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들이 한-일, 미-중 무역갈등과 국내 경기 불안으로 “지금은 위기”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 그룹은 현재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래사업을 육성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한편 조직문화와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명절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명절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삼성, ‘탈일본’ 가속화…신흥시장 중동 스킨십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을 둘러보며 현장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또 최근 중동 국가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울R&D캠퍼스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찾아 “불확실성이 클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해야 한다. 오늘의 삼성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였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꼭 해내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 위기와 함께 지난달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대법원 재판까지 겹치면서 오너리스크도 겪어야 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상고심 직후 입장문을 통해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삼성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가 이어지며 리더십과 내부사기 등에서 만신창이가 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7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입이 어려워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사들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속도를 내면서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최근 중동 국가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공군 부총사령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잇따라 만났다. 또 16일에는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건설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주요 국가들이 탈석유와 함께 5G와 IT기술 등 미래사업 육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광모 LG 회장(사진 오른쪽)이 24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에 참석해 권영수 (주)LG 부회장, LG인화원 조준호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 회장(사진 오른쪽)이 24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권영수 (주)LG 부회장, LG인화원 조준호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LG]

◇ LG,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오픈 이노베이션 통한 생태계 구축

구광모 LG 회장은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현재 대외 위기상황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L자 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강조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해 고객 중심 가치를 혁신 하고 스마트팩토리 적용, R&D 효율성 개선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디지털 마케팅 강화 등 사업방식도 변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LG는 계열사 사업전략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며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제품에 AI를 적용하면서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네이버 클로바 등을 적용해 현지 맞춤형 AI를 탑재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구글, 넷플릭스 등과 협력해 독자적인 콘텐츠 확보에 나섰으며 이를 바탕으로 IPTV 점유율도 끌어올렸다. 

여기에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혁신기술을 확보하고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25일 LG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40개사가 참여하는 ‘LG 스타트업 테크페어 2019’를 개최했다.

‘LG 스타트업 테크페어’는 각 계열사들과 협업 가능한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동 연구 기회를 모색하고 사업화 지원, 투자 등을 검토하는 행사로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캐나다,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 이스라엘, 스위스의 해외 스타트업들도 참가해 AI·빅데이터, AR·VR, 자율주행, 로봇, 소재·부품, 바이오·헬스케어 등 6개 분야의 독자 기술을 선보였다.

또 올해 4월에는 기업 벤처 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현재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 달러(약 216억원)를 투자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 Night(SK의 밤)'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회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 나이트(Night)'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SK]

◇ SK, 공격적 투자…‘사회적 가치’ 

최태원 SK 회장도 경영환경이 위기임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일 미국 방문 중 “회장을 하며 2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라며 “30년은 갈 것으로 보여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겠다”고 전했다. 

특히 SK의 주력사업인 반도체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활로 모색이 시급해졌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와 ‘사회적 가치’로 길을 찾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방문 중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납부, 교육제공,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SK의 ‘행복 날개’는 우리 모두의 더 큰 행복을 위한 헌신·약속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공격적인 투자로 활로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SK는 최근 3년간 미국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향후 3년간 1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통해 절반의 약속을 이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2022년부터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 원 규모를 투자해 4개의 팹(FAB)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50개 이상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와 함께 클러스터를 조성해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 조직문화 혁신…미래사업 육성 가속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었던 현대차는 조직문화를 바꾸고 미래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부임 후 부회장 5명 중 4명을 50대 젊은 인사로 교체했다. 또 인사순혈주의도 타파해 외부영입인사를 계열사 대표이사에 임명하기도 했다. 올해 2월 현대제철 사장으로 취임한 안동일 사장은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이다. 

7월에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외국인 최초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앞서 4월에는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신설하고 닛산 최고성과책임자(CPO) 출신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직원 직급체계를 5단계에서 2단계로 바꾸고 임직원 복장도 자율화했다. 자동차 업계의 특성상 오랫동안 지속됐던 상명하복 조직문화를 수평적 조직문화로 바꾼 셈이다. 

조직문화 개선과 함께 미래차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23일(현지시간) 자율주행 기술 기업인 앱티브(APTIV)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 동남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Grab)과 인도 1위 기업 올라(Ola)에 각각 2억7500만 달러(약 3284억원)과 3억 달러(약 3585억원)를 투자해 현대차의 전기차를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위해 이스라엘 엠디고, 오토톡스에 투자했으며 자율주행을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에 있는 기업들과 함께 인공지능 및 라이다 등 기술을 얻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외에도 친환경 수소차와 수소전기차 양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소차 양산에 들어간 현대차는 2023년까지 8조원을 투자해 수소전기차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며 미래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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