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영국·독일 중앙은행의 예상치 못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촉발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가 '제2의 키코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은 내달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DLF 최종 조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분쟁조정철차 시행에 앞서 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그간 정치권에서 주장해온 △은행판매 제한과 △우리·하나은행장 징계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투자자들의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에 손실을 본 DLF 투자자로 구성된 한 시민단체는 "분쟁조정절차를 믿을 수 없다"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행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이 단체는 DLF 상품 설계 과정부터 판매 전반에 걸쳐 고의성, 기망 행위, 자기 이익 행위 등 '사기' 행위가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사기' 혐의가 포함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29일 "두 은행장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책임에서 한결 자유롭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제2의 키코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크다. 키코(KIKO) 사태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시 환율폭등(950원→1300원)으로 안전하다고 믿었던 상품에 350원의 차손이 생겨, 기업이 달러당 700원씩 은행에 내준 처지가 됐다. 

당시 은행이 충분한 상품 설명 없이 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점이 논란이 되면서 사기 혐의로 민사소송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법원은 키코 판매가 불공정 행위는 아니라고 판정 내렸다. 결국 대규모 피해보상을 바랬던 투자자들에겐 결국 '소문만 무성한 잔치'가 됐다.  

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 등 4개 회사는 키코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지난해 5월부터 은행측과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판매 자체가 불법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더라도 배상 비율은 20~30%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제2의 키코전이라 불릴 만큼 DLF 사태도 상황이 유사하다. DLF 판매 자체가 불법(사기)이 아니라면, 앞서 중간 검사 결과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불완전판매 건이 아니라면 보통 투자 결정을 내린 개인에 대한 배상 비율은 평균 3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불완전판매 여지가 상당 부분 있고 사례에 따라 그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경우는 있지만 판매 자체를 사기로 보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사기로 인한 100% 손실 배상을 원했던 투자자로선 '닭 쫒다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는 얘기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될 소모전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이번 사태를 키코에 비유하면서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윤 원장은 "모양상 옵션 상품을 팔았다는 점과 불완전 판매 가능성 부분에서도 유사점이 있다"고 언급해 문제의 본질을 외면 한 채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학계에서 자원배분 왜곡을 부른다는 이유로 관치 금융을 가장 많이 비판해온 윤 원장이 관치에 몰입해 있다"먀 "금리·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의 책임은 사실 이를 조작하는 정부가 져야 한다. 왜 은행이 거론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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