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국민배우 이병헌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뱉어진 이 말은 대한민국을 독서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어느새 희뿌연 먼지가 소복이 쌓인 오래된 책장에 책 한 권을 꺼내보기도 했지만 단연 인기는 ‘밀리’였다.

밀리, 벌꿀 밀(蜜)에 마을 리(里)라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밀리의서재’가 그 주인공이다.

책 사러가는 시간조차 사치인 요즘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매달 9900원이면 5만권의 책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책이라는 꿀이 가득한 마을이다.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이 생활화 된 사람들에게 이제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만큼 입에 착 감기는 독서 플랫폼의 기준이 됐다.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 [사진=고선호 기자]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 [사진=고선호 기자]

기업의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국내 출판사 웅진시크빅에서 대표이사를 수년간 지내온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이사가 마을 리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22일 어느 때보다 맑은 날 찾은 상암동 디지털미디시티역 인근에 자리한 밀리의서재 본사에서 서영택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독서와 밀리, 그리고 서영택

처음 만난 서 대표의 모습은 젊은 신생기업의 오너 치고는 꽤 연륜이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말끔하게 차려입은 자켓과 짙은 색의 청바지가 그의 스마트함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에게 적지 않은 나이에 도전한 스타트업 오너로서의 삶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좋은 삶의 자극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밀리의서재의 슬로건 중 하나인 ‘밀리합시다’ 입간판에 손을 얹고 기대 선 서영택 대표. [사진=고선호 기자]
밀리의서재의 슬로건 중 하나인 ‘밀리합니다’ 입간판에 손을 얹고 기대 선 서영택 대표. [사진=고선호 기자]

“출판사부터 지금까지 사람과 책에 대한 일을 해왔다. 과거엔 필수 덕목이었던 독서가 이제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상 콘텐츠들에 밀려 설자리를 잃고 있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면서도 독서 시장에 대한 그의 우려는 그 누구보다 깊었다. 밀리의서재의 현재 위치와 그가 생각하는 정체성에서도 그 고민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시장 등락폭이 낮은 책 시장에서 밀리의서재는 어쩌면 중간에 낀 애매한 위치에 자리해 있다.

책을 살 수도 있지만 소유 보다는 구독을 통한 ‘독서의 생활화’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골수 독서가들에게는 그렇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쁜 일상생활에서 서점에 가는 시간마저 아까운, 또는 평균적으로 1~4만원 수준의 책을 사기에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 그리고 집안일에 치여 독서와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해야했던 주부들까지도 보다 자유롭게 책이라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밀리의서재 앱 화면. [사진=밀리의서재]
밀리의서재 앱 화면. [사진=밀리의서재]

서 대표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소요하는 시간이 매일 50분 정도 된다고 한다.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은 극히 적다”면서도 “밀리의서재 사용자 1명당 한 달 간 10~15회 정도 사용하는 데 이는 다양한 시간의 소비 형태 중 하나로 밀리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밀리를 쓰면서 조금 더 가치 있는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게끔, 독서라는 시간을 생활의 일부로 다시 들어올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콘텐츠를 파는 것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사활을 걸었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밀리, 책과 다시 친해지게 만드는 가장 좋은 친구로

이날 인터뷰에서는 특별히 손님을 조금 더 모시고 진행했다. 밀리의서재를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김태형 콘텐츠사업팀 팀장과 이창훈 마케팅 팀장이다.

서 대표는 이들이 실질적인 밀리의 리더들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개발부터 광고, 마케팅까지 전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밀리의서재 운영팀인 김태형 콘텐츠사업팀 팀장(왼쪽)과 이창훈 마케팅 팀장(오른쪽). [사진=고선호 기자]
밀리의서재 운영팀인 김태형 콘텐츠사업팀 팀장(왼쪽)과 이창훈 마케팅 팀장(오른쪽). [사진=고선호 기자]

 

긴장감이 역력한 그들의 모습에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질문 하나를 던졌다.

“밀리의서재를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어떤 말이 좋을까요?”

김 팀장은 “‘책과 다시 친해지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책 읽는 시간을 조금 더 가치 있게 하면서도 그 과정이 결코 무겁거나 어렵지 않은, 말 그대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은 밀리의서재를 정확히 대변하는 말이었다.

그의 현명한 답변에 서 대표도 미소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요새는 밀리를 ‘디지털 디톡스’로 표현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그게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서 대표는 지금의 밀리를 있게 해준 TV광고 모델 이병헌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당시 그는 밀리의서재라는 이름 자체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각인 시켜야 할지 매일 고민했다고 한다. 다양한 방법론 속에서 떠오른 게 과감한 전속모델 발탁이었다.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누가 모델을 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성격 자체가 고착화 될 수 있기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밀리의서재는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을 전속모델로 발탁해 TV광고를 진행했었다. [사진=밀리의서재]
밀리의서재는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을 전속모델로 발탁해 TV광고를 진행했었다. [사진=밀리의서재]

이병헌이 모델을 맡게 된 것이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천의 얼굴, 감미로운 목소리, 진중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그의 이미지를 밀리라는 마을에 덮어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광고 직후 1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밀리를 찾았고 그 활동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로 마케팅 성과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상을 수여하는 에피어워드 코리아에서 올해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독서의 가치를 바꾸다

밀리의서재는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10~20세대와 책에 막연한 부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쉽고 가벼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채팅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채팅형 콘텐츠인 ‘챗북’을,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실시간 방송과 독서를 결합한 ‘밀리 LIVE’ 등을 제공하면서 독서의 정의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밀리의서재가 독점으로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인 ‘밀리 오리지널’을 통해 영화화 된 책들을 선보이거나 유명인이나 책의 저자가, 그리고 전문성우가 책을 직접 읽어주는 ‘리딩북’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중이다.

서영택 대표가 밀리의서재의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선호 기자]
서영택 대표가 밀리의서재의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선호 기자]

서 대표는 밀리의서재가 그려나가는 미래에 대해 “운동과 공부, 다이어트, 금연 등 사람들의 필요로 인해서 행해지는 일련의 모든 일들 속에 독서가 있다. 지금은 독서를 이 같은 생활의 범주에 속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는 단계”라며 “이런 시장은 즉각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아직 잠재력이 현실화 되지 않았을 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다면 하나의 트렌드로써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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