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김미영 1형당뇨환우회 대표가 1형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가 간호사가 있는 국공립유치원 입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영유아보호법’ 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명곤 기자]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김미영 1형당뇨환우회 대표가 1형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가 간호사가 있는 국공립유치원 입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영유아보호법’ 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명곤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명곤 기자] 아이를 살리기 위한 엄마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아이와 함께 세상을 바꾸었다.

아이는 네 살 때 스스로 두 시간마다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혈당을 체크했다. 다섯 살 때엔 자신의 배에 인슐린을 주사했다. 아이의 손은 상처와 알코올로 인해 거칠어졌다. 친구들이 손이 거칠다고 싫어했지만 아이에겐 생존의 문제였다.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엄마는 해외 커뮤니티를 뒤져 자동혈당체크 기기를 알아내 수입했고 커뮤니티 부모들을 위해 기기를 구해주었다. 엄마는 관세법 위반, 의료기기법 위반(무허가 의료기기 수입, 유통, 광고)의 죄목으로 고발를 당해 소송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는 아픈 아이가 간호사가 있는 국공립유치원 입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영유아보호법 개정 운동을 추진했다. 4만 명 회원의 자필 서명을 받기 위해 서명서를 담은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전국을 돌았고 몇 달 동안 국회 의원실을 찾았다. 복지로 사이트에 소아당뇨 가산점이 올라온 순간 그들은 감격해 울었다.

한국의 로렌조 오일 김미영 대표는 좌담회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세상으로 나오셔야해요.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를 알려야 해요.”

8월 7일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더하우스1932’에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를 만나 영화와 같은 이야기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과제에 대해 들었다.

이하 질문과 답변.

 

“환자를 메이커로서 전문가로서 그리고 협력자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한 사례이다.”

 

◇ 사회 =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5번째 주인공으로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를 모셨다. 선정 이유가 궁금하다.

◇ 성지은 연구위원 = 김미영 대표님을 통해 1형당뇨 질환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동안 겪어 오셨던 일들을 듣고 ‘아! 이것이 리빙랩이다’란 생각을 했다.

김 대표님의 사례는 환자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메이커로서 전문가로서 그리고 협력자로서 보게 하고 이를 실제로 현실화한 사례이다.

리빙랩은 시민주도형 혁신모델이라고도 하고 정부-민간기업-시민 간의 파트너십 즉 4P 모델이라고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해왔던 돌봄 케어나 의료 정책 등은 환자 중심이 아닌 의사와 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병원에서든 퇴원을 하든 치료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그 가족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의료 정책도 최종 수요자인 환자 중심으로,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1형당뇨 아이의 엄마인 김 대표님은 정말 많은 것을 이끌어 냈다. 저는 이 사례를 감히 리빙랩의 모델로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김 대표님은 1형당뇨 환우의 어머니이며 엔지니어이다. 1형당뇨 환우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면서 그 변화를 다른 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연대를 나갈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고, 또 다른 변화를 위해 걸어가고 있다. 오늘은 그 사례를 듣는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뇌경변, 자폐, 치매 등을 앓고 있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서로 연대하고 힘을 합쳐 나간다면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네 살 때 스스로 채혈을 해 혈당을 체크했고, 다섯 살에는 자신의 배에 인슐린 주사를 놓았다.”

 

◇ 사회 = 1형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와 아이를 돌보는 가족의 삶은 많이 힘들다고 들었다. 어떤가? 또 이들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김미영 대표 = 저희 아이가 2012년 1월에 한국 1형당뇨 진단을 받았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아이가 난치병 진단을 받으면 엄마는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1형당뇨를 앓게 되면 체내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외부에서 주사형태로 주입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양이 굉장히 적은 양이다. 저의 아이의 경우 한 달에 6cc를 투여하는데, 하루에 10회 이상, 한 달에 약 300회 이상을 나누어 주사를 맞는다.

처음에는 주사기를 누르면 눌러졌는지 눌러지지 않았는지 조차 감을 잡기 어려운데 우리 아이는 5살 때 감을 잡는 것을 보고 울컥했다.

