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뉴타운 3구역 전경. [사진=유준상 기자]
한남뉴타운 3구역 전경.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서울시의 일방적인 뉴타운 통제로 주춤했던 한남3구역(재개발)이 완전히 회생하는 분위기다. 풀리지 않는 숙제로 얽혀있던 사업계획을 확정 지은 데다 최근 진행 중인 시공자 입찰에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면서 ‘강북 핫플레이스’ 청사진이 구체화 돼서다.

지자체의 ‘사업 통제’로 위기 맞기도…어두운 터널 묵묵히 견뎌

한남3구역은 2012년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가장 빠른 사업 진행을 보여왔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초대형 사업지로, 한강 조망권 확보는 물론 강남·강북으로의 접근성이 좋아 업계 이해관계인들에게 ‘강북 핫플레이스’로 불리기도 했다.

잘 나가던 3구역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자체의 사업 통제로 위기를 맞았다. 2015년 7월 서울시가 건축심의를 진행 중이던 3구역에 사업 중단 조치를 내려서다. 한남뉴타운 전 구역 간 정합성을 찾고 일부 지역을 존치하려는 게 이유였다. 그 여파로 건축심의가 7차례나 보류되기도 했다. 사업 지체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 운영의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며 사업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17년 5월 한남3구역은 깜깜한 터널의 출구를 빠져나왔다. 서울시는 그달 도시재정비위원회 수권소위원회를 열고 ‘한남3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사업성은 급격하게 저하됐다. 건물 최고 높이는 남산자락 구릉지 경관에 침해하지 않도록 29층에서 22층으로, 세대수도 5826가구로 각각 낮게 조정됐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한광교회가 바라보이는 지역은 기존 풍경 유지를 위해 저층으로 바뀌었다.

1년 남짓 지나 3구역은 한 차례 더 난관을 만났다. 구역 내 한광교회가 서울시 리모델링 방침에 반대하면서 건물 존폐 문제를 맞닥뜨려서다. 목사와 신도들은 예배 장소를 다른 세속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3구역은 차분히 나머지 사업 현안들을 처리해갔다. 지난해 6월 교육환경영향평가에서 서울교육청 승인을 받고, 그달 서울시의 조례 개정으로 현황도로의 무상양도가 확정되면서 사업성이 한층 높아졌다. 같은 해 8월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건물 철거를 주장하며 서울시와 대립하던 한성교회 문제도 협의를 통해 리모델링 뒤 공공시설 활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결과 올해 3월 사업시행인가를 확정지었다.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 시공자 입찰에 합류…GS·대림·현대 ‘3파전’

어두운 터널을 견뎌낸 한남3구역에 시공자 선정 '볕'이 들었다.

3구역은 공사비 1조8880억원, 총 사업비 규모 7조원으로 서울 강북권 재개발 단지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조합이 지난 8월 시공자 입찰 포문을 열자 쟁쟁한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조합이 ‘단독 입찰’만 허용하면서 건설사들의 경쟁이 더욱 거세졌다. 컨소시엄 형태는 준공 이후 하자 보수가 생길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사업 속도가 더디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지난달 진행된 시공자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5개사가 참여했고, 이 중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이 조합 측에 단독으로 시공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해 3파전이 전개될 예정이다.

GS건설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남3구역 특화 설계안 ‘한남자이 더 헤리티지’을 공개했다. 입찰 참여사가 입찰 마감 전에 설계안을 공개하는 것은 도시정비업계 역사상 이례적이다. 이날 덴마크 설계사무소 어반에이전시와 미국의 조경회사 SWA가 직접 참여해 각종 특화설계안을 설명했다. 우무현 GS건설 건축·주택부문 사장은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의미하는 ‘헤리티지’를 기존 자이 브랜드에 더해 선보이는 첫 단지가 한남3구역”이라고 평가했다.

대림산업은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아크로’를 한남3구역에도 적용해 ‘아크로 한남카운티’라는 단지명을 제시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3.3㎡당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알려진 ‘아크로리버파크’ 등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1500억원 규모의 입찰보증금을 가장 먼저 완납하면서 수주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도입한 단지명과 추가 공사비가 없는 확정 공사비 조건 등을 제시했다. 또 현대백화점과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본사 사옥에서 향후 한남3구역 내 백화점 입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통, 미디어, 종합식품 등 각 분야의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가진 다양한 아이템과 서비스들을 한남3구역에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배경은 2017년 9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시공자 선정 이후 공사비 1조원이 넘는 대규모 물량이 2년여 만에 나왔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서울 중심부의 대규모 단지라는 상징성도 크게 작용했다.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 수주에 성공한다면 인근 한남2, 4, 5구역 시공자 선정과 한강 바로 건너편 압구정 재건축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남3구역의 시공자 입찰마감은 오는 18일 오후 2시다. 조합은 이날까지 각 건설사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받은 후 12월 15일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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