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애물단지 KDB생명이 매물로 나왔으나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내고 절차를 추진중이다. 보통주식 8800만여주와 KDB칸서스밸류PEF와 특수목적법인이 보유한 KDB생명 경영권이 매각 대상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세 차례 매각 실패와는 달리 이번에는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어느 전임자보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KDB생명을 "(지난 정부가) 애당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한다"면서 버린 자식 취급해왔지만 이번 매각을 진행하면서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순이익 64억원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섰을 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도 335억원의 순이익을 낸 우량 회사라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물론 KDB생명이 지난 2016년 순손실 102억원, 2017년 순손실 767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지만, 문제는 향후 미래가 불투명한 회사를 어느 누가 떠안겠느냐는 것이 금융가 분위기다.

올해 실손의료보험의 비급여 부분의 증가로 인해 국내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해 정도로 업계가 위기다. 

반면 KDB생명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실손 판매를 중단해 1분기 보장성보험 판매비율이 74.9%에 이를 정도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했다. 통상 보험사의 보장성보험 비중은 50%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체질개선이다.   

하지만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DB생명의 보장성보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실손보험을 빨리 포기한데 따른 결과일 뿐"이라며 "업계 전체적으로 어려워져 다른 생보사들도 실손 판매를 중단하는 모습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이번에는 다르다'는 이동걸 회장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물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생보사가 없는 우리금융 등이 은근히 KDB생명을 사주기를 바라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손을 내 젓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그나마 이익이 낫던 파생금융상품 판매 제한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침체 일로인 보험업을 인수하는 것은 아무리 큰 은행이라도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생명, NH농협생명, KB생명, 하나생명, DGB생명, KDB생명, IBK연금보험 등 국내 은행계 생보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보면 지난해 1972억원에서 1898억원으로 74억원(3.8%) 감소했다. 

결국 이 회장의 목표도 '사지 말았어야 할 물건'을 '파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은 역시 "투자자가 다양한 거래 구조를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며 모든 흥행 몰이에 한창이다. 매각주간사는 크레디트스위스와 삼일회계법인으로 선정했으며 계리법인 밀리만이 실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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