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이 1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개도국 유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TO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이 1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개도국 유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정부가 미국 압박에 밀려 이번 주 내로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포기 뜻을 밝힐 전망이다. 이는 농민 반대를 무릅쓴 강행인 만큼 앞으로 정부 정책 관련 시위나 단체행동 등이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개도국 지위 포기가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고위인사와 만나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 내부 결정은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공식 결정이 나올 것이 유력시 된다.

우리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압박이 작용했을 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7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대표부에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향후 90일 안에 해당 국가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 제외 대상국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2056달러) 등 총 4가지에 해당하는 나라를 꼽았다.

이중 터키‧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 등이 3가지 항목에 속하지만 4가지 모두 해당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정부는 억지로 끌려가느니 스스로 WTO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택해 마지막까지 협상 카드는 쥐고 있겠다는 심산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정부 고위관계자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정 체결 시에는 한국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미국이 말하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추후 판단해 현 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고 밝혔다.

반면 WTO개도국 지위를 잃으면 농민은 당장 외국 농산물과 맞붙을 위기에 놓이기 때문에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에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및 대책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로 인한 한국농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즉시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농해수위는 국내농업이 WTO개도국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위기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국내 농업소득 수준이 WTO 출범 당시인 1995년 1047만원에서 지난해 1292만원으로 23년간 제자리걸음 △곡물자급률은 같은 기간 29.1%→21.7%로 하락(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 △농업경영주의 고령화로 인해 농업인구 감소폭은 OECD 회원국 중 최대 수준이다.

황주홍 농해수위원장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사실상 농업을 그만두라는 명령과 같다”며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식량산업, 생명산업 포기로 간주하고 개도국 지위 유지 및 대책 마련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결의안 채택 다음날인 1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도 농민이 만족할 만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WTO 개도국 유지와 관련) 정부는 차기 협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를 되풀이 해 실망감을 안겼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현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은 WTO 자체를 재편하자는 것이다”며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현실적인 카드가 아니라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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