인슐린 주사량이 조금만 많으면 저혈당이 와서 죽을 수도 있고, 조금만 적으면 고혈당이 누적되어 실명, 신경병증으로 감각 상실, 더 심해질 경우 신체의 일부를 절단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당뇨는 소리 없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저혈당의 경우 아이가 한순간에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곁에서 집중해 돌봐주어야 하는 질환이다. 당연히 엄마는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그 가정이 이중고를 겪게 된다.

다른 엄마들은 보통 1~2년간 휴직계를 내고 적응하면 다시 회사에 나가거나 퇴사를 하는 분위기였다. 저는 최초로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휴직계를 내지 않고 사내에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가 간호사 선생님께 아이의 주사를 부탁드렸다. 다행히 순조롭게 잘 풀려서 일하는 시간 동안 아이의 케어를 맡길 수 있었다.

그렇게 하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회사에서 일하며 중간에 아이에게 급한 일이 생길 경우 주변 눈치를 보며 움직여야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이 들었다. 엄마의 돌봄이 필요한데 어린이집 선생님의 입장에선 많은 아이들 중 특정한 한 아이를 밀착 관리해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10번이 넘게 혈당 체크를 하다 보니 상처도 많이 났고 소독을 위해 바르는 알코올로 인해 피부가 거칠어졌다. 아이들이 손을 잡고 율동을 하는데 “손이 거칠다”는 말을 들었다는 아이의 말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이에게 감사했던 게, 아이가 네 살 때 진단을 받았는데 스스로 자기 손가락에서 채혈을 해 혈당 체크를 하고 다섯 살 때엔 자신의 배에 인슐린 주사를 했다.

아이는 친구들과 계속 놀고 싶은데 간호사 선생님한테 수시로 주사를 맞으러 가야하니 귀찮아 스스로 주사를 놓겠다고 했다. 매일 0.25단위(0.0025cc), 0.5단위(0.005cc) 주사약을 준비해 견출지에 적어 어린이집에 보냈다. 아이가 혈당 체크를 해 보고 어느 것 맞아야 해라고 물으면 그에 맞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럼 아이가 스스로 주사를 했다.

그렇게 되는 상황까지도 무척 힘들었다. 아이도 처음에는 굉장히 거부감이 심했다. 심지어 입원했을 때에는 주사가 너무 맞기 싫다고 주사를 놔주러 온 간호사 선생님의 얼굴을 손으로 때린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괴롭고 힘들어했는데 아이에게 설명을 잘 했더니 적응을 했다.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저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였다. 아이가 간호사가 있는 어린이집에서 케어를 받을 수 있었고 회사에서 야근이 많을 때에는 친정어머니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커뮤니티 부모들이 만나면 이야기도 안했는데 울기부터 했다. 삶이 너무 힘들어서였다.”

 

◇ 사회 = 스스로 케어를 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

◇ 김미영 대표 = 저희는 그나마 덜 겪었지만 그런 위험한 상황에 가지 않게 하기 위해 혈당체크를 자주 해주어야 한다. 상처가 난다고, 아프다고 안하다보면 저혈당인지 고혈당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가 쓰러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성인의 경우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알지만 아이들은 이런 부분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세심하게 관찰을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한 번은 아이가 심각한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을 뻔 했던 상황이 있었다. 아이가 힘이 없다고 했다. 이럴 땐 빨리 당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쥬스를 마시게 했고, 30분 정도 누워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쥬스를 마신 것부터 누워있던 시간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지면 쥬스도 마시지 못하고 의식을 잃어버리게 된다. 저희는 8년 동안 딱 한번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데, 상황이 심각한 사람들은 1년에 4∼5번씩 응급실에 실려 간다고 들었다.

퇴근을 하고 난 후에도 새벽에 2~3시간마다 혈당 체크를 하고 주사를 놓아야 해서 부모와 가족들이 늘 피곤해 찌들어 산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저희 집의 분위기가 우울했다.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만나면 이야기도 안했는데 울기부터 했다. 삶이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아주 친한 친구, 친언니, 친동생에게도 한두 번 이야기하지 매번 할 수 없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매일 같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

한국1형당뇨환우회 커뮤니티 회원들 간에 굉장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커뮤니티가 형성된 계기가 있었다. 회원 중에 한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소를 했다. 간호사가 있는 시립어린이집이었는데, 아이가 1형당뇨가 있고 주사를 맞아야 한다니까 간호사가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 하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데 어린이집에 의사가 없으니 주사를 놓아줄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엄마가 와서 주사를 놓겠다고 하니 다른 아이와의 형평성 때문에 엄마도 와선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나가라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었다.

