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원유 시추 설비와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해양 원유 시추 설비와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유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악화일로를 끊어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중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등 대외 변수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3분기 실적도 큰 개선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연말에 대외적 호재로 반등의 조짐이 보일 거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3일 증권업계는 정유 4사가 올해 3분기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정제마진이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실적반등을 기대했으나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발생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0.8% 3280억원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도 유사한 상황이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36.9% 줄어든 199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유사한 흐름일 것으로 관측됐다.

정유사의 저조한 실적은 단발성이 아니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장기침체다. 지난해 4분기는 정유 4사 모두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낸 ‘악몽’이었다. 4사의 영업손실을 모두 합하면 1조136억원이나 된다.

국제유가 폭락과 정제마진 폭락이 겹친 게 화근이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고,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인 정제마진도 4달러대에서 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두려워하는 두 악재가 겹치며 작년 4분기 손실을 부추겼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적 변수가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선이 기대됐던 올해 상반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2분기 기준 에쓰오일은 매출액 6조2573억원을 냈으나 영업손실 905억원을 내며 적자전환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1544억원을 내며 정제마진 부진의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년 동기보다 무려 50.7% 급감했다.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이다.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도 영업이익을 1334억원, 4975억원씩 냈지만 전년 동기보다 각각 77.2%, 41.6% 감소했다.

정유업계는 올해 4분기가 지난 1년간 지나온 어두운 터널을 탈출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적에 영향을 줄 대외적 호재가 예상돼서다.

국제 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가 그중 하나다. IMO는 해상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상한선을 현행 3만5000ppm에서 5000ppm 이하로 낮추는 ‘IMO 2020’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선박사들이 규제에 발맞춰 다량의 먼지를 뿜는 고유황유(벙커씨유) 대신 저유황으로 바꿀 예정이라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저유황유 가격은 고유황유보다 대략 70% 비싼 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 육박한다”며 “규제로 인해 저유황유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매출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유황유는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어들며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고유황유 가격이 원유가격 대비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정유사들은 저유황유 생산에 집중하는 동시에 잉여 고유황유를 자체 정제시설에 돌려서 휘발유와 경유로 만드는 설비를 가동하며 수익을 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반등의 여지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코스피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에 힘입어 1% 넘게 오르며 2080선을 탈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주요 인사들이 무역협상과 관련해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은 점이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유업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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