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영업이 끝난 은행앞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 있다.
한 노인이 영업이 끝난 은행앞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도희 기자] 노인 계층의 '디지털 소외'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70대는 6%에 머물러 있다. 동시에 은행을 포함한 금융업계가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면서 기존 점포와 ATM기는 급속히 사라져 그간 대면거래를 애용해 온 노년층의 금융 접근성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대 은행의 지난 2018년 6월 기준 국내 점포 수는 537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개, 비율로는 2.1% 감소했다. 6대 은행 중 국내 점포 수를 늘린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6대 은행 국내 점포 수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6월에서 2018년 6월 기준 KB국민은행 1066개→1055개, 신한은행은 928개→900개, KEB하나은행 819개→765개, 우리은행 887개→880개로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들은 전체 거래의 대부분을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거래패턴 변화에 맞춰 운영비가 많이 드는 점포를 통폐합하는 방법으로 지점을 줄여나가고 있다.

줄어드는 것이 은행 점포뿐 아니다. ATM기도 무차별적으로 축소 추세다. 6대 주요은행의 ATM기 등 자동화기기는 2015년 12월 4만 2655대, 2016년 12월 4만 515대, 2017년 12월 3만 7477대로 2년간 5178대로 급감했다. 10대 중 1대 이상 꼴로 사라졌다.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 은행 앞에 노인이 앉아있다.[연합뉴스]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 은행 앞에 노인이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점포 축소는 곧 노인들의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에 노모를 둔 직장인 A씨는 "큰 도시의 경우 적어도 한 시간 이내에 점포들이 위치해 있지만, 모바일뱅킹을 다루는게 어려운 지방 사는 노인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5대 은행 관계자도 "점포와 ATM기를 줄이면 은행은 인력과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익이지만 폐쇄된 지점을 이용하던 노인들은 대책이 없어진다"며 "상대적으로 폐쇄된 영업점이 더 많은 지방의 상황은 더욱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당 연간 160만원 이상 적자가 나는 ATM기를 줄이는 대신 편의점과의 협업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이 많지 않은 지역에 사는 노인들에게는 그 역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데다 대면채널을 주로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편의점 ATM기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금융상품에서 모바일 우대가 보편화되는 가운데 노년층은 예금 우대금리나 수수료 할인, 대출금리 할인 등 기본적인 금융복지에서조차도 소외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보험사기나 보이스피싱에 노출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금감원도 일부 대형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령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미진하다고 판단해 서비스 개선을 독려하고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닌 자율 권고 사항일 뿐이라 탁상공론에만 머문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개 국내은행이 총 4925개 지점에 '어르신 전용상담 창구'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어르신 전용상담 창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크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사용설명서'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하고, KB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을 위해 별도의 '골든라이프뱅킹' 앱을 운영 중이지만, 모바일뱅킹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이 대다수란 문제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은 지난 5월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등 사회단체와 '금융교육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노인들의 금융 이해도와 디지털금융 활용을 높이려는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장만영 시니어금융협의회 소속 시니어금융연구소장은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교육을 통해 시니어들의 금융에 대한 이해도 향상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시니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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