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집 회장 등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대한의사협회와 무상의료운동본부의 반대라는 장벽을 만났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의료기관→ 중개기관→ 보험사'로 전송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 중이지만 이익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대형 의료원이 아닌 개인 병원을 이용해온 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 자료를 의료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은 후 팩스, 우편, 이메일 등을 통해 직접 제출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 왔다.

이에 정부여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개기관으로 자료를 자동으로 전송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관심을 모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 급여 항목의 진료를 적정하게 했는지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진료비를 삭감해 과잉의료를 막는 공공기관으로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주장해온 의협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하다.

의료계의 끊임 없는 반대로 실손보험 간소화는 10여년째 미뤄져 왔다. 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관련 법안이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의협이 우려해온 것은 가격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 진료 현황이 심평원에 노출되면서 통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금융위가 중개기관이 관련 자료를 목적 외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음모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의협은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의 새로운 보험 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협은 최근 성명을 통해 "올해 상반기 6개월간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액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보험업계가 소비자가 더 쉽게 보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니 앞뒤가 맞지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입원 치료시 실손 비급여 보험 청구 서류.
입원 치료시 실손 비급여 보험 청구 서류.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런 문제 제기가 말도 안되는 음모론이라고 맞서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보험사의 행정비용이 오히려 감소하고, 지급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요율산정 등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배철 생명보험협회 소비자지원본부장은 "장기적으로 소액보험 청구 건이 많아져 누적되면 그게 빅데이터화 돼 보험료에 반영할 수 있는 좋은 측면이 있다"면서 "법률 환경 정비 및 위험손해율 개선 방안도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무상의료운동본부까지 보험사 공격에 가세했다. 지난 24일 운동본부는 "보험가입자의 개인정보 활용성 등에 주된 초점을 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민간 실손의료보험을 규제한다고 공약해 놓고 보험가입자의 편의성을 빌미로 실손보험을 건강보험의 경쟁보험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본인 부담 의료비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민영보험이다"며 "한쪽은 음모론을 내세우고, 다른 한쪽은 존재조차 부정하는 모습이어서 소비자들의 불편만 길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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