 

“소명이 엄마 안돼 지칠꺼야…소아당뇨가 어린이집 입소 가산점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두 감격 했다.”

 

그 때 우리는 분노했고 아픈 아이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 ‘영유아보호법 개정’ 운동을 추진했다.

간호사가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도 힘들다. 첫째가 아프면 둘째를 가지지 못하는데, 한 아이면 가산점을 받지 못해 국공립어린이집의 입소가 사실상 힘들다.

맞벌이 부부에 대한 가산점 역시 아이 케어를 위해 일을 그만 두어야하기 때문에 입소에 대한 우선순위에선 멀어진다.

결국 간호사가 있는 어린이집에는 입소를 하지 못하고 동내에 있는 작은 어린이집에 갈 수 밖에 없다.

커뮤니티 엄마들이 많은 노력을 해서 영유아보호법이 2016년 1월 개정되었다. 복지로 사이트에 들어가면 질환으로는 유일하게 소아당뇨가 가산점으로 들어가 어린이집 입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무렵에는 엄마들이 뭉치지 못했었다. 삶이 너무 힘들어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것과 이것을 널리 알려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면 어떻게 할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우리 부모들이 나서자 우리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냐는 심정으로 영유아보호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1형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와 가족들에게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고, 해당 법안 개정도 추진하기 위한 의견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었다.

회원들이 그 때 전국을 돌며 직접 4만 명 회원의 자필 서명을 받았다. 한 분 한 분께 취지를 설명 드리고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받아서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국회 의원회관을 끌고 다녔다.

몇 번씩 끌고 다니다가 여행용 캐리어의 알루미늄 대가 부러졌었다.

처음에는 국회의원실에서 만나주지도 않았었는데 저희가 계속 쫓아다니며 간절히 설명을 드리니 법안을 발의해주셨다.

그 당시 진단을 받고 20여 년 동안 아이를 돌보아온 한 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나도 처음에 해봤는데 안 되더라. 해봤자 안 돼. 소명이 엄마 지칠 거야.”

그런데 2016년 1월에 법안이 통과를 했고 2016년부터 적용이 됐다. 복지로 사이트에 소아당뇨 가산점이 들어가는 순간 모두 감격을 했다. 커뮤니티 분위기가 ‘하니까 된다, 할 수 있다’로 확 바뀐 것이다.

‘하니까 된다’는 부분이 우리들에게 큰 자극제가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해봤자 안 돼, 아무도 우리에게 귀를 기울여주지 않을 것이야’란 생각이 팽배했었다.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개최된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좌담회에 참석한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오른쪽)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정명곤 기자]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개최된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좌담회에 참석한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오른쪽)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정명곤 기자]

 

“‘해보니 될 수 있겠다’는 경험이 리빙랩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 성지은 연구위원 = ‘할 수 있다’는 경험이 리빙랩에선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리빙랩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한 가지 있다. ‘어! 되네, 할 수 있네, 바꿀 수 있네’라는 부분이었다.

‘리빙랩에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 ‘누구나 간절히 원했던 것을 바꿔줄 수 있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성공의 경험이 ‘나는 몸이 아프니까, 장애를 가졌으니까,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으니까 못할 것이야’란 생각을 ‘우리가 간절하게 원한다면 바꿀 수 있다’, ‘한 번 해보니까 될 수 있겠다’란 자신감으로 바꿔줄 수 있다.

‘될 수 있네’라는 생각이 ‘우리 더 큰 것 고민해 봐요’, ‘새로운 것 꿈꿔 봐요’라는 것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국내 알려지지 않은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자동주입기 수입해 사용…혈당 관리 환경 좋아져”

 

◇ 김미영 대표 = 이후에는 아이들의 혈당관리를 하는 환경을 개선해 보고 싶었다.

