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자 모양 김유정 생가 [사진=한국관광공사]
ㅁ자 모양 김유정 생가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흥하는 시대지만 때때로 소설, 시, 수필 한 구절이 문득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독서의 달 9월에 이어지는 10월을 맞아 ‘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를 테마 로 한국문학 정취가 묻어나는 감성 여행지 5곳을 10월의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파란하늘과 하얀구름, 살랑이는 바람이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강원도 춘천 김유정문학촌(소설가 김유정)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선암사, 순천만습지(시인 정호승․소설가 김승옥 등) △충북 옥천군 정지용문학관(시인 정지용) △서울 성북동 길상사(법정스님) △경북 안동 권정생 동화나라(동화작가 권정생) 등으로 떠나보자.

김유정역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유정역 [사진=한국관광공사]

◇춘천 김유정문학촌

수도권 전철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김유정문학촌은 ‘봄봄’. ‘동백꽃’을 쓴 소설가 김유정 고향에 조성된 문학 마을이다. 김유정 생가를 중심으로 그 삶과 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김유정기념전시관,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춘 김유정이야기집 등이 있다.

네모난 하늘이 보이는 생가 중정 툇마루에서 문화해설사가 하루 일곱 번(11~2월은 여섯 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김유정 많은 작품이 이곳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쓰였다. 덕분에 김유정문학촌 곳곳에는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근식이가 자기 집 솥 훔치던 한숨길’ 등 이름만 들어도 재미난 실레이야기길 열여섯 마당이 펼쳐진다.

김유정문학촌 인근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많다. 옛 신남역에서 이름을 바꾼 김유정역은 빈티지 느낌 가득한 SNS 명소다. 푸른 강물 위를 걷는 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구봉산전망대 카페거리도 놓치기 아깝다. 아이와 함께라면 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도 가볼만하다. 실내와 실외로 구성된 키즈파크로 춘천시가 운영한다.

위치: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

선암사 해우소 [사진=한국관광공사]
선암사 해우소 [사진=한국관광공사]

◇순천 선암사(정호승 시인)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 시 ‘선암사’ 첫 행이다. 1999년에 나온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수록됐다. KTX도 다니기 전이다. 그가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줄 거라며 “실컷 울어라” 말한 장소는 선암사 해우소다. 선암사 보물이 승선교만이 아님을, 아름다운 것만이 보물이 아님을 일깨운다.

이밖에도 순천은 문학 여행지로 손꼽는다.

송광사 불일암도 문향이 짙다.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이다. 대표작 ‘무소유’는 1976년 작품이다. 편백과 대나무 숲을 지나 다다르는데 법정 스님 유해가 묻힌 불일암 후박나무 아래서 누구인들 묵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순천만습지는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 속 무진이다. 일상과 이상, 현실과 동경 경계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가까이 순천문학관이 있어 그 문학 세계를 살펴보기 좋다.

순천만습지에서 와온해변이 멀지 않다.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 한 개펄이 있다. 용산전망대 못지않은 일몰 또한 자랑이다. 선암사 초입의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나 순천역 근처 조곡동 철도문화마을도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위치: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선암사) / 송광면 외솔길(송광사 불일암) / 순천시 순천만길(순천만습지)

정지용 생가 [사진=한국관광공사]
정지용 생가 [사진=한국관광공사]

◇옥천 정지용문학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봤을 노래 ‘향수’는 정지용 시에 곡을 붙였다. 이 노래 덕분에 정지용은 친숙한 시인이 됐고 잊히고 사라진 고향 풍경이 우리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옥천에 있는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옥천 구읍 실개천 앞에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다. 정지용문학관에서는 시인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살펴보고, 시 낭송실에서 그 시를 목청껏 낭독할 수 있다.

정지용 시를 테마로 꾸민 장계국민관광지도 빼놓을 수 없다. 정지용 시와 수려한 강변 풍광이 어우러져 낙후된 관광지가 독특한 명소가 됐다. 그밖에 금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곳에서 만나는 기암절벽 부소담악, 옥천 일대 조망이 일품인 용암사도 둘러보자.

위치 : 충북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길상사 [사진=한국관광공사]
길상사 [사진=한국관광공사]

◇서울 성북동 길상사(법정스님)

법정 스님은 ‘무소유’ ‘맑고 향기롭게’ 등 저서 20여권을 남겼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며 무소유가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0년 입적했지만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흔적이 성북동 길상사에 있다.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은 김영한 시주로 탄생한 절집이다. 창건 역사는 20년 남짓하지만, 천년 고찰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김영한과 시인 백석 이야기 역시 길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맑고 향기로운 절집, 길상사는 많은 사람 발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길상사와 함께 문학 이야기를 나눌 여행지가 주변에 많다. ‘님의 침묵’을 쓴 만해 한용운이 거주한 심우장,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잘 알려진 최순우 가옥, ‘문장 강화’를 쓴 상허 이태준 선생 집도 가깝다. 이태준 가옥은 ‘수연산방’으로 바뀌어 향긋한 차 한 잔 나누기 좋다.

위치 : 서울 성북구 선잠로5길

권정생동화나라, 몽실언니 조형물 [사진=한국관광공사]
권정생동화나라, 몽실언니 조형물 [사진=한국관광공사]

◇안동 권정생동화나라

‘강아지 똥’, ‘몽실 언니’ 등 주옥같은 작품으로 아이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 고 권정생 선생의 문학과 삶을 만나는 안동 권정생동화나라가 있다.

이곳은 선생이 생전에 머무른 일직면 한 폐교에 문학관을 꾸몄다. 선생 유품과 작품, 가난 속에서도 따뜻한 글을 써 내려간 삶의 흔적이 있다.

2007년 세상을 떠난 권정생 선생은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는 평소 신념을 이곳에 고스란히 남겼다. 1층 전시실에는 단편 동화 ‘강아지 똥’ 초판본, 일기장과 유언장 외에 선생이 살던 오두막집을 실물 그대로 재현했다. 유작 수십 편과 강아지 똥, 엄마 까투리 등의 조형물을 만나고, 선생 작품을 읽어볼 수 있다.

인근 조탑마을에는 선생이 종지기로 일한 일직교회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작은 집이 있다.

문향이 깃든 안동 나들이 때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 가운데 병산서원과 도산서원도 함께 방문하면 좋다. 낙동강 변의 절경을 간직한 서원 외에도 고산정, 농암종택 등이 가을 여행의 운치를 더한다.

위치 : 경북 안동시 일직면 성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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