매까지 중단하는 회사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한 회사라면 그나마 다행일 만큼 업황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올해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약 3400만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손실액은 올해 상반기 1조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3% 증가했다. 연말 추정 손실액은 1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실손비율이 20%에 그쳤던 생명보험사에 이어 70%가 넘는 손해보험사들도 판매 중단을 고민하는 것이다.

먼저 올해는 DB명과 NH농협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푸본현대생명, KB생명, DGB생명, KDB생명도 지난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3년 사이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가 14곳에서 9곳으로 급감했다.

보험연구원 조사결과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29.1%다. 손해율이 100%를 넘기면서 팔면 팔수록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손해율 급등의 원인을 후진적 의료 풍토에서 찾고 있다. 

고봉중 손보협회 상무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과잉진료와 같은 도덕적 해이 방지 등에 초점을 맞춘 개선이 필요한데 개인 병원의 집단행동으로 쉽지가 않다. 정말 문을 닫게 되는 회원사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진행하는 것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다.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는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의료기관→ 중개기관→ 보험사'로 자동청구되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보험료 관리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대집 회장 등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집 회장 등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 개인병원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의료계와 보험사들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의협이 우려하는 것은 비급여 진료 현황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중개기관)에 노출되면서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나일론 환자'와 '의사집단의 이기주의'가 결합해 최종 소비 단계에서 벌어지는 과잉진료 풍토를 바로 잡고, 보험료를 현실화하려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또 이같은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강성 노선을 고집하는 대한의사협회측과 대화 채널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한 관계자는 "노환규 전 회장 시절 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무실 제공, 직원 급여까지 요구하는 과도한 조건을 내세워 관계를 끊고 대한정형외과학회 등 개별 의학회와의 소통을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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