2013년부터 1형당뇨와 관련한 해외 커뮤니티에 가입을 해서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는지 공부를 했다.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매번 피를 내 혈당체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연속혈당측정기도 있고, 인슐린의 공급도 주사로만 하는 것이 아닌 자동으로 주입해 주는 기기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기들이었다.

이 기기를 우리나라에 수입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미국에 있는 모든 지인들을 동원을 해 기기를 구했다. 저희 아이에게 써보고 나니까 너무 좋았다.

아이가 전에는 소극적이었는데 기기를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커뮤니티 내에 기기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많은 부모들이 저에게 기기를 구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외국에 지인이 있으면 그들을 통해 구하게 했고, 그렇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기기를 판매하는 미국 본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오지 않아서 이 기계가 판매되는 전 세계 판매처에 모두 이메일을 보냈다.

인도, 싱가포르, 홍콩, 체코슬로바키아, 체코 등 다양한 나라에서 답장이 왔는데, 체코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에 직접 배송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받아 커뮤니티의 1형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회사가 자주 10시가 넘어서 끝나는데 사람들을 도와주느라 12시 넘어서까지 일이 있었다.

판매되는 제품의 기능은 굉장히 단순해서 해외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여러 오픈소스를 활용해 저희들이 사용하기 편한 서비스 앱을 사용했다. 그 앱을 사용하면 혈당관리가 편리하다. 앱을 사용하기 위해, 한글판 가이드도 만들어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혈당관리 환경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몇 시간에 한 번씩 깨어 아이의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을 주사했는데, 이제는 아이의 혈당 수치를 5분에 한 번씩 원격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저희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지상파 등 언론에서 취재도 간간히 오기도 했다.

저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불법이었다면 언론에 나갔을 때 누군가 알려줬을 텐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저희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2017년 관세청으로부터 관세법 위반,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법 위반의 죄목으로 소장을 받았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내 자식을 돌보기 위해 의료기기를 수입하고 서비스를 만들고 하는 것이 불법일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2017년 3월에 관세법 위반 소장을 받았다.

저희는 판매처에 주소와 수량을 이야기 해주면 저희 집 앞까지 배송이 되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진 수입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고 들여왔어야 했던 것이었다.

관세법 위반이었지만 다행히 불기소 처분으로 잘 해결이 됐다. 저희의 행위 자체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해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2017년에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또 고발이 됐다.

해외에서 허가가 된 기기라고 하더라고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들여와 사람들에게 전달했으므로, 무허가 의료기기를 불법으로 판매한 판매상이란 이유였다.

그리고 커뮤니티 엄마들에게 알린 행위는 무허가 의료기기를 광고했던 행위였다. 이를 통해 사적인 이익을 얻었든 얻지 않았든 이는 광고 행위였다.

지금은 기기가 업그레이드 돼서 원격으로 아이의 혈당 정보를 받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원격으로 받기 위해 블루투스 하드웨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기를 제조했는데 이 또한 무허가 의료기기를 제조한 불법행위로 간주됐다.

결국 무허가 의료기기의 광고, 판매, 제조 이 세 가지 죄목으로 고발을 당했다.

관세법 위반 조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조사관님이 사정을 듣고 무척 안타까워했다. 법이 이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잘 해결이 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실제로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선처를 받았다.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식약처에 총 세 번 조사를 받으러 갔다. 첫 번째는 관세법 위반 조사를 받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여서 ‘아 이번에도 잘 해결되겠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 조사관님이 “본인 아들만 하면 될 것을 왜 다른 사람들의 아이 것까지 해줘서 고생하냐”고 했었다.

관세청에선 조사관들이 포털 사이트를 압수수색을 해 조사를 했고, 본인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기기를 수입해서 사용했던 것이었지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을 조사를 통해 알게 되셨다.

반면 식약처는 제가 직접 조사를 해서 가져 오라고 했다. 제 명의의 3년치 통장 입금내역을 5만원 정도의 작은 금액까지 왜 입금이 되었는지, 입금한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까지 몇 달에 걸쳐 조사해 엑셀 파일로 내야했다.

