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돈 데 이어 내년 성장률도 저조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면서 내년 상반기 중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추이와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경기 흐름과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다시한번 인하했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1.75~2.0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올해 들어 세 번 연속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세 번 연속 인하로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떨어진 셈이 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지난 30일 종가 기준 연 1.481% 거래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인 이달 15일 금리(연 1.281%)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이후 총 0.2%포인트가 올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시장금리는 오히려 강하게 반등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이후 몇 달 간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베팅해온 시장의 쏠림 현상이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차익 시현 등으로 해소되며 조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국고채 발행량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채권 수급 기대에 영향을 미쳤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한 가운데 국고채 선발행으로 인한 수급 경계감이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금리 추이와는 달리 한은이 내년 중 한 차례 이상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에서 드러나듯 경기 회복세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한은은 24일 3분기 GDP가 전기 대비로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3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미달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2%로 낮췄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신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공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신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공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흐름은 아직 하방 국면에 머물고 있다"며 "수출과 재고가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방어할 수는 있겠으나 민간 부문 수요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은이 올해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내년에는 두 차례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연 0.75%로 떨어지면 한국도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미중 무역협상 추이와 반도체 경기가 꼽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성장률이 올해보다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면서 그 전제로 미중 무역분쟁이 더 악화하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최근 미중 양국이 스몰딜(부분합의)을 이룰 것이란 소식이 나온 뒤 낙관론이 커졌지만,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국채 금리에 대중(對中) 관세 추가부과나 철폐는 반영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만약 (협상이 결렬돼) 관세가 추가로 부과된다면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다시 부각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4회 이상으로 금리에 반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 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정책금리 인하가 0.25%포인트씩 2회 이상 있을 가능성을 약 50%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출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넓어지지만, 연준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으로 돌아서면 한은의 정책 여력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경기도 관건이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도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전망을 인용한 바 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업황 회복이 한은의 예상 시나리오보다 지연될 경우 통화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더라도 현재 기준금리(연 1.25%)가 이미 역대 최저치로 내려와 '실효하한'에 근접하고 있는 점은 향후 통화정책의 신중성을 높이도록 하는 요인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가 일정 수준 이하로 축소될 경우 자금 유출 등에 따른 부작용이 커질 수 있어 실효하한을 어느 수준으로 보느냐가 중요한 이슈다.

한국처럼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호주의 경우 기축통화국이 아니지만 이달 초 정책금리를 연 1.00%에서 0.75%로 내린 상태다.

김 연구원은 "한국 금리 전망의 가장 큰 변동 요인은 실효하한에 대한 인식으로 판단된다"며 "경기가 계속 부진해 기준금리가 연 0.75%로까지 인하될 가능성이 부각되면 시장금리는 이를 선반영해 제로금리라는 가보지 않은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