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가축 살처분 후 매몰 작업에 동원됐던 한 공무원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다 업무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례가 있었다. 그런만큼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작업 참가자 처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본지가 농림축산식품부 대응 활동을 점검한 결과 일부 직원의 과도한 업무 강행 등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알려진 현황에 따르면 발병 지역 중 연천‧강화는 인원이 적어 12시간 2교대로 업무가 진행돼 피로 누적이 심각한 상태다. 이렇다보니 충분한 휴식은 물론이고 시간을 내어 심리 치료 등이 동반되기 어렵다.

파주‧김포 등 돼지열병 발병지역 공무원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하루 272명이 투입돼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첫 확진 이후 3주를 넘기고 있는 데다 살처분 예정 두수도 지속 늘어나고 있어 심적 스트레스도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9일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서 돼지열병이 국내에서 14번째로 확진됐다고 당일 밝혔다. 이번 확진으로 해당 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4000여두를 포함해 500m에서 3km 이내 3개소의 4120여두 또한 살처분이 확정됐다. 이로써 경기도 파주‧연천‧김포와 인천 강화를 포함해 살처분 예정 돼지는 94개 농장, 15만4866두에 이른다.

심리 전문가들은 “가축방역관을 비롯해 공중방역수의자, 군인, 포크레인 기사 등 관련 종사자들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많은 수 가축 살처분에 동원된 경우 동물 울음소리를 환청으로 듣거나 꿈에 당시 상황이 재현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일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살처분 현황 . 13차 발생까지 89농장 145,546두 살처분 완료. [사진=농식품부]
10일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살처분 현황 . 13차 발생까지 89농장 145,546두 살처분 완료. [사진=농식품부]

올해 1월 국가인권위위워회는 이같은 내용을 농식품부 및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심리치료 의무화로 안내하고 심리적‧신체적 증상 체크리스트를 통해 고위험군을 파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2017년 인권위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한 조사 결과도 근거로 제시됐다. 가축 살처분에 참여했던 공무원 및 공중방역 수의사 268명 심리 건강 상태를 살펴보니 응답자 76%가 PTSD로 판정받았으며 중증 우울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도 23.1%에 달했다.

농식품부는 돼지열병 확산 방지뿐 아니라 작업 참가자 보호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성태 농식품부 사무관은 “살처분 관련 종사자들의 트라우마 관리를 위해 업무 진행 이전에 안전교육과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실무는 각 지자체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맡고 있다”며 현재 충분히 관련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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