식약처 조사관님께 “저희들 커뮤니티에 들어오셔서 분위기를 보시면 절대 이렇게 오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지만 끝내 들어와 보지도 않으셨다.

2차 조사에서 “아이 돌보기도 힘든데 뭐 하러 다른 사람까지 도와줘가지고 이런 험한 꼴을 당하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셔서 자칫 그냥 법대로 처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들 도움 받아 ‘불기소 처분’…청와대, 소아당뇨아동 보호대책 마련 지시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억울한 일이 있다’, ‘나는 해결할 수 없는데 누구든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그 글이 공유가 되면서 많은 언론사에서 취재도 해주었고, 변호사님께서 연락을 해 주셔서 무료로 변론을 해주셨다.

이 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희의 조사가 관세청에서 정부부처로 전달이 됐나보다. 2017년 11월에 청와대 국무조정실에서 소아당뇨아동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하라고 했고,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의 담당자들이 모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후 배포된 보도자료에선 “이러한 의료기기를 몇 년도까지 수입을 해 국내에 활용하게 하고, 교육부에선 보호대책을 일선 학교에 전달해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최대한 부모의 도움 없이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10페이지가 넘게 기재되어 있었다.

내용 중에는 소아당뇨 부모가 필요한 의료기기를 불법으로 수입하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었다.

보도자료가 배포되면서 많은 정부 부처에서 저희에게 관심을 가지고 저희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지 2년이 됐다.

어제도 국무조정실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교육부에선 100페이지가 넘는 소아당뇨 아이들에 대한 보호대책 가이드가 나왔다.

2학기부터 전국 학교에 배포될 예정인데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저희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을 하고 정책을 정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저희가 2012년도에 아이가 1형당뇨 진단을 받은 이후 더 나은 케어 환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가져 주셨다. 언론에서 널리 알려지고 박사님 등 많은 분들이 페이스북 친구나 단톡방에 알려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하고 계시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저희 커뮤니티 안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많은 환우의 부모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기 싫다고 했는데 작년에는 1형당뇨가 있어도 이렇게 관리를 잘하면 건강한 사람들처럼 똑같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인식 개선 동영상도 만들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당뇨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제작한 2018년 세계당뇨병의 날 기념 주제 동영상 [영상=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 대표님 만들어낸 성공사례, 다른 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확대되었으면”

 

◇ 성지은 연구위원 = 저는 이쯤에서 또 다른 것을 꿈꾼다.

저는 김 대표님의 성공 사례가 또 다른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분들과 그 가족에게 확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치매, 자폐, 뇌병변 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부분에 누군가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분들의 삶과 우리의 사회가 보다 건강하게 바뀔 수 있다.

난치병을 앓는 환자와 가족들이 ‘내가 형벌을 받고 있나보다’, ‘아이보다 하루만 더 늦게 죽기를 바란다’라는 굉장히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닌 ‘우리 가족도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되길 희망한다.

김미영 대표님의 이야기는 겪을 것을 다 겪으면서 너무나 어렵게 변화를 이끌어 낸 사례이다.

이 뜨거운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봇물처럼 터져 나가 많은 분들이 조금은 웃으면서 이런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환자 단체에서 어려움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누군가 한 명은 나와야 한다.”

 

◇ 사회 = 난치병을 앓고 있는 가족들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또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 김미영 대표 = 저는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앞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아이가 1형당뇨 진단을 받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일이 힘들기로 유명한 S사에서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아이랑 함께 생존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국 제가 직장을 그만 둔 것은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성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누군가 한 명은 나와야 한다.

아무리 국가가 챙긴다고 해도 질환을 앓고 있는 커뮤니티의 대표로 누군가가 나와 우리의 어려움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않으면 끊길 수밖에 없다.

예전에 저희 아이는 성격이 굉장히 어두웠다. 지금은 오히려 제게 많은 힘을 주고 있고 저도 더 아이를 의지하게 된다.

지금은 11살인 우리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면서 오히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아이로 자랐다. 3년간 학교에서 임원도 하고 여자 친구들한테 좋아한다는 쪽지도 받고 있다.

