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 및 대구은행, BNK금융그룹 및 부산은행 전경 [사진=각사 제공]
DGB금융그룹 및 대구은행, BNK금융그룹 및 부산은행 전경 [사진=각사 제공]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지방은행들이 채용비리와 배임, 영업망과 영업이익 감소에도 방만경영을 벌여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지방금융을 선도한다는 DGB금융, BNK금융그룹은 각종 비리로 연루돼 지주 회장들이 줄줄이 징역형을 받는 등 비운이 끊이지 않고있다.  

대구지방 금융을 아우르는 DGB금융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이었다.

박 전 회장은 2014∼2017년 전현직 임직원들과 공모해 계열사인 대구은행 공채 지원자의 전형별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북 경산시 간부 공무원 아들 등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공채 담당자들에게 컴퓨터 교체와 채용서류 폐기를 지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았다.

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인카드로 백화점상품권을 산 뒤 되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상품권 깡’ 수법으로 비자금 약 30억 원을 조성해 8700만 원가량을 경조사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해 4월 구속됐다.

결국 대법원은 이달 17일 채용 비리(업무방해죄)를 포함해 업무상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된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인규 前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김태오 現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진=DGB금융지주]
박인규 前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김태오 現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진=DGB금융지주]

박인규 회장 비리로 물러나면서 뒤를 이어 지난해 5월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출신으로 첫 ‘외부’ 영입한 CEO인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했다.

전임 경영진의 취업비리와 비자금 참사 수습 국면에서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은 이후 대구은행장 겸직 논란, 대구경북(TK) 외연 확장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더십 위기 국면에 서 있다.

DGB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인사제도 혁신의 일환으로 인재육성프로그램 ‘DGB-HIPO(하이포·High Potenial)’와 차기 은행장 양성 프로그램인 ‘DGB 포텐셜 아카데미(Potential Academy)’를 추진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임직원들의 성장욕구 지원을 통해 조직 역량을 제고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실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하이포를 통한 임원 선임이 오히려 임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으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력이 짧은 임원들 내에서 차기 은행장을 선임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무리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DGB금융지주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3339억 원으로 전년도(4092억 원)에 비해 18.4%(753억 원) 줄었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국내 지점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73곳으로 5년 전인 2013년 193곳에 비해 20곳 줄었다. 대신 지점보다 인력이 적은 소규모여서 영업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출장소는 60곳에서 76곳으로 늘렸다.

이런데도 김태오 지주 회장 연봉은 약 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급 4억3000만원에 활동수당 2억2000만원, 여기에 최대 기준으로 성과급이 단기(5억1000만원)와 장기(1억7000만원)로 각각 책정됐고, 퇴직금(2억1000만원), 기타수당(300만원) 등이 더해진다.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변동되는 점을 고려해도 회장의 보수는 연 14억~15억원가량 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참여연대에 따르면 박 전 행장이 채용 비리와 업무상 횡령 등으로 행장에서 물러나고 구속기소 됐지만 대구은행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수위원회는 그에게 기본급 80% 지급을 결의하고 이사회는 이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박 전 행장은 지난해 4∼6월 6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대구참여연대는 "다른 금융지주의 경영진은 위기 때 연봉을 삭감하고 낭비를 줄이는 등 솔선수범하는 데 DGB금융지주 이사회와 회장은 비리 문제로 혼란을 겪는 가운데 잇속을 챙기기 바빴다"고 지적했다.

경남 뿐만 아니라 부산 금융을 책임지고 있는 BNK금융도 채용비리에 배임에 휩싸이며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부산은행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부산시 고위공무원의 아들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성세환 전 BNK 금융지주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성 전 회장은 임직원 거래처를 동원해 자사 주식을 대량 매수하는 방법으로 주식 시세를 조종,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성세환 前 BNK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성세환 前 BNK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성 전 회장은 BNK금융지주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기간인 2016년 1월 7∼8일 BNK투자증권 임직원을 동원해 부산은행 거래처 14곳에 주식매수를 유도하고 자금 173억원으로 189만주를 한꺼번에 사들여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BNK부산은행 수익성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 규모가 1년 사이 10.2% 급감하면서 지방은행 6곳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누적(연결) 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2973억 원, 순이익 규모는 22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영업이익 3320억 원, 반기순이익 2482억 원) 대비 각각 10.4%, 10.2%씩 감소한 수치다.

부산은행의 영업이익 규모는 빈 행장 취임 이전인 2016년 상반기 2352억 원에서 2017년 상반기 2470억 원, 2018년 상반기 3320억 원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엔 2973억 원에 그치면서 하락 전환됐다.

당기순이익 규모도 2016년 반기 1814억 원에서 2018년 반기 2482억 원까지 늘어났다가 올해 상반기 2227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와 같은 부산은행의 순익 하락은 순이자이익 감소와 일반관리비의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던 순이자이익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613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5786억 원으로 원 5.6% 감소했다.

부산은행은 BNK금융 주요계열사 상반기 실적에서도 꼴찌에 머물렀다. 당기순이익 면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계열사는 부산은행이 유일했다. 부산은행과 더불어 주력 계열사인 경남은행은 10.8%의 이익증가라는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하락 등 어려운 경제 여건에 내부적인 문제로 지방금융의 위신을 깎을 때가 아니다"며 "이럴때일수록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수수료와 금리를 낮추고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시중은행에 맞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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