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한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교수가 국가 에너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한 정용상 동국대 법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진단하고 국가적 전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유준상 기자] 정용상 동국대 법대 교수가 최근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이하 한평) 이사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발족한 이 모임은 노무현 정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박기영 순천대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출범을 기획한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등이 핵심 멤버다.

한평은 최근 광화문에서 전국민적인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미세먼지 다이닝’이라는 퍼포먼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한평 이사장이 된 소감으로 “흑백논리에 빠지기 쉬운 특정 방향보다 국민 통합적 관점에서 에너지 정책을 설계할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한국법학교수회장을 맡았던 정 교수는 아세안(ASEAN) 10개국 기업 법제에 도통한 자본시장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금융업 발전을 위해 상조업계의 다양한 갑질 사례와 피해 구제 방향 등도 연구하고 있다. 다양한 제도설계에 조예가 깊은 정 교수의 폭넓고 깊은 시각이 에너지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임한 정용상 교수는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성 뿐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하나에 담은 균형적 에너지믹스 구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동국대에 있는 정 교수 사무실을 두 차례 방문해 여러 이야기를 나눠 봤다. 

Q. 국가별 기업법제 비교 연구가 마무리 단계라고 들었다. 매년 관련 논문을 쏟아내고, 사회단체 활동까지 눈코뜰새 없는 하루 아닌가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에 대한 비교분석을 이미 마친 상황이다. 브루나이가 남아서 진행 중인데, 선행연구가 없어 학계의 심사가 까다롭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Q.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무엇을 참고할지 알려주신다면

“외국 투자자들에게 전적으로 기업 선택권을 주는 싱가포르법이다. 외국인이든 해외 법인이든 1인 회사 설립이 가능하게끔 법제 정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다. 반면 대부분 개발도상국은 법률의 족보가 제각각일 뿐만 아니라, 복잡한 시행령으로 진입장벽을 친다. 이런 부분을 정리해 국내 기업에 도움을 주고자하는 것이 연구 목표다.”

“국내 기업법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해외상황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논평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올바른 정책이 도출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입장이다. 실제 한국의 법학계에서 기업법 연구는 국내 문제에만 한정돼 왔으며 해외 정보는 코트라(KOTRA)에서 간간히 발표되는 보고서에 의존하는 수준이었다. 정 교수는 ”법제도 연구 미비가 결과적으로 일본의 리쇼어링(기업유입)과 정반대 현상인 오프쇼어(기업유출)로 이어지게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Q. 본격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다. 본인의 전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싱크탱크의 이사장을 맡게 된 계기를 알려 달라

“지난 2년 일어나는 탈원전 논쟁을 보고 에너지 정책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다뤄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꼈다. 국가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환경문제, 남북관계, 국가정보 문제 등과 연관해 폭넓은 차원에서 검토가 있었으면 해서다. 대통령 공약이었다는 이유로 일방의 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다.”

Q.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뒤집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말이 아니다. 지금 대통령은 41.1%의 유권자 지지로 당선됐지만 그 이후에는 전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 자연히 자신을 지지하지 않던 사람이나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고민해서 정책을 펴야 한다. 따라서 선거 공약을 어겼다고 대통령이 비난을 받거나 그 자리를 물러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선거 공약은 백지상태에서 국민과 이렇게 나라를 이끌어나가겠다고 ‘사업 협약’의 밑그림을 그린 것에 불과하다. 약속을 이행하다가 정 실천이 어렵겠다 싶으면 고쳐 나가면 된다.”

정용상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장은  탈원전 정책과 관련 지도자가 한 가지 방향만을 밀어붙이는 것은 헌법 정신과 국민통합의 원리에 반하는 인치·반법치·몰법치·역법치라고 설명했다. [사진=유준상 기자]
정용상 교수는 매달 ROCT 중앙회에 시국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등 집필활동도 왕성하다. 평소 그가 즐겨 입는 티셔츠엔 특전사 출신임을 나타내는 'Special Forces'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사진=유준상 기자]

“지금 탈원전 정책에 어떤 수정이 필요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 교수는 지도자가 한 가지 방향만을 밀어붙이는 것은 헌법 정신과 국민통합의 원리에 반하는 인치·반법치·몰법치·역법치라고 설명했다.

“정책 당사자들이 융합·복합·연합·화합의 방법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돼 잠든 세상을 깨우는 알람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것은 정 교수가 학계로부터 ‘만능 해결사’라고 평가받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같은 과의 동료 교수 한 사람은 그를 ‘먼치킨’(게임의 모든 판도를 뒤바꿔놓을 정도로 강력한 만능형 캐릭터)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Q. 환경단체 등 현 정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집단의 논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탈원전 정책 폐기 선언을 하느라 굳이 애를 쓸 것도 없다. 국민 여론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정부가 모두 움켜쥐려다가는 더 큰 탈이 난다. 이제 정책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학계·과학기술계 등 전문가들에게 넘겨 줄 필요가 있다.”

Q. 환경 문제를 논할 때 ‘코포라티즘(합의에 의한 협치)’이 부족하다는 관점 같다

“그렇다. 미국만 놓고 봐도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을 주창하는 듯 하지만 에너지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반드시 대안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미리 방향을 정해 놓고 원자로를 바로 멈추어야 한다는 식으로 가지 않는가. 밀어붙이기 방식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렵다. 탈원전 진영도 ‘에너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 않는가. 탈원전 논란이 일도양단식으로 해결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정책 방향으로 인해 교육계에 미칠 영향 같은 것은 해결점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탈원전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원자력학과 지원생이 없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이야기다.”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교수가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 시절 합동월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교수가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 시절 합동월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도산 안창호 정신을 계승한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를 수년간 역임한 정 교수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빼놓지 않았다.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직접 배상을 요구하는 이번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약소 민족국가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법적 판단”이라면서도 “정부의 준비나 후속대책은 미흡했다”고 전했다.

Q. 마지막으로 현재 줄도산 위기에 처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조업 관련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노년복지연합을 자문하고 있고, 장례선진화를 위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 중의 하나가 상장례(喪葬禮)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나온 것이 상조업이다. 그간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 상조업자와 서비스 이용자들을 규율해 왔지만 소비자 보호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상조서비스표준약관 조차도 불공정 시비가 일어 날 내용이 많다. 상조회사에 대한 외부회계감사 및 결과공개를 의무화해 재무건전성 강화를 유도하고 경영개선명령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객의 계약해지 시 부당하게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약관조항을 두어 고객과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잦은데 이를 정비하는 게 우선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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