처음 아이가 1형당뇨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이런 모습을 상상도 못했다. ‘이 아이를 평생 돌봐야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몇 년 사이에 아이도 저도 바뀌었다.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를 서너 번 봤다. 난치병에 걸린 자녀를 위해 부모가 로렌조 오일을 개발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불법이라며 고발을 하는 등 많은 부분들이 저희의 상황과 너무나 비슷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그 오일을 통해 생명을 구한 아이들의 사진들이 쭉 나온다.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우리 가족의 사례가 한국에서 로렌조 오일처럼 다른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저희는 정말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저희 아이의 친구 형이 뇌전증을 앓고 있다. 그 어머님이 늘 저에게 “1형당뇨 환우 엄마들은 좋겠다. 소명이 엄마 같은 사람이 있어서.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신다.

“어머님께서 그 역할을 하시면 되죠”라고 했더니 “나는 이 아이 하나 돌보기도 너무 힘들어”라고 말씀하셨다.

누군가는 고통을 겪으면서 알을 깨고 나와 줘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변화를 위해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나올 수 있다. 저는 우리의 일들을 해 나가며 그 분들에게도 가능성이 되고 싶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책에 관해서 말씀드리면, 예전에 환자 정책을 정할 때 정부나 의료진들이 중심이 되어 ‘당신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정했다. 하지만 그 정책이 저희에게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에는 저희가 환자단체 연합회 등의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니까 정책을 만들 때 저희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특히 요즘 의료 관련 빅데이터, AI, 스마트 진료(원격 진료)등의 정책을 정할 때 환자단체가 빠지지 않는다. 1형당뇨와 같은 질환은 데이터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특히나 토론회나 공청회를 진행할 때 많이 부르신다. 그러다 보니 제가 많은 부분을 대변하고 있다.

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단체에서 나와 그 그룹의 의견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그런 분들이 나와 줄 수 있는 구심점이 되었으면 한다.

올해 1월 1일 연속혈당측정전극이, 9월 25일에는 연속혈당측정기 트랜스미터와 인슐린 자동주입기가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올라갔다. 가격 때문에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자동주입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1형당뇨인들이 많았는데 급여화를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또한 2017년 국무조정실 소아당뇨어린이보호대책 이후에 정부부처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보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정부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약자들을 많이 도와주셨으면 한다.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대표의 성공사례가 한국1형당뇨환우회에서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희망한다며 환자 단체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연대한다면 또 다른 성공사례로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정명곤 기자]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대표의 성공사례가 한국1형당뇨환우회에서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희망한다며 환자 단체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연대한다면 또 다른 성공사례로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정명곤 기자]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연대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어”

 

◇ 성지은 연구위원 = 저는 리빙랩이 이런 가능성을 실행시켜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본다.

저는 꼭 부모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이모, 삼촌, 고모, 또 다른 이웃도 있다.

우리가 각각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함께 할 때 그 가능성을 더 높여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렌조 오일을 이제는 뛰어 넘어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풀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이웃, 과학자 등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

관심을 가지면 변화를 꿈꿔 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는 집에서 개인의 형벌처럼 그 문제를 맞이하고 계신다. 그러지 말고 우리가 꿈꿨던 점과 점들을 연결해 나가자. 점과 점을 연결해 나가면 선이 되고 면이 된다.

김미영 대표님이 가능성을 만들어낸 한 점이라면 저는 이 점을 또 다른 점과 연결해 선과 면을 만들어 내고, 정말 각각이 가지고 있는 ‘해볼 수 있다’는 것을 깨우는 것, 절망에서 희망으로 만들어 내는 것, 서로의 연대의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리빙랩이라고 생각이 든다.

로렌즈 오일이 외국에만 있는 사례인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셔서 김미영 대표님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엄마는 강하다. 이제는 엄마를 뛰어 넘어서 또 다른 엄마를 구하고 연대하러 가기 위한 좌담회라고 생각한다.
 

사회문제는 실험실 안에서의 연구나 책상 위 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정부나 기업이나 시민만의 힘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사회문제의 해결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가능하다. 최근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담아내는 수단이자 사회운동으로 리빙랩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는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을 조명하고 의의와 과제를 살펴보려한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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