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엔 총회 및 한미 정상회담 등 참석차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비운 사이 현직 법무장관의 자택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치권에선 이번 조국 장관을 둘러싼 기싸움을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검찰 권력의 조직적인 저항이자 ‘검란(檢亂)’으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이는 정치·공학적으로 제한된 시선입니다. 그래서 조국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게 된 배경을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검찰은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자녀의 학력 등과 연결된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의 위법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검찰의 수사가 조국 장관을 끌어내릴 확실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조국 장관이 직무 수행에 있어 직접적인 결격사유를 찾지 못하면 이번 검찰 수사는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는 검찰이 정치에 개입한다는 지적에도 압수수색을 강행한 배경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정치권에선 사법개혁과도 연결시킵니다. 이미 시작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만 넘기면 ‘사법개혁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 사실상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내놓습니다. 이 부분 역시 검찰의 정치개입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죠. 검찰 조직은 사법개혁 칼날의 유효기간을 이번 정치국회가 끝나는 시점으로 정했다는 후문입니다.

삭발투쟁을 통해 조국 장관의 사퇴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물론, 당장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라탄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저지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검찰 측과는 그 궤가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개혁과 맞물려 수사선상에 오르게 되는 일부 한국당 의원들에겐 다급해진 검찰 측 입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지금 조국 장관을 끌어내리려는 사생결단(?)의 행동이 그리 절박해보이지는 않는데요. 머리를 깎으며 결기를 보였지만, 그 효과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 등장한 황교안 대표까지였습니다. 이후 의원들의 삭발투쟁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뿐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거죠. 정국의 주도권을 틀어쥘 만한 마땅한 카드도 없이 ‘조국 정국’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한국당의 초라한 현실입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장관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모호한 조국 장관 수호 논리에 완벽히 갇혀 있는 주류를 향해 산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비주류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정기국회가 끝나기도 전에 시작될 공천 정국에서 ‘살생부’에 오르지 않기 위해 바싹 몸을 낮추고 있어서죠.

정부여당은 현재 조국 장관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검찰 수사를 조금 더 지켜본 뒤 판단하자는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내세운 ‘7대 인사 배제 원칙’에서 확실히 벗어난 경우 지명 철회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동행해왔던 인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부인과 자녀 문제로 홍역을 치르겠지만 조국 장관의 직무 정지나 박탈할 정도의 흠결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번 윤석열 검찰총장의 칼날이 과거 ‘죽은 권력’인 박근혜 정권을 향했다면, 이번엔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해석도 갈립니다.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조국 장관의 거취 결정의 책임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고도 하지만,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지금에 와서 조국 장관과의 거리두기가 최종 임명권자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여당, 야당, 검찰조직 모두 ‘조국 정국’의 블랙홀에 흡수되고 있지만, 나름 정치·공학적으로 목적이 분명한 싸움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종국엔 모두 패자가 되지 않을까요. 정부여당은 독선적인 인사 강행과 총선셈법에 매몰됐다는 지적에서, 야당은 총선셈법을 작동해 정쟁으로 국회 일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서, 검찰조직은 사법개혁 저지를 위해 정치개입을 했다는 의혹에서 각각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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