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민간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비용이 전력공기업 석탄발전소보다 조 단위 이상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민간 대기업들은 건설비가 국민 전기료에서 충당되는 점을 이용해 투자비를 허위로 부풀리거나 과도하게 올려온 것으로 적발돼 충격을 낳고 있다. 이같은 행위가 전기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포스코 SK건설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발전공기업에 한정됐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권을 허가받아 현재까지 동해안에 3개의 발전소를 짓고 있다.

현 제도상 발전소 건설비는 국민이 납부한 전기료에서 충당되는 구조다. 그런데 민간의 창의력과 효율성으로 값싸게 짓고 운영도 잘할 것이란 기대로 민간시장에 개방해준 석탄화력발전소가 오히려 공기업보다 더 비싸게 지어지고 있었다.

현재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SK건설이 두산중공업과 함께 각각 짓고 있는 3개 민간화력발전소(2GW급)의 총 건설비용은 약 15조7000억원으로 천문학적인 규모다.

올해 6월 기준 강릉 안인화력(삼성물산)은 약 5조6000억원, 고성하이화력(SK건설)은 5조2000억원, 삼척포스파워(두산중공업)는 4조9000억의 건설투자비가 든다고 전력거래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각각 신고했다.

이는 2017년 한국남부발전이 동해 삼척에 준공한 같은 설비용량의 삼척그린파워 건설비 3조9000억원 보다 적게는 1조원, 많게는 1조7000억원 더 많이 투자받는 셈이다. 삼척그린파워의 투자비에 할인율 8%를 더한다 해도 민간화력이 4000억원에서 1조1000억가량 비싸다.

2016년 준공된 한국동서발전의 당진화력은 3조원, 2017년 준공된 서부발전의 태안화력은 2조9000억원, 중부발전의 신보령1‧2호기는 2조8000억원이 각각 투자됐다. 비록 준공 시점이 약 2년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도 민간 화력이 공기업 화력보다 비해 많게는 2배가 더 든다는 이야기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SK건설 등 민간 대기업들은 사업권 취득 이후 투자비를 과도하게 올려왔다. 세 기업은 2013년 당시 정부와 전력거래소에 고성 하이화력은 4조3000억원, 강릉 안인화력 5조1000억원, 삼척 포스파워 3조3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투자비 견적을 제출 후 사업권을 따냈었다.

사업권을 딴 이후 연약 지반, 조달 금리 등을 이유로 고성은 9000억원, 강릉은 5000억원, 삼척은 1조6000억원의 투자비가 더 든다고 수정‧신고했다. 삼척 포스파워의 경우 4년 만에 투자비가 무려 48%나 올라간 셈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단 기간에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건축비가 상승하는 경우는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이훈 의원은 “민간 대기업들은 사업권을 요청 할 때 투자비를 낮췄다가 사업권 승인 이후에는 최대 2배 가까이 투자비를 올린 것은 당초 사업비 제안이 엉터리라는 것은 반증하는 셈”이라며 “당초 사업비를 토대로 다른 기업들과 경쟁해 사업권을 따낸 것임 만큼 처음부터 엉터리 추계 투자비를 작성했다면 투자비를 제대로 산정한 선량한 다른 기업들을 기만하여 탈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투자비의 상승은 민간 화력 참여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꿩먹고 알먹기’다. 건설비가 국민 전기료에서 충당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구입할 때 발전소 건설비용(투자보수율)을 더해 전기구매 비용을 지불한다. 발전소 건설비가 증가하면 한전의 전기구매단가도 증가해 결국 국민들의 부담도 증가하는 식이다.

이훈 의원은 “민간 건설사가 투자비를 천문학적으로 부풀린 까닭은 한전과 국민들이 전기요금에 넣어 보상해 줄건대 굳이 건설비를 낮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국민들이 자신들의 투자비 전체를 전기요금으로 채워주는 점을 악용해 투자비를 허위로 부풀릴 요량으로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친 대기업 정책이 화력발전마저 재벌·대기업들에게 던져주고 한전과 국민들을 고가의 전기료 부담자로 전락시켰다”고 덧붙였다.

민간 화력발전의 규모가 커진 만큼 실력행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민간 기업이 추진하는 화력발전 설비용량은 6GW나 된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6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다.

이훈 의원은 “만약 기업이 자신들의 전기를 더 비싸게 사주지 않는다고 태업하거나 발전소를 세워버린다면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엄청난 전기생산량을 메꾸기 위해 더 비싼 가스발전을 돌려야 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추가요금을 결국 국민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비 산정에 불복해 불필요한 소송까지 가고 준공연기, 발전개시 회피 등 민간발전사의 실력행사가 우려된다면 지금이라도 사업권을 회수하고 발전공기업들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불필요한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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