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로페이 10만 번째 가맹점인 역사책방에 붙은 10만호점 스티커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로페이 10만 번째 가맹점인 역사책방에 붙은 10만호점 스티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특별시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직불결제 시스템 ‘제로페이’가 수백억의 예산 지원에도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으로의 이양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저조한 실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것은 물론 사업 5년차까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로페이 출시 이후 총 사용건수는 지난달까지 186만건으로, 신용카드 대비 0.01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사용금액 역시 384억원으로, 신용카드 전체 매출의 0.007%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나마 올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 간 23배의 성장을 이뤘지만, 월평균 19억원이 안 되는 규모가 지속되고 있다.

제로페이의 가장 큰 문제로는 이미 고착화된 결제시장에 있다.

정부는 제로페이의 강점으로 ‘소득공제 40%’ 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혜택을 보기 어려운 구조다.

연봉 5000만원인 소비자가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월 200만원 이상 제로페이로 결제해야지만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체크카드 역시 소득공제율 30% 혜택 등으로 신용카드와 경쟁했지만, 다양한 할인 혜택과 편의성 등을 극복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와 유사한 방식의 혜택을 제공하는 제로페이 역시 계좌이체 형태로 금액이 지불되기 때문에 후불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외신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제로페이 서비스 현황 및 외식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 10곳 중 9곳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주 1회도 집계되지 않았다. 심지어 한 달 동안 1건도 되지 않는 업체도 44.6%에 달했다.

지난 6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우리 먼저 제로페이 페스티벌’에서 정부 관계자가 제로페이를 이용한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우리 먼저 제로페이 페스티벌’에서 정부 관계자가 제로페이를 이용한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존 결제시스템보다 복잡한 결제 방식도 이용자들의 외면을 부추기고 있다.

제로페이는 일반적인 카드인식 시스템이 아닌 이용자가 제로페이 앱을 다운받고 가게 및 상점 등에 설치된 QR코드를 인식, 이를 다시 재확인해야 하는 등 다소 절차가 복잡하다.

이는 바쁜 점심시간대 식당가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이용환경이 떨어지는 전통시장 등 현장 여건을 감안했을 때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가맹점주는 가맹점주대로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가정주부 박영은(41)씨는 “소득공제 혜택도 연말이나 돼야 받을 수 있는데 바로바로 얻을 수 있는 신용카드 혜택을 생각하면 제로페이에 손이 가지 않는다”며 “쓰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오히려 가게들이 더 싫어하는 눈치를 줘서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는 제로페이 확산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제로페이 SPC준비위원회 구성을 통해 시중은행과의 법인 전용 제로페이 개발에 착수했다.

이르면 다음 달 15일 각 지자체를 시작으로 공공기관, 일반 법인, 정부부처가 사용하는 제로페이 앱이 상용화 될 전망이지만, 당초 목적인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확대에는 여전히 부침을 겪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기부 국정감에서도 제로페이 사업의 부침현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종배 의원(자유한국당, 충북 충주시)은 “수익성인 제로인 사업으로 세금이나 민간기업 출연금으로 연명해야 하는 구조”라며 “이 같은 적자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관에 운영재원으로 정부보조금 지원을 명시한 것인가. 사실상 관치페이임을 인정한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일일 결제액 3억원 돌파 등 올 초 대비 이용률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좀 더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으로 이용률